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과 남북한 모두 여건 조성되고 있어 …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 이룰 기회
북한이 백령도 동부 우리 수역에 항해금지구역을 선포하고, 27일부터 사흘간 350여발의 '일제타격식' 포사격을 가했다. 이보다 10여일 전인 15일엔 북한권력 핵심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에서 "남측의 반공화국 전복계획에 대해 '보복성전'을 불사하겠다"며 위협하고 나섰다. 남측의 한 신문이 한국정부의 비밀문건이라며 보도했던 ‘북한급변사태 대비’를 문제 삼은 것이다. 20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징후를 미리 식별하고 분명한 공격 의사가 있으면 바로 타격해야 한다"고 밝힌것도 문제가 됐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24일 "남한 정부의 선제타격론은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선전포고"라는 강경한 성명을 내놓았다. 새해초부터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남한의 국방을 책임진 장관으로서 답변은 당연한 것이다. 언론자유가 보장된 남한에서 그같은 보도가 나가는것을 막을수도 없다. 이를 모를리 없는 북한으로서 궂이 문제를 삼는것은 나름의 정치적 속셈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2월 NLL 남측 수역을 평시 해상사격구역으로 일방적으로 선포한바 있다. 남측이 북측을 자극해서가 아니라 북한 정권이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전술적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속셈을 알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 사정을 들여다 봐야 한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기에 1백만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체제붕괴위기에 직면했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도 공공경제를 살리지 못한 결과였다. 그후 북한경제는 절박한 생존 문제에 직면한 주민들 속에서 자생적으로 생기기 시작한 '시장'에 의존할수밖에 없었다. 어쩔수없이 북한 정권은 2002년 ‘7·1 조치’를 시행해 시장경제적 요소를 수용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방향에서 발생했다. 시장을 통해 외래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정권에 대한 비판의식과 정부의 영향력 약화 조짐이 나타났다. 위기의식을 느낀 북한 정권은 2005년부터 시장조치를 되돌리기 시작했다. 2007년 40세 이하 여성 시장활동 금지, 2008년 장마당 단속과 10일장 조치, 2009년 최대규모 도매시장이던 평성시장 폐쇄 등 반시장 조치가 잇따랐다.
이윽고 작년말 북한은 화폐가치를 100분의 1로 절하하는 화폐개혁 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해 시장확산에 쐐기를 박았다. 시장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시장세력과 시장화된 부패관료 세력을 제압하고 국가의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는 사회주의 경제체제 시대로의 복원을 노린것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시장이 지금까지 북한경제의 명맥을 이어온 일등공신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시장을 통해 허기를 채우는 사이 남한으로부터 제공받은 돈으로 핵개발에 몰두하는 등 체제 유지에 골몰했다. 닉시 미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1998년부터 2008년 사이에 한국의 대북 경제 지원금은 70억달러에 달한다"면서 "이중 현금 29억달러의 상당부분이 미사일 및 핵개발에 사용됐다"고 구체적 출처를 들어 밝혔다.
결국 체제유지에 몰두한 나머지 경제 체질 강화를 소홀히 한 북한으로서 화폐개혁의 충격파는 시간이 갈수록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국가차원의 경공업품(생필품)의 공급이 뒷바침되지 않는 한 심각한 인플레이션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의 극심한 물가폭등과 아사자 속출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3대 정권세습과 2012년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완성해야 하는 북한으로서 다시 국가적 위기감이 커가고 있다. 재화의 원활한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 상황에서 북한이 기댈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원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 21일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외국 자본의 국책사업 투자유치를 위해서다. 북한은 투자 유치단을 구성, 이달부터 네덜란드를 필두로 유럽 지역을 돌면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제한과 폐쇄사회에 대한 외자 유치는 아직 쉽지 않다. 북한은 미국에 '무역대표부 상호 설치'를 목표로 구애를 벌이고, 27일엔 2005년부터 중단된 미군유해 발굴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그만큼 북한의 사정이 절박하다.
특히 비료와 쌀 등을 지원받았던 남한 창구가 북한에게 절실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해 신년사설에서 남한 정부를 ‘사대 매국적 파쇼독재’라는 등 원색적인 용어로 비난했었지만 올해 공동사설에는 비난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남북관계 개선 열망을 드러냈다. 북한의 비공식 입장을 대변해온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를 “올해의 극적인 사변을 예감케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지난해 10월 옥수수 1만톤 무상지원을 제안하자 '속통좁은 처사'라고 거절했었지만 지난달 15일 받겠다고 알려왔다. 북한은 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과 후속 군사 실무회담에 이어 8일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제안했다. 특히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다.
이명박 정부로서도 남북이 지난 2년간 갈등과 반목을 거듭한 상황에서 `새로운 전기 마련'을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신년 연설에서 "올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10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북측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싱가포르에서 접촉한 이후 남북 당국은 지난해 말까지 극비리에 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양측 모두가 공감하고 있고, 의제에도 어느정도 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9일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연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매우 분명하게 피력한것은 이같은 연유에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한이 대외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체제 유지를 절대 목표로 삼고 있는 북한의 논리상 개혁개방을 위한 의지나 계획은 아직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서해상 분쟁을 부각시키는 것도, 체제 보장을 위해 현재의 불안한 정전체제를 부각시키므로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대남 대미관계 개선에 나서는 한편 한반도 긴장상황 조성에도 계속 나설것이다. 또한 우리정부가 북핵문제를 남북정상회담의 주 의제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핵과 평화 문제는 미국과, 경협과 인도적 지원은 남측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핵을 체제유지 수단으로 삼는 전략을 고수하고, 체제를 위협할 시장 개혁을 하지 않는 조건하에서 남한을 상대로 경제적 잇속만 챙기려는 자세다. 이는 결국 남북관계 개선을 막는 딜레마가 되고 있다.
아직 먼 길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국제환경속에서 북한을 저대로 내버려둘수는 없다. 남북정상회담은 이같은 남북이 처한 딜레마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이 국제사회의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로 나서는 결기가 될 수 있다. 다행히 북한의 상황과 변화하는 국제환경은 남북간 문제해결의 새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 민족에게 통일의 길을 열어주시고, 마지막때 세계 만방에 하나님의 살아계신 역사를 증거할 사명을 주고 계신다.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해 뜨는 곳에서부터 해지는 곳까지의 이방 민족 중에서 내 이름이 크게 될 것이라"(말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