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뤄야할 한국, 내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대결구도에 희생양 되지 않아야
26일 새벽 0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극비리에 중국행 국경을 넘어가고 있었다. 평양엔 미국에서 초청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체류일정까지 연장하며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을 기다리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이 대조적인 장면은 오늘날 한반도와 주변국의 정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7일 중국 동북3성의 중심에 자리잡은 창춘에서, 역시 의전을 무시하고 멀리 베이징으로부터 달려온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방중 3개월여만에 전례 없이 다시 중국을 찾은 김정일 위원장 간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례적인 북·중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 무수한 추축이 오고가지만 양자의 목표는 분명하다.
김 위원장은 당면한 경제난 타개와 후계승계의 정당성 확보를 노렸을 것이고, 후 주석은 북한 체제의 안정과 북핵문제의 주도권을 통해 동북아 영향력을 높이려는 노림수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양자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온 한국과 미국 동맹에 대한 맞대응 차원의 연합전선 구축을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다.
반면 미국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물론 미국 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곰즈씨 석방에 제한된 ‘인도주의적’ 방문이라는 점을 강조했었지만, 미 언론 CNN방송은 “전직 미국 대통령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은 31일 추가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추가 금융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다시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있고, 중국 인민해방군은 서해에서 실탄사격훈련에 돌입했다.
한반도 주변국의 대결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은 남북통일에 큰 장애요인이다.
특히 대결구도속에 중국의 북한 끌어안기 노골화는 심각한 문제다. 본란 ‘성경과 현실’은 남북통일의 과제로서 ‘통일 비용’ 문제에 이어 두번째 과제로 날로 지역패권욕을 키워가는 ‘중국’의 문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마디로 ‘현상 유지’다. 다시말해 남북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로 인해 미국이나 일본 등 해양세력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는 상황을 막으려 한다.
오늘날 중국의 실체는 무엇인가. 중국경제 규모는 마침내 세계2위 일본을 제쳤다. 중국은 올 2분기에도 성장율 10.3%를 기록중이다.
반면 일본은 0.4% 성장에 그쳤다. 세계1위 미국은 실업율 9.5%의 최악 고용에 경기둔화추세가 뚜렷하다. 3분기 성장율이 1%도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제1의 생산기지이자 세계 제1의 수출대국이고, 세계최다 외환보유국이다. 뜨는 ‘세계2위’가 글로벌 경제 및 정치무대에서 갖는 영향력과 상징은 엄청나다.
더이상 중국에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능력을 기른다) 정책은 없다. ‘필요할 때 참지 않고 할 말은 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바뀌었다. ‘핵심이익’이 걸린 일이라면 미국과 파워게임도 불사하는 대결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천안함 사건과 한 미 서해합동군사훈련은 물론이고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격돌도 마다않는다.
국제사회 힘의 축이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바뀌는 현상은 도처에서 감지된다. 사실 중국을 빼놓고는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 없는 것이 국제정치·경제의 오늘의 현실이다. 중국은 ‘G2 시대’라는 말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중국을 서방질서에 편입시키고 국제문제의 책임을 지우려는 미국의 속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는 앞으로의 세계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야심이 서려있다.
해양세력과 내륙세력의 최대 전략 충돌지역으로 탈바꿈한 한반도를 둘러싼 다툼이 커가는 이유다.
한반도는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한 아시아 패권’ 야욕을 가진의 중국의 일차적 무대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한·중 무역액은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고, 중국은 한국 최대의 투자국이다. 중국은 올 들어 한국 국채를 집중 매입했다.
6월말 현재 한국 국채 3조 9900억 원어치를 보유중이다. 한국 경제가 중국당국의 정책결정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게 된 것이다.
중국은 한·미 정부가 ‘주권 사항’으로 여기는 연합군사훈련을 자국 영해 안인 서해와 동해에서 하는 것까지도 핏대를 올리고 있다. ‘남의 집 앞에 와서 떠들지 말라’는 억지를 부리며 서해를 ‘자기 집 앞마당’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실상 ‘내정 간섭’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중국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중국의 내일을 묻다’ 저서를 펴낸 문정인 연대교수는 “중국 사람들은 한국이 ‘미국이 센 나라인 줄은 알아도 중국이 센 줄은 모른다’고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젊은 세대일수록 “대국으로 성장하면 어느 정도의 패권주의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대국굴기를 외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인민일보의 대외지 환구시보의 1인자 후시진 총편집은 한국을 빗대 “달라진 중국을 대할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 이제 중국인들이 무엇에 기뻐하고 화내는지 외부 세계도 알아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가 ‘작은 안보’에 치중한 나머지 북한을 압박해 결국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초래함으로써 동북아 안정이라는 ‘큰 안보’를 놓치고 있다”며 “미·중이 싸우면 가장 먼저 피해 보는 게 한국이다. 한국이 안보 전략에서 길을 잃지 않았나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지역 평화를 바라지만 한국과 미국 등이 평화를 깨고 있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갈수록 모든 사안을 중국 중심으로 해석하는 중화적 사고방식은 한반도문제에 있어서도 합리적 해결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02년부터 ‘동북공정’에 따라 고구려사와 발해사 등을 중국사로 편입시키는 역사 왜곡을 대대적으로 진행해 왔다.
중국은 6.25전쟁에 대해서도 미국의 패권주의가 전쟁의 원인이라고만 역사교과서에 적시하고 있다.
고대사뿐만 아니라 불과 수십 년 전의 현대사도 왜곡하는 중국을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두려움으로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남북 통일을 위해서는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서고 있는 중국을 필히 넘어야 한다. 남북통일의 열쇄가 될 중국의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