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안목, 눈치안보는 소신, 국민적 동의 바탕되야…
하나님은 오늘의 한국에 희생의 실천 요구하고 계셔 (요 15:13-14)
세월호의 어린학생들을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기회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살리지 못했다. 지금의 한국경제가 그렇다. 위기의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지금 한국경제를 구하지 못하면 늘어나는 국가재정적자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 인구고령화와 저출산의 장애물에 넘어져 회생 못할 절벽으로 떨어진다. 7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일본의 20년 재정절벽이 한국에서 이제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25조5천억원 재정 적자에 이어 올해는 33조6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세수만 9조2천억원이 덜 걷혔는데 경기침체로 세수부족의 장기화마저 예상되고 있다.
세계 각국들은 연초부터 경쟁적으로 통화완화정책을 펴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처해 기준금리 인하로 자국의 돈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성장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모두들 수출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지금 정작 급한건 수출주도형 경제의 우리나라다. 한은은 기준금리 연2% 마지노선을 깨야 할 위급함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미 한계상황을 넘고 있는 1060조원의 가계부채가 경제위기의 촉매제가 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의 때이기도 하다. 해법은 반드시 있다. 바로 구조개혁만이 해법이다. 개혁 없이 금리인하나 재정확대, 증세와 탈세차단의 세수증대 등 모든 경기 진작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붙기’이다. 그러나 개혁은 말처럼 쉬운 것이 결코 아니다. 개혁으로 인해 피해를 볼 기득권자들의 저항을 불러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적 안목과 줏대있는 소신, 국민적 동의를 바탕한 강력한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지금이 국가를 벼랑끝에서 구출할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대체 국민을 바라보는지, 개혁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비근한 예로 건보개혁을 보자. 복지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건강보험료 개편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6일 만에 다시 정책을 뒤집었다. 건보 개편을 포기한데 대한 불보듯 뻔한 비난 여론을 예상못했던 탓이다. 보험료 부담을 더 지우려던 고소득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는 45만 명, 부담을 경감할 저소득 지역가입자는 602만 가구에 이르지만 일부 힘있는 계층의 반발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 탓에 ‘송파 세 모녀’처럼 소득도 없이 적잖은 건보료를 내는 지역가입자들의 사정은 고려조차 하지 않은 우를 범했다. 정부와 청와대가 밀실에서 논의하고 대뜸 국민앞에 건보 개편 백지화를 발표했다가 다시 백지화하는 촌극은 단견, 근시안 정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비소신으로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어찌보면 가장 쉬운 개혁일 수 있는 건보 개편 하나 이눈치 저눈치 보는 정부가 어찌 연금개혁, 공공개혁 등 앞으로 산적한 개혁과제들을 헤쳐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숱한 개혁과제 중에 정부가 가장 우선시하는 공무원연금개혁은 어떤가. 지난 7일 드디어 공개한 정부기초안을 보자. 퇴직금은 덜 주고 향후5년 간 연금인상을 동결하는 등 겉으로는 혁신을 포장했지만 내용은 눈가리고 아웅한 격이다. 정부안은 소득대비 공무원연금 비율이 60%로 국민연금 40%보다 턱없이 높다. 국민의 공복 공무원을 국민과 차별해 우대하는 관존민비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현재는 20년 근무해야 공무원연금을 받는데 10년만 근무하면 받을 수 있도록 특혜를 확대했다. 이같은 개혁안을 공무원이 아닌 어느 국민이 받아들일까. 지금도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들어가는 국민 혈세가 매일 90억원이다. 이대로면 10년 뒤 누적적자액만 50조원이 넘는다. 500조원의 심각한 국가부채로 국민 1인당 1천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 마당에, 앞으로 출산율 저하와 저성장 시대에 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만 가는 적자를 메운단 말인가. 요즘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며 복지 구조개혁 문제가 한창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여당은 7일 복지개혁 7대과제를 내놨다. 연간 12조원이 넘는 재정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 개혁 중 가장 먼저 손봐야 하는 공무원연금개혁안도 지지부진한 상태로 놔둔 채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 나라 재정을 잠식하는 공공부문부터 수술을 한 후에 증세든 복지 축소든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할 수 있다. 나라 곳간을 안에서 좀먹는 공공개혁부터 해법을 찾고 국민의 동참을 호소해야만 한다.
공공개혁이 당면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부패는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9일 국민권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청렴도 지수가 2013년도에 비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초 한국전력과 자회사 임직원 15명이 4억6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아 기소됐다. 이런 뇌물을 준 회사는 신생업체였지만 6년간 412억원어치 납품사업권을 따냈다. 한전 비리를 감시해야할 상임감사와 공공기관 감찰을 맡은 청와대특별감찰반 파견 경찰까지 현금봉투를 챙겼다. 얼마전에는 무역보험공사 간부에게 8억원의 뇌물을 뿌려 3조4천억원의 수출금융 대출을 받은 후 파산한 사건도 있었다. 공사 사장이 8천만원을 받았고, 수출입은행직원, 세무서 간부까지 검은돈을 받고 이 사기대출을 합작했다.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업체로부터 2억9천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고 기소됐다. 9일 정부의 부패추진척결단은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공공기관 소속 부패사범 68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한 공공기관의 팀장은 업체 3곳으로부터 1억2900만원, 다른 공사 팀장은 업체 8곳에서 1억2500만원을 받는 등 부패가 전방위로 퍼져있었다.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해 내부기밀을 유출한 사례마저 적발되는 등 입찰과 인사 비리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비리가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낙하산 인사로 인한 관피아(관료+마피아)가 계속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막대한 독점적 권한과 지위, 관과 외부 이해집단의 유착 등으로 부패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지만 숱한 폐혜를 낳는 낙하산 인사는 과거 정권보다도 더 많아졌다. 관피아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사슬을 모든 국민이 재확인했던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공기업과 금융회사 임원에 202명의 관피아가 들어갔다.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는 정부가 공기업을 투명하고 경쟁력 높은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한들 누가 곧이 듣겠는가.
공공기관의 부정부패는 결국 비용으로 전가돼 국민은 더 비싼 공공재를 써야 한다. 따라서 부정부패가 만드는 고비용구조를 뿌리뽑아야만 하는데, 부패를 발본색원할 법적 처방으로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인 소위 ‘김영란법’ 제정안은 지금도 난항중이다. 더이상 법제정을 미룰 수 없게 됐음에도 상당수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들까지 법안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며 이핑계 저핑계를 대고 있다.
법사위 전문위원들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적용을 놓고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법기술적인 문제가 김영란법 제정의 당위성과 시급한 국가의 미래나 국민적 요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개혁은 모든 것을 던질 때 가능하다. 난파하는 배 위에서 각자가 가진 애지중지하던 소지품들을 바다에 던질 때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다. 자기것을 지키기 위해 부둥켜 안고 있다간 다른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한 배에서 침몰할 수밖에 없다. 성경은 모두 함께 살기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기까지 희생하라고 가르친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가 나의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요 15:13-14)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배를 탄 우리 모두가 개혁의 동참자가 돼야 한다. 이는 말로가 아니라 몸소 자기를 버리는 사랑의 실천으로여야 한다.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 또한 이 일의 리더 겪인 정부와 정치권의 사심 없는 분발을 촉구해야 한다.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엡 6:12) 무엇보다 하나님께 간구해야 한다. 국가 개혁 과제들을 반드시 성사시키므로 국가의 미래를 보며 정의로움의 터전 위에 세울 나라,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룰 준비된 한국이 되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 이로써 하나님의 유업을 이루는 나라가 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민족이 되게 해달라고 간구해야 할 때이다.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은 나라 곧 하나님의 기업으로 선택된 백성은 복이 있도다”(시 3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