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현실이 된 가운데 정부와 관계기관은 향후 발생 가능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긴밀히 대응키로 했다. 사진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는 최상목 기재부 1차관.
경제적 파장보다 주의할 지정학적 세계 변화 …
한국, 성경이 가르친 시대 정신에 충실할 때(마 7:12, 롬 8:28)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전후 세계 질서의 재편을 부르는 역사적 사건으로서 정치·지정학적 의미가 더욱 크다. 우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유럽과 세계에서 차지하던 영국의 위상이 약화될 게 분명하다. 영국은 더 이상 대영제국이 아닌 보통국가로 전락하는 상황을 맞고 연합왕국이 아닌 국가 붕괴의 위기까지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난 25일 세계 외교·경제 전문가들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브렉시트 5년 후 영국의 해체와 EU 축소가 중론이었다고 전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5년 후 현재 영국을 구성하는 ‘연합왕국’이 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4개 지역으로 구성된 연방국 영국에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독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유럽연합(EU) 탄생의 주역 중 하나였던 영국이 아이러니하게도 EU를 탈퇴하므로 독일의 영향력은 더 세질 것이고, 향후 유럽은 독일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미 상원 외교위의 벤 카딘 민주당 의원은 “독일은 유럽연합에서 더 압도적으로 될 것”이라며 “우리는 교섭 담당자로서의 영국을 상실해서 유럽연합에 대처하는데 도전이 닥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결국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의 쇠락과 독일의 중요성 부각은 미국에게 유럽연합에 대한 영향력이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역사적으로 세계 패권국가 지위를 차례로 이은 영국과 미국은 주류 민족이 앵글로색슨계이고 영어라는 공통점을 갖고 미-영 동맹의 틀을 유지해 왔다. 1차 대전 이후 서방 동맹의 중심인 두 나라는 그동안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경제모델을 통해 세계 질서를 주도해왔다. 냉전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 때에 적극 참여해왔고, 현재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폭격에도 철저히 보조를 맞추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국에게 유럽에 개입하는 지렛대가 영국이었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1차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주도한 미-영 동맹 시스템의 붕괴 우려를 깊게 하고 있다. 지난 26일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공동 방위와 정치적 공감대 속에서 미국과 유럽을 이어준 시스템 덕분에 냉전을 끝내고 독일 통일을 가져오고 새 유럽을 만들고 다른 주요 위협들에 대응해왔다”며 “이제 그 시스템에서 중요한 벽돌 하나가 제거될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더구나 브렉시트 여파로 유럽 각국이 분열로 치닫는다면 미국의 세계전략도 위태롭게 된다. 따라서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유럽이 소원해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은 다른 두 강대국인 독일과 프랑스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영국이 이탈하므로 경제와 안보 분야의 새로운 도전에 대응할 유럽의 능력과 의지가 약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런던에서 영국이 EU를 떠나면 현재 진행 중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에서 영국이 맨 뒷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에릭 슐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브렉시트 직후 이 발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확인했다.
결국 미국이 그동안 영국이 맡았던 대 유럽 파트너를 새로 찾아야 하는 상황에 닥친 것이다. 영국 대신 미국의 새 파트너 1순위로 부상하고 있는 국가가 유럽연합의 주축인 독일이다. 현재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외교자문역인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유명한 말인 ‘내가 유럽에 전화를 걸 때 누구에게 하지?’에 대한 답변은 이제 독일 총리실로 정해졌다”며 “영국이 우리를 유럽에 소개하고 유럽을 우리에게 소개하는 실용적 역할을 했으나, 그 역할의 대부분은 끝날 것이다”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미국은 이미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부터 독일 쪽으로 기울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독일은 미국에게도 쉽지 않은 상대이다. 미국과 독일 양국 정부의 정책적 이견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내전은 미국과 영국,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들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제재를 주장했으나, 독일은 소극적이었다. 당시 영국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 등을 설득해 가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이끌어 냈다. 그리스 경제 위기 때에도 독일은 그리스 채무탕감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등 재정정책에서 미국과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안보 현안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가에서는 독일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작전에 영국과 프랑스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이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동안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대륙의 주요 국가들은 미국이 주도한 세계 질서에 일정 정도 거리를 둬왔기 때문에 브렉시트로 인한 미국의 우려가 깊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동안 영국을 창구로 삼아 유럽 국가의 이견을 잠재우며 서방의 거미줄 같은 동맹을 유지해 왔지만 브렉시트로 그것이 힘들어지면서 서방 동맹의 약화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 붕괴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결국 이는 영국 뿐 아니라 국제 정치·안보 지형에서 차지하던 미국의 영향력 내지 주도권의 약화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세계 정치 질서의 변수로 종종 작용했던 독일과 러시아의 국제 관계에도 앞으로 변화가 올 수 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내전 이슈와 관련해 러시아를 제재하려던 미국의 움직임에 반발하며 러시아와 타협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이번 브렉시트로 러시아와 독일이 유럽 안보 이슈에서 지위 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그동안 나토를 중심으로 미국과 영국이 구축한 서방의 안보체제도 급속히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브렉시트에 따른 ‘유럽의 균열’로 글로벌 현안 대응에서 유럽의 지지를 얻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된 미국의 영향력 약화와 중동·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대 유럽 동맹에 신경을 쓰는 만큼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미국은 동맹국인 영국이 유럽의 경제안보체제를 이끄는 EU와 나토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재균형 정책에 치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변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집중한 ‘아시아 회귀’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기고문을 통해 미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에서의 동맹 구축에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다시 한 번 미국·유럽 관계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컨센서스를 재구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핵 위협과 맞닥뜨린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에 미국의 공백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올해 말 미 대선 이후 새 행정부의 외교전략 우선순위에서 한반도 문제가 뒤로 밀려날 수도 있다. 반면 그간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항해온 러시아와 중국은 브렉시트를 계기로 전략적 이익을 내세우며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사흘 동안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양국 공조 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는 점은 세계 질서 판도 변화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이번 사태(브렉시트)의 최대 수혜자는 이미 구축된 서구 주도 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브렉시트가 세계 정치·경제 질서 주도국으로 나서려는 중국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치 평론가 마이클 슈만의 기고 칼럼에서 “이번 브렉시트의 최대 승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EU의 혼란을 틈타 미국의 패권을 흔들고, 나아가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주도국으로 나서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당장 코앞의 현안인 한반도 문제에도 두 나라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다음 날인 2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에 반대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서 공동보조 강화를 확인했다. 대북제재의 중요한 열쇠를 쥔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양국 간 전략적 밀착을 일찌감치 예고한 것이다.
위기가 커지고 있는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세계 속 한국으로 자생력을 갖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헌하고 베푸는 국가 이미지를 강화해야 한다. 브렉시트는 저성장과 실업률 증가 등 지속화된 경제 위기 속에서 국민들의 위기의식을 자극해 “우리끼리만 잘 살자”는 신고립주의를 부추긴 포률리즘(인기영합주의)의 결과이다.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속화된 오늘날의 세계 속에서 정반대의 반세계화 이슈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계층의 불만과 보수 정치 세력이 이끄는 포퓰리즘의 아이러니한 결합의 산물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가 영국의 브렉시트를 “국가를 되찾은 위대한 결정”이라고 칭송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로 불법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분노하는 백인 서민층을 자극하는 포률리즘 선동을 하는 것과 빼 닮았다. 이로 인해 세계에 신고립주의가 유행하고, 특히 통화전쟁과 함께 보호무역주의가 발호하면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므로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가 힘들고 개인의 삶이 어려워질수록 ‘나부터 살고 보자’는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생존 심리를 경계하고, 서로 도우므로 살 수 있다는 협력의 시대정신을 일깨워야 할 때다. 국제 기부활동과 지구촌 문제에 앞장서서 나서서 먼저 베푸는 모습을 통해 세계 국가로부터 협력을 얻어야 한다.
성경은 먼저 베풀고 모범을 보이므로 가능하다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마 7:12) 시장확대, 규제완화, 자유무역의 기치를 드높이므로 세계 공동 평화와 상부상조의 정신을 무역 대국 한국이 앞장서서 지키고 세계에 확산시키는 선봉이 돼야 할 때이다.
초대교회 때 성도들이 온 백성들에게 칭송을 받고 전도에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상부상조의 정신에 있었다.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 2:44~47)
둘째, 시급히 중단 없는 통일 외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성장의 한계점에 다다른 한국과 피폐한 고립무원에 처한 북한 주민 모두를 포함하는 한민족의 미래는 민족 통일에 달려 있다. 분리주의와 민족주의, 보호무역주의로 흔들리고 있는 EU 안에서 동요하지 않는 나라는 이미 민족 통일을 이룬 독일뿐이라는 사실은 한민족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두가 나만 살겠다고 분열의 유혹에 가담하고 있는 때에 화합의 위대한 정신을 한민족의 통일 의지로 보여주어야 할 때다.
아시아의 끝에서 분열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전세계에 보여주고 화합의 새로운 분위기를 주도할 사명이 한민족에게 남겨져 있다. 일찍이 세계 유례없는 기독교 부흥을 이루어주신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면 한국이 세계 속에 협력과 화합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이제 한국은 통일 외교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밀착이 강화되면 동북아에 신냉전 구도가 다시 고착화될 수 있다. 이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이슈가 통일 외교이다. 오늘날 서방 한 끝에서 몰려온 브렉시트 파고는 동방 한 끝의 우리에게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일본 등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통일 외교이다. 한국이 주도하여 냉전구도를 이길 보다 큰 그림을 중국과 러시아에 제시해야 한다. 통일의 당위성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동방의 작은 한 나라가 어떻게 세계 인류에게 가장 시급한 화합의 시대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지를 통일 외교를 통해, 그리고 민족 통일을 통해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