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태 후유증 심각 …
권력자가 국민 눈높이로 돌아오고, 진영논리와 그들만의 카르텔 없어져야 (사 5:21~23, 암 5:42)
다시 말해 국민들은 공정과 정의가 훼손된 것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정치권 탓을 하며 주객이 전도된 유체이탈 화법과 인식을 보이므로 문제를 더 키웠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조국 장관 임명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문대통령은 지난 21일 종교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공정에 대해 여전히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가운데 정치적인 공방거리만 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국민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을 오늘날의 국민적 갈등과 공정훼손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이다.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불의에는 침묵하고, 조국사태를 부른 자기책임에는 눈을 감고, 인사잘못을 비판하는 국민의 소리에는 귀를 막고, 검찰과 언론 그리고 정치권 탓만 한다면 이보다 심각한 독선이 없을 것이다. 결국 이처럼 국민 눈높이와 너무 다른 대통령의 시각이 이번 조국사태를 키운 것이다.
지난 14일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취임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41.4% 까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고 부정평가(56.1%)와 두 자릿수 격차까지 벌어졌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면 되돌릴 수 없는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번 사태를 통해 뼈져리게 새겨야 할 것이다. 자기반성 없는 독선은 결국 정권의 실패를 부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여호와께서 공의로운 일을 행하시며 억압당하는 모든 자를 위하여 심판하시는도다(시 103:6)”
야당도 정권 흠집내기 식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지지율 반등이 조국사태의 어부지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하루빨리 대안 정당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정쟁이나 비판이 아니라 국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숱한 험로와 산적한 과제들 앞에 서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국민 통합에 앞장서고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는 노력에 매진해야 할 때이다.
셋째는 ‘그들의 카르텔’을 없앨 정책이 시급하다. 돈 없고 빽 없는 평범한 국민들이 조국에 분노한 이유는 사회지도층의 카르텔(담합)이었다. ‘그들’은 서로 봐주기로 ‘그들만의 리그’를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문 정권이 잘못 회피를 위한 ‘물타기’로 제도를 탓했지만 분명히 해둘 건 제도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 편법과 부정으로 활용한 ‘그들’이 잘못이다.
2007년부터 시행된 입학사정관제는 사회지도층 자녀들이 성적 이외의 방식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뒷문’으로 활용됐다. 각종 경시대회 수상실적, 논문실적, 봉사활동 등을 요구하는 입학사정관제는 부모가 전문직이거나 교수일 경우 돈과 인맥, 능력을 십분 발휘해 자녀의 스펙을 쌓아주는 카르텔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입학사정관제는 도입 당시부터 ‘현대판 음서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편법을 저지른 ‘그들’은 대부분 ‘법잘알’(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법을 잘 아는 만큼 위법이 아닌 길을 택해 편법과 특권을 누렸다. 옮고 그름의 정의나 공정의 가치가 필요 없이 되고 법을 피해만 가면 되는 ‘법잘알’이 득세하는 시대로 변질됐다. 법은 돈없고 빽없고 무지한 국민들을 옥죄는 수단이 되고, 사회지도층에겐 위법만 아니면 된다는 특권의 길이 되었다.
지난달 9일 조국 장관임명장 수여식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같은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법만 아니면 편법과 반칙으로 공정과 정의가 훼손돼도 상관 없다는 것인가. 진보와 개혁, 평등을 주창한 조 장관이 자녀를 특목고, 고려대, 서울대 대학원을 거쳐 의학전문대학원에 부정입학시킨 기득권의 편법은 모두 무시됐다. 딸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부정입학했는데 왜 그 딸의 아버지가 책임이 없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 장관이 스스로 인정한 ‘귀족좌파’ 이자 ‘금수저’로서 생기는 특권, 사모펀드와 재단, 자녀 교육 문제 등이 설혹 합법적일지라도 ‘공정하지 않을 수 있지 않는가’라는 일반 상식의 반문에 귀를 닫았다.
이들로 인해 성실하게 법을 잘 지키면서 살던 서민들이 공정한 기회를 빼앗기는 피해를 입었다. 반칙을 일삼았던 이가 법무장관까지 되는 이번 조국 사태를 통해 국민들은 말로 할 수 없는 박탈감, 상실감을 맛보아야 했다. 소수의 일부 특권층이 카르텔로 여전한 특권을 누리고 편법과 부정을 저지르는 사회, 다수의 일반 국민이 편법의 부당성을 지적해도 무시당하고 오히려 개혁을 막는 방해세력이 되는 국가, 국민의 뜻이 무시되고 국민이 존재가치를 잃은 사회와 국가는 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카르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문 정부는 말로는 적폐청산을 앞세우고 ‘공정’을 외치면서도 지금도 끊이지 않는 낙하산 인사로 악습을 이어가고 있다. 문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의 다섯 명 중 한 명꼴(18.3%)이 전문성과 관계없는 정치권에 줄을 댄 보은성 인사(515명)였다.
다시는 이 사회가 계층 간 기득권과 카르텔로 나뉘거나 국민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평등과 공정이 살아 숨 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자기 눈에 지혜로운 자들과 자기가 보기에 분별 있는 자들이여 화 있을진저, 용감하게 포도주를 마시며 독주를 섞어서 마시는 힘센 자들이여 이들은 보상을 받으려고 사악한 자를 의롭다 하며 의로운 자에게서 그 의를 빼앗는도다(사 5:21~23)”
조국 장관이 국민 저항에 밀려 결국 사퇴했지만 우리 사회에 남겨진 숙제는 많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온 옳고 그름에 대한 상식이 무너지고, ‘내 편’을 위해 정의가 무시되고 진영논리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 국민도 옳고 그름의 기준이 무너진 채, 네편 내편의 두 진영으로 갈라서서 세 싸움에 몰입했다. 정의와 공정을 잃으니 편을 가르는 진영만 남는 것이다. 국민들이 믿고 따를 기준이 무너지고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훼손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만 살면 된다는 혼탁과 혼란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조국 사태로 불거지고 심화된 진영논리와 국론분열, 그들만의 카르텔을 치유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사회지도층이 누려온 특혜와 카르텔이 다시는 발붙일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개혁보다 시급히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공정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라고 했던 말을 지켜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이 받은 배신감과 박탈감, 좌절감의 상처를 치유하고 양 극단으로 찢어진 나라를 통합하는 길이 될 것이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 5: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