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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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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제국주의 시대 회귀하는 세계

GOSPE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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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돈의 약육강식과 무질서 판치는 말세 현상 심화 ...

섬김, 나눔, 사랑의 하나님의 가치 더욱 소중해가는 시대 (마 20:26~28, 요 15:9~13, 눅 6:35~38)

‘공든탑이 무너지랴?’라는 말이 있다. 인류가 기나긴 역사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아온 것은 우여곡절과 희생을 치르더라도 결국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 발전해 왔다는 믿음이다. 그렇게 해서 인류 역사의 종착점이라고 선언했던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다.

유럽에서 약자인 이민자와 난민을 내쫓고 국경을 걸어 잠그는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그 선두에 미국이 있다. 1, 2차대전 때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렸다.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유럽을 재건하고, 한국을 공산주의 침략에서 지킨 것도 미국이었다. 미국은 생명과 자유, 인권과 민주를 대표하는, 성경적 이상을 제도화한 나라였다.

그런 미국은 지금 온데간데 없다. 미국은 지금 신제국주의 국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이고 있다. 이제 더이상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이 아니다. 트럼프 1기의 미국을 보낸 뒤 2020년 대통령에 당선된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적 구도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재정립을 추구했다. 민주주의의 위기 의식이 그만큼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가치 동맹’도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바로 뒤를 이은 트럼프 2기는 취임하자마자 이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명분 같은 것은 쓸모없는 것, 나만 잘살면 되고, 그러기 위해선 힘이 최고야”라고 부르짖는다. 트럼프는 힘 있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굴러가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믿는다. 그런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권위주의 국가라고 비판받는 중국과 러시아와 다르지 않다.

지난달 24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현장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 표결이 진행됐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영국·프랑스 등 93개국이 ‘찬성’한 반대편에 미국이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 18개국과 같은 편에 섰다. 표결 현황판의 미국 국가명 옆에 ‘반대’를 의미하는 붉은색 마이너스(-) 표시가 켜진 것을 그동안 미국과 함께 해 온 동맹들이 바라봐야 했다. 현장은 충격 자체였다.

유엔 헌장 제2조 4항은 침략 전쟁을 범죄로 보고 금지한다. 그런데 ‘침략자’인 러시아에 맞서 국제사회의 공통된 대응을 주도해 온 미국의 입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뒤집혔다. 힘만 있으면 뭐든 뺏고 죽여도 좋다고 한 것이다. 미국으로 인해 유엔 안보리마저 정당성을 잃었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찰 역할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며, 자국 이익 중심 외교를 강화할 것임을 이보다 더 강력하게 시사할 수 없다.

미국의 변화는 유럽과 한국 등 동맹국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트럼프에게 동맹은 없다.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을 향해 “그들은 무역에서 미국에 바가지를 씌운다. 그런데도 우리는 돈을 줘 가며 그들을 보호한다”며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들이 “돈을 안 내면 그들을 방어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맺은 상호방위조약을 거론하며 “우리는 일본을 보호해야 하는 반면 일본은 우리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 일본은 우리에게서 큰돈을 버는데, 누가 이런 거래를 만들어놨냐”고도 했다. 동맹국인 유럽을 정조준해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일본을 콕 집어 양국 안보 조약이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핵 문제나 한반도 안보, 한국 방위비 문제도 시간 문제일 뿐이다.

권위주의 국가에게 힘은 최우선적 가치이다. 지난달 28일 파국으로 끝난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현장은 이 해악을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의 지원에 감사함을 예전부터 계속 표현해왔고, 심지어 회담을 하면서도 “감사하다”라고 수차례 말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앞에서 “왜 당신은 감사함을 표하지 않나”고 막무가내로 따져묻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휘하 수뇌부들의 모습은 약자를 괴롭히는 깡패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회담 후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전격 중단했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 시절 승인된 마지막 탄약과 장비 등의 선적을 포함해 운송 중인 무기까지 포함해 중단시켰다. 당장 적지에 고립된 아군에게 죽으라고 선언한 것과 같다.

트럼프에겐 명분이나 정당성, 인정사정, 그 무엇도 필요치 않다. 힘없으면 패자가 된다는 약육강식의 세계관만 있을 뿐이다. 19세기 힘으로 세계를 복속시키던 신제국주의의 출현을 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자기 말대로 하지 않는다고 힘으로 침공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의 1/5을 침탈한 러시아가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공개구혼’까지 받는 상황이 됐다. 미국은 침략자 러시아에 대한 제제 완화와 경제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를 등에 업은 러시아는 미국의 무기 지원이 끊긴 틈을 타 보란 듯이 우크라이나에 집중 공세를 강화했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 상황을 전쟁에 이용하고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나는 그(푸틴)가 누구나 할 법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을 감쌌다.

‘트럼프식’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 역시 철저히 힘의 논리에 입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바라던 나토(NATO) 가입과 영토 수복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식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은 후유증이 클 것이다. 러시아의 확장을 저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유럽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고, 향후에도 러시아의 추가적인 군사도발을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의 국제질서는 오직 강자의 논리로만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한 약육강식의 세계는 혼란과 불안정 속에 빠질 것이고, 약한 국가들은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 구한말 한국에 덮쳤던 그림자처럼 제국주의자에게 약소국은 존재 가치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트럼프의 발상은 기존에 권위주의 국가로 비판받았던 국가들을 뛰어넘는다. 중국의 공세적 전랑외교가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의 트럼프만큼은 아니었다. 영토 분쟁 구역이나 대만을 제외하면 시진핑 주석이 타국 영토를 언급한 적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의 거침없는 스타일은 향후 중국과 대만 문제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는 파나마운하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얻기 위해 군사 행동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캐나다를 ‘51번째 주’라고 부르며 주권 훼손 논란까지 일으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정상회담 상대였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를 만나자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 지난달 4일 두 사람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인접 국가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그 지역을 ‘소유’해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지중해의 유명한 휴양지 리비에라처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에겐 ‘깜짝 선물’이었다.

사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과 수교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백악관을 찾았었는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아버린다는 계획을 듣자 “혁명적이고 창의적”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이는 한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송두리째 지우려는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