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변선환 교수를 주제로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학술행사가 일부 학생들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논란이 교단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감신대서 예정된 변선환 학술세미나 학생 반대로 무산
총동문회 “신학적 이견은 토론과 논쟁으로 다뤄야”
감리회 일부 단체 “학생들의 신앙·양심도 존중해야” 반박
학문의 자유와 교단 신학 정체성 사이 해묵은 논쟁 다시 수면 위로
고 변선환 교수를 주제로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학술행사가 일부 학생들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논란이 교단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차례 세미나 개최 여부를 넘어 교단 신학교에서 학문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동시에 신학교가 소속 교단의 신앙과 교리적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행사는 지난 17일 감신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변선환 교수 관련 학술세미나다.
행사를 앞두고 일부 재학생들은 변 교수의 신학을 다루는 행사가 교단 신학교에서 열리는 것에 반대했다. 행사 당일에는 학생 15명 안팎이 예정된 장소를 먼저 점유하면서 참석자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주최 측이 장소를 옮겨 행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학생들의 반대가 계속됐고, 충돌 가능성을 우려한 주최 측이 결국 학교 밖으로 이동하면서 예정된 세미나는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했다.
총동문회 “반대하더라도 토론으로”
사건 이후 감신대 제27대 총동문회가 23일 입장을 발표하면서 논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총동문회는 신학적 견해에 대한 찬반과 별개로 대학 안에서는 다양한 학문적 주장이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신학이라면 학술적 비판과 토론을 통해 그 문제를 밝히는 것이 대학과 신학교가 취할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총동문회는 특히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행사의 진행 자체를 물리적으로 막는 방식에 우려를 나타내고, 학교 측에도 유사한 충돌을 막기 위한 제도적 대책을 요구했다.
감리회 단체들 “학생들의 신앙적 양심도 존중해야”
그러자 감리회 내 일부 단체들이 24일 다시 반박 성명을 내놓았다.
이들은 변 교수의 신학에 대해 과거 교단 차원의 판단이 내려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교단 신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의 신앙과 신학적 양심에 따라 학술행사에 반대할 권리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총동문회가 학생들의 행동을 물리적 저지라는 측면에서만 평가했다고 비판하고 학교와 교단이 신학교의 신학적 정체성을 분명하게 세울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논쟁의 초점은 ‘변선환 신학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를 넘어 ‘교단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신학을 신학교에서 학술적으로 다시 연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30여 년 지나 다시 등장한 질문
변선환 교수의 신학을 둘러싼 논쟁은 최근 시작된 문제가 아니다.
그의 종교다원주의적 신학과 타종교에 대한 이해는 과거 감리교회 안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교단 차원의 징계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변 교수의 신학적 유산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둘러싼 견해차가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과거 교단의 판단과 별개로 학자의 사상을 역사적·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비판할 자유가 대학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단 신학교는 일반 대학과 성격이 다르며 교단의 신앙고백과 교리적 기준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두 입장의 충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표면으로 드러난 셈이다.
‘막는 신학’ 아닌 ‘검증하는 신학’ 필요
이번 사건이 남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신학적 주장을 연구하는 것과 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특정 신학을 연구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동시에 신학교는 단순한 종교학 연구기관이 아니라 교단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학문의 자유와 신앙의 정체성 가운데 어느 하나를 제거하는 방식으로는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
논쟁적인 신학이라면 더욱 공개적으로 자료를 검토하고 성경과 교리, 역사적 신앙고백을 기준으로 토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반대하는 학생들에게도 충분한 발언권과 토론의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한국교회 신학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질문 자체를 금지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교회의 신앙고백을 시대에 뒤떨어진 장벽으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자료를 놓고 질문하고 검증하며 논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이번 감신대 사태가 한국교회와 신학교에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관련 말씀
“범사에 헤아려 좋은 것을 취하고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
— 데살로니가전서 5장 21~22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