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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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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최대 위기 ‘재판거래’ 의혹

GOSPE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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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한 현실인식이 화 더 키워 …

공의와 정의 바로 설 때 백성의 화평과 평안 이뤄질 것 (사32:16~18)

사상 유례없이 사법부가 흔들리고 있다. 발단은 1년 2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원행정처가 판사 뒷조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꾸려져 블랙리스트의 유무를 자체 조사하면서 시작됐다. 특조단은 지난달 25일 3차에 걸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재판 독립은 침해했지만 고발할 정도는 아니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2차 조사에서 파일이 무더기로 작성된 것이 확인됐지만 ‘블랙리스트는 판사 뒷조사 파일 뿐 아니라 그 판사들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가 행해진 것이어야 한다’는 논리로 ‘판사 사찰은 했지만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면죄부를 주기 위한 특조단이었던 셈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등산 취미를 국정원이 자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반헌법적 사태 운운했던 사법부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은 판사 성향과 동향, 재산관계까지 뒷조사를 했다. 특별조사단이 이같은 사법행정권 남용의 실상을 파악하고도 적당히 넘어가려 한 것은 ‘사법적폐’ 청산을 내걸고 1년여 동안 세 차례나 조사한 명분을 스스로 깎아 내리는 ‘셀프 조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마하려고 했던 조사결과 발표가 상황을 정반대로 굴러가게 만든 화근이 되고 말았다. 조사결과 보고서에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KTX 승무원 정리해고 판결,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등을 활용해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하려는 문건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던 대법원이 양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회동을 위해 준비한 말씀자료에는 “사법부가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왔다”며 판결들을 예시했다. 과거사 국가배상 제한 사건, KTX 승무원 정리해고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등 20여건이다. 특조단은 이에 대해서도 “재판에 영향을 실제 미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상고법원의 절박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미명 하에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애매하게 표현했다.

또 특조단이 조사과정에서 컴퓨터 암호를 해제해 확보한 문건 중 410개를 사법행정 남용 의심 문서로 분류하고도 단 3건만 내용을 공개한 것도 떳떳하지 않다. 나머지 407건의 제목만 봐도 사태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구심이 든다. 가령 ‘BH(청와대) 민주적 정당성 부여 방안’ ‘VIP(대통령) 거부권 정국 분석’ ‘한명숙 판결 이후 정국전망 및 대응전략’ 등의 문건은 청와대나 여당에서 만든 것이 아닌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그러나 발췌 공개된 문건의 내용만으로 사법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사법 불신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발췌 공개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 전략’ 문건에는 “국가적ㆍ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BH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 수행”이라고 쓰여 있다. 대법원이 주요 사건 재판 시 청와대와 사전에 판결을 조율해야 한다는 취지여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3권분립으로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사법정의의 마지막 보루이던 대법원 판결이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관련 문건이 작성된 것 자체만 해도 사법부는 부끄러움의 도를 넘었다. 더욱이 예시된 판결의 당사자들은 일생과 생명까지 걸었던 일이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하늘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결국 대법정 점거 사태까지 부르고 말았다.

KTX 해고 승무원들이 대법정을 기습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30일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만나 대법원이 직권으로 재심해줄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대법정 점거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초유의 일이다. KTX 해고 노동자들은 “고등법원까지 계속 승소해온 KTX 승무원 관련 판결을 대법원이 이유 없이 뒤집어 10년 넘게 길거리를 헤매고 절망의 나락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재판거래 의혹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 사건에도 불거지고 있다.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10년 넘도록 법원에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 공개된 사법행정권 남용 문건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내용이 나온다.

2015년 3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상고법원 관련 BH(청와대) 대응전략이란 문건에는 청와대와 맞춤형 접촉을 강조하면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최대 관심사는 한일 우호 관계 복원, 소송은 청구기각, 즉 일본 전범기업들이 재판에 이기는 판결을 기대할 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5월 대법원이 전범 기업들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고등법원으로 돌아간 사건은 1년 뒤 1억 원 안팎의 손해배상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신일본제철과 미쯔비시 등 전범기업들이 상고했고 대법원은 지금까지 무려 5년 가까이 아무런 답이 없는 상태이다. 법조계는 새로운 쟁점이 있는 사안이 아닌 경우인데 대법원이 판단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해 접수된 검찰 고발이 이미 10건을 넘었고 재심 요구가 확산되는 등 사법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법원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판사들이 들고 일어서고 있다. 최기상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이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미끼로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하고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뒷조사한 정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하라”고 촉구했다.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는 자신의 SNS에 특조단의 조사결과 보고서의 문제점을 짚는 글을 올려 특조단 조사가 형사조치를 예정하지 않는 임의조사로 본질적인 한계를 갖고 있고, 실무자들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에 막혀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조사 때마다 진술 내용을 바꾸고 거짓말을 해도 위증의 책임을 묻지 못했으며, 수사의 ABC라고 하는 이-메일과 통신내역 조사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즉 오로지 문건에 의존한 조사였다는 것이다. 결국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직접적인 관계자를 조사하지 못한 한계를 적시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줬고, 겉으로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는 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등 조사결과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대법원 사태 축소 시도는 사법부 자살 행위”라고 주장했다.

차성안 판사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들어 “대법원장이든, 법원행정처장이든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할’ 의무를 지는 공무원”이라며 대법원의 형사고발을 촉구했다. 판사회의 결의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체 판사의 11% 가량이 소속된 전국 최대 규모의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단독 판사들은 4일 회의를 열어 “우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 한다”며 검찰 수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인천지법도 같은 날 단독판사회의를 열어 수사의뢰 등 엄정 대처를 촉구했다. 이들은 “법관으로서 일련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 한다”며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드러난 모든 의혹에 대하여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의뢰 등 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 한다”고 밝혔다. 서울가정법원 단독·배석 판사들도 성명서를 의결하고 “우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촉구 한다”며 “법관 독립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훼손시킨 사태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사와 함께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드러난 미공개 파일 원문 전부를 공개하라”고도 요구했다. 1일 의정부지법 단독판사들도 전국 법원 가운데 처음으로 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