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론으로 애써 평화 찾는 것 오히려 위험 상징 …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 인간의 이상 아닌 하나님에 대한 신뢰 필요한 때 (삼상 17:46,47, 대하 20:20)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두 국가론’을 주장한 것을 두고 보수-진보측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라고 말했다. 민족의 숙원이자 당위인 남북통일에 대한 기원은 대한민국 국민의 보편적 감정이기에 이 같은 발언에 놀랐을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이 이같은 주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개 국가 수용론’이 오래된 진보진영의 화두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8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반도에서 남북의 평화 공존은 통일로 가는 전 단계가 아니며 통일 가능성을 제거한 뒤 남북 평화 공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통일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1997년부터 ‘분단체제극복운동의 일상화’란 글을 통해 ‘분단 이전 상태의 복원’이 아닌 남북 국가연합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역대 정부의 통일론이 외세 의존과 분단체제 기득권 수호의 역기능이 있었던 점을 탈피해 탈냉전, 평화 공존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역사적 경로를 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전 실장의 ‘통일 포기’ 발언은 역사성마저 잃은 현실안주형 평화론으로 읽힌다. 북핵 불안에서 벗어나 안심하자는 것이다. 엄연한 위험을 애써 부정하는 현실부정이다. 진보진영이 한반도 내 두 국가 수용론을 주장하는 이유는 정부의 통일론이 결국 ‘흡수통일’에 머물러 남북 갈등과 냉전 체제 대결, 외세 의존을 야기하는 것에서 탈피해 아예 분단체제를 받아들이고 평화를 모색하는 것이 자주적 국가의 길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두 개 국가론’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방안으로 윤영상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남북한 상호승인론’으로 개념화하는데까지 발전했다. 갈수록 격화되는 한반도 긴장과 갈등을 관리하는 해법으로, 남북 간 ‘건강한 갈라서기’를 제도화하자는 취지이다. 그대로만 보면 정전 협정도 아닌 두 개 국가로 갈라서는 한반도 2국 시대의 시작인 셈이다.
이 같은 내재하던 한반도 내 두 개 국가론이 표면 위로 부상한 계기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민족이나 동족이 아닌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하며 ‘통일 지우기’에 나선 이후부터이다. 이후 북한에서는 실제로 김일성-김정일의 통일 유훈의 상징인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철거 등이 이루어졌다. 김정은은 헌법 개정 시 ‘조국통일 3대원칙’의 폐기와 영토조항의 명기도 공언했다. 그러나 ‘두 국가’가 단지 ‘갈라서기’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간 전쟁 가능성은 여전하다. 오랜 적대적 국가라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올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은 동족,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이며, 대한민국은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의 대상이며, 점령, 평정, 수복을 위해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한다고 선언했다. 즉 북한은 화해협력에 기반한 ‘평화통일’을 포기하고 핵에 기반한 ‘무력적화 흡수통일’로 대남통일전략을 획기적으로 수정한 것이다. 이것을 ‘두 국가 고착화’나 ‘통일전략 폐기’ 정도로만 보아선 안다. 핵 무력을 믿고 한반도의 새로운 지형변화를 주도적으로 시도하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핵무력을 통한 한반도의 새로운 지형변화를 위한 북한의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중 최우선한 행보가 계속되는 전쟁준비이다. 북한은 지난 18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와 개량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 북한의 관영 대외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에는 4.5t급 초대형 상용 탄두가 장착됐다”면서 “사거리 320㎞의 목표 명중 정확도와 초대형 탄두 폭발 위력을 확증하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날 현장을 참관했다며 “원수님께서 시험 결과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최고 지도자의 현지 지도는 주민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통상적인데,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이 기사가 실리지 않았다. 체제 결속을 위해 핵무력의 우수성을 선전하던 과거와도 다르다. 여름철 수해로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보도를 피하면서까지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는 북한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또 의심스러운 북한의 행보는 오물풍선이다.
북한은 우리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쓰레기 풍선을 보내는 것처럼 말했지만 통상의 ’비례적 대응‘이라면 벌써 그쳤어야 한다. 우리 측의 공개 대북전단 살포는 지난 6월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5월 28일 1차 ’오물풍선‘을 살포한 이후 이달 23일 현재까지 22 차례에 걸쳐 5500여 개째 오물풍선을 월례행사처럼 날려 보내고 있다. 이날 오물풍선이 인천공항에 떨어져 항공기 이착륙 중단되기도 했고, 지난 7월에는 대통령실 청사에까지 쓰레기 더미가 떨어졌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월 10일 경기 김포의 공장 화재 현장에서 오물풍선 장치와 잔해물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발견되면서 오물풍선의 무기화 우려가 처음 나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풍선에 발열 타이머가 달렸다”며 “풍선과 적재물을 분리하는 열선을 작동시키는 장치”로 추정했다. 통일부가 오물풍선 70여 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회충·편충·분선충 등의 기생충이 검출됐다.
북한은 무기가 아닌 것으로 경계를 늦추면서도 각종 실험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여러 기상과 풍향 조건에서 풍선의 방향을 실험할 수도, 풍선에 단 장치가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또 실제 폭발물을 실어 보내거나 오물풍선을 바이러스 살포나 생화학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남한을 상대로 각종 실험적 도발을 전개해왔다. 전후 지금까지 3,000여 회의 도발을 해왔고 미사일만 아니라 남한 영토 내로 어뢰 잠수함, 무인기, GPS 전파교란에 오물풍선까지 북한의 도발이 한층 복합적이고 교묘해지고 있다. 핵무력뿐 아니라 전면전을 상정한 다양한 방법의 도발 실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북한은 겉으로는 ’통일 포기‘를 부각시키면서 뒤로는 계속적인 전쟁준비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북한의 실체를 간과한 채 한국이 김정은의 말에 부화뇌동해 두 국가론을 꺼내들고 평화 운운하며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거시적 안목을 갖고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구촌은 다시 전쟁할 수 있는 세계가 되었다. 한때 탈냉전기에 맛본 평화로 전쟁을 걱정할 필요 없는 세상, 안보보다 경제가 중시되는 세상이 도래했다고 믿었지만 이젠 그럴 수 없게 됐다.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안보리 5개국가가 자행한 전쟁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겨주었다. 중동 위기를 낳고 있는 이·팔 전쟁도 작동하지 않는 국제법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낭만이나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 약육강식과 독자생존이 날로 심화되는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최종 승자만 있을 뿐이다.
한정된 지구자원과 경제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강대국간 패권다툼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러 무력대응전략도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20일 유사시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처, 저지하고 핵공격하는 목표로 설정한 개정된 핵무기 운용 지침인 ‘핵 고용 전략’을 수립했다고 NYT,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비공개 기밀 문서에 해당하는 새 지침에는 미국이 현재 3,700기의 핵탄두와 전략핵무기 1,419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이 2030년까지 핵탄두를 1000천기로 늘릴 가능성, 핵무기 4천기 정도를 보유한 러시아가 중국, 북한과의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같이 결정했다. 그런데, 미국의 핵전략 변경에 중국, 러시아와 함께 북한을 유사시 동시에 대처, 공격하겠다는 점이 특이하다. 미국은 북한이 현재 60기 이상의 핵무기와 핵무기 제조를 위한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