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난관 많지만 하나님의 도우심 믿고 나아가야
20년 9개월이 지나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됐다. 한반도 역사의 한페이지가 넘어가는 순간이다. 상당한 진통이 있었고 미국의 결정은 쉽지 않았다. 한달 동안의 북·미간 힘겨운 줄다리기 끝이었지만 미국은 해제 전날까지도 확정을 못하고 고민을 거듭해야했다. 결국 부시행정부는 정부 안밖의 비판과 싸울 것을 각오하고 결정을 내렸다. 미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결정까지의 과정을 ‘구사일생’으로 묘사했다. 미국 대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마지막 기회에 부시행정부로서 남은 임기중 할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우리 민족의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하시고 함께 하셨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반도를 위해 일단 안도의 숨을 쉴수 있게 됐다. 2단계 북핵 불능화의 목표달성의 동력이 다시 되살아나고 6자회담과 한반도 비핵구상이 제 궤도로 돌아오게 됐다는 점에서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재개와 미국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임무 수행을 다시 허용했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어엿한 일원으로 복귀하게 됐고 경제난 극복에 희망의 빛을 볼수 있게 됐다.
그러나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결기를 맞았음에도 진통은 크고 불안감은 여전하다. 왜그럴까. 합의안과 북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미국이 굴복했다”는 한결같은 미 언론의 보도가 이를 대변한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할 우려가 있어 미국 정부가 서둘러 해제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보상을 줬다”는 미국내 강경 기류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CNN방송이 인터넷을 통해 ‘즉석투표’를 실시한 결과 “북한이 핵검증 합의를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75%로 압도적으로 나타난 것도 미국 국민의 북한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을 반영한다.
특히 많은 국제문제 전문가들이 “북한이 종국적으로는 핵을 포기하지 않고 다만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고 보는 등 북핵 전망의 그늘이 크다. 그만큼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동의 없이는 미신고시설을 검증할 수 없도록 한 합의안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양보를 했지만 미신고 시설 검증을 뒤로 미뤄 난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같은 모든 우려는 향후 북핵문제의 해결이 결코 순탄치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북한의 벼랑끝 전술과 살라미 전술이 이번에도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불신의 골을 더 깊게 하고 있다. 북핵협상이 미국내 정치적 갈등으로 강경파와 협상파의 부침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는 것도 일관된 북핵협상의 장애가 되고 있다. 북핵문제가 북·미간 협상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6자회담 당사자국들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도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테러지원국 해제 전에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일본의 문제는 6자회담의 또다른 난관을 예고한다. 불신의 살얼음판위를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어렵게 북핵 문제가 진전돼왔지만 2단계 마무리와 3단계 등 향후 놓인 장애물은 지금까지의 것보다 훨씬 클 것이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한반도 정세에 대 변화의 결기가 마련됐음을 알리는 것이다.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변할까. 첫째,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개발을 추진할 것이다. 아직 남은 20여가지 제재조치들이 촘촘하게 북한을 얽어매고 있어 당장 활발한 교역이나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차관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남미, 유럽, 중동 등 북한에 진출하려는 국가들에게 테러지원국 해제는 투자를 하거나 도움을 줄때 불량국가와 관계한다는 오명을 벗고 명분을 세울 길이 열린 것이다. 베네룩스(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3국의 기업들은 이미 지난 30일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 대북 투자를 적극 추진중이다. 프랑스 정부도 “핵신고가 검증되면 북한과 수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북한은 주민들의 동요를 최대한 막기 위해 섣불리 개혁개방에 나서지 않을 것이지만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투자와 경협을 확대해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둘째,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북아 질서 재편이 가시화될 것이다. 한반도는 비핵지대화와 중·러, 미·일 등 4대 강국의 이해가 부딛힐 동북아 중심지역으로 화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 침탈야욕으로 북한과 한반도를 향한 교두보 확보를 꾀하고 있다. 일본은 기회만 있으면 북한 붕괴 사태시 ‘보트 피플’, ‘대량 난민’ 대처 운운하며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명분과 구실을 축적하고 있다. 지금은 대북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납치문제를 해결하면 북한의 가장 큰 지원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말처럼 “북한 문제의 모든 키를 쥐고 있다”는 중국의 위협은 더 크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중국은 당장은 한반도 문제에 호혜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오래전부터 ‘두개의 조선’ 정책을 취하고 남북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또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중국이 강성대국의 면모를 갖춰갈수록 미국 등 선진강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하고 북한에 대한 종속화 시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강 이북의 옛 고구려 땅이 자신들의 영토라는 논리를 세워놓고 있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치가 중해질수록 6자회담안에 발을 뻗어놓고 있는 러시아의 행보도 구체화될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과 한국에 대해 독자적 외교의 끈을 갖고 남·북한을 상대로 ‘줄다리기 외교’를 펼쳐왔다. 러시아는 동시베리아 지역의 유전 개발계획에 한국을 소외시키거나 중일 에너지 전쟁을 부추기는 등 자국의 이익을 행사하는데 무자비한 나라다.
4대 강대국이 얽혀 펼쳐질 동북아 질서 재편의 중심에 한국이 제 자리를 찾는 일이 시급한 때다. 이를 위해서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할일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이다. 막혀버린 대화채널을 복원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다. 동족끼리 뭉쳐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속에서 살길을 찾고 한민족의 미래를 열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가질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이 동족이다. 한반도 문제에 세계의 동조를 이끌어내고 6자회담에서 제 목소리를 낼 힘도 이 관계설정에서 나온다. 한국의 금융위기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이유도 지정학적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너희는 형제인데 어찌하여 서로 해하느냐”(행 7:26)
특히 북핵문제에서 한국이 제 역할과 주도적 지위를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더 중요한 시기다. 3단계 논의부터 시작될 평화체제 논의는 남북을 핵심 주체로 하고 있어 남북 관계 개선은 6자회담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국의 역할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주도적으로 완성할 주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북핵정국 속에서 한국이 제역할을 못하면, 각국의 이익이 날로 첨예화되고 강대국간 견제가 노골화될수록 6자회담의 판이 흔들릴 수 있다. 또 북한의 중국 기울기가 심화되고 활동반경이 넓어질수록 남북간 협력의 동인은 엷어진다. 이는 경제적 실익을 떠나 평화통일이라는 절대절명의 민족적 목표를 수행해야 할 한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가져오는 일이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인도적 대북지원을 시작해야한다. 이는 어떤 작전계획이나 대북정책보다 더 실용적인 대북 신뢰 쌓기 수단이 된다. 미국은 북핵 파국 국면에도 약속한 식량지원을 중단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 18일로 5차분까지 14만 톤을 북한에 보냈다.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이제까지보다 더 확고한 의지를 갖고, 불규칙하게 전개되는 국제상황과 관계없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고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성경은 강경한 자세는 분열을 낳지만 화해는 통일과 직결됨을 말한다. 통일왕조의 마지막왕 르호보암왕은 강경책을 고수하다가 왕국의 남북분열을 초래하고 말았다(왕상 12:13-17). 그러나 이사야는 하나님과의 화해를 통해 남북 왕국의 분열시대를 종식시킬 통일을 약속하고 있다. 원수된 것을 자기 육체로 허무신 예수님이 인류에게 가르치신 메세지도 화평이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 2:14) 그리스도와 우리가 하나된 것처럼 한국에 주어진 사명도 남북 화해를 실현하는 일이다. ☞ 1면에 이어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 났으며 그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으니”(고후5:18).
이를 위해선 먼저 베풀고, 먼저 다가가야 한다. 북한이 남한을 궁지에 몰아넣는 전략을 펴는 것이 현재의 남북경색의 더 큰 원인일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누가 더 궁핍과 궁지에 처해있는지, 누가 더 국제적으로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지, 누가 먼저 관계개선을 위한 포용적 자세를 보일 여건인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행 20:35) 그리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한다. 앞으로 놓인 많은 난관에 하나님이 함께 하셔야 한다. 우리에겐 하나님의 영광이 만방에 드러나기까지, 한민족의 미래를 여는 절대절명의 기준이자 목표인 평화와 통일을 향해 매진하는 길만 있을 뿐이다. “여호와와 그의 능력을 구할지어다 그의 얼굴을 항상 구할지어다”(시 10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