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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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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위기 맞은 민주주의

GOSPE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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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둔 미국, 내전이나 다를 바 없는 정치적 혼란상 …

하나님의 가치와 정 반대로 움직이는 세계 (요 15:13, 골 3:13,14, 눅 6:37, 마 20:26~28)

세계 초일류국가 미국은 통화, 언어, 경제, 군사, 기술, 금융 등 거의 전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규모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세계의 관심이 올 11월의 미국 대선에 쏠려 있는 것도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대선 후보직에서 공식 사퇴했다.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후 사퇴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고령의 나이에 CNN에서 실시한 대선 TV토론에서 ‘인지력 저하’ 논란에 휩싸인 후 민주당의 후보 사퇴 압박이 강해진 것이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대선까지 불과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가 사라진 민주당은 새로운 대선후보를 선출하고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맞설 전략과 정책 비전을 세우고 선거유세를 하는 등 불가능해 보이는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성명에서 구원등판할 후보로 공개 지지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지만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지난 13일 발생한 ‘트럼프 총격 사건’ 이후 미국 여론은 트럼프에 대한 동정 여론으로 결집되었고 트럼프가 보여준 강인한 지도자의 인상이 대중에게 각인돼 트럼프의 지지세는 상승세다.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70%로 상승했다는 여론조사(폴리마켓)도 나오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회상하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의 등장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과거 대통령은 상상못할 발언과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사법부 조롱, 극단의 미국 중심주의, 총기 옹호, 경쟁자에 대한 비하에다 자신을 반대하는 언론은 아예 ‘적’으로 불렀다. 이것은 트럼프 한 사람의 돌출적 행동으로 볼 수 없다. 트럼프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그의 돌출 행동에 환호하는 시대로의 변화를 의미했다. “트럼프는 대중의 삶의 기반을 이루는 행동 기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공화당은 이러한 규범 파괴 행위에 대해 오히려 그를 대선 후보로 지명함으로써 보상을 안겨다 주었다”고 비판했던, 2018년 하버드 대학의 레비츠키와 지블랫 두 교수이자 정치학자가 출간한 란 책은 오늘날 민주주의 붕괴는 다름 아닌 투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선거로 시작된 민주주의의 붕괴는 ‘합법적’이기에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두 교수는 “거짓말과 속임수, 탄압 등 예전에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겨졌던 트럼프의 행동들이 점차 정치인의 전술로 용인되고 있다”며 트럼프가 민주주의 원칙을 위협한다고 규정했다.

트럼프의 등장속에 미국 민주주의는 힘을 잃어 가고 있고, 이는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선 중국, 터키, 러시아 같은 나라를 닮아간다고 했다. 그 예견은 들어맞았다. 2021년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통령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최종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던 미 의사당 난입 폭력사태를 일으켰다.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에서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폭력사태를 보면서 세계 시민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위대한 애국자”라며 이들을 옹호했다. 트럼프는 이번 피격 직후 정신이 없었을 와중에도 “싸워라”고 주먹을 휘둘렀다. 마치 전쟁 명령을 내리는 듯하다.

오늘날 민주주의가 전쟁보다 무서운 내전의 시대와 가까워지고 있다. 사실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21C에 내전 발생 빈도는 오히려 늘었다. 1989년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20차례의 국가 내부 전쟁이 발생했다. 1816년부터 1989년 사이 연평균 내전 발발 건수보다 약 10배나 많은 수준이다. 내전이 외부 전쟁보다 잔혹한 이유는 한 나라의 국민 서로가 서로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 수필가였던 몽테뉴는 ‘위그노 전쟁’ 시기 “대외 전쟁은 내전이라는 병폐에 비하면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만큼 내전은 소모적이고 발전을 저해하는 시대 역행적 현상이다.

오늘날은 극렬화되는 정치적 분열상에 따른 상시 내전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영국의 브렉시트, 최근 유럽의회와 프랑스 선거에서 나타난 극우와 극좌 진영이 극렬한 대결을 벌이며 동시에 활개 치는 양상이 벌어지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발전해온 인류 문명에 큰 도전이다.

올해 들어 슬로바키아 총리가 피격되고, 덴마크 총리가 폭행당하며 정치 테러도 도처에서 확산해 왔다. 2022년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사제 총탄에 사망했다. 한국 역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인을 향한 공격은 여와 야를 가리지 않았다. 편가르기를 통한 지지층의 결집이나, 표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포퓰리즘이 이 같은 증오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토양을 만들고 있다.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다시 역대 최악의 진영 간 분열로 ‘총만 안 든 내전상태(시민전쟁)’로까지 불리는 정치적 혼란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금의 자유민주 정치체제를 세운 나라로 평가받는 미국이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적 갈등과 분열로 인해 진작 민주주의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대표적 나라가 되었다. 권력을 위한 다수를 점하기 위해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도 용인되고 나라의 미래가 안중에 없는 포퓰리즘과 선전선동, 지지층 결집의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용 정신이 실종된 채 극렬한 대결 구도가 확대되고 있다.

보수 우위의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1일 2020년 트럼프의 불법적 대선결과 뒤집기 시도혐의에 대해 ‘전직 대통령 면책특권’을 결정함으로써 트럼프의 최대 고민이던 사법 리스크를 넘어가게 해 주었다. 15일엔 트럼프가 임명한 판사가 트럼프의 기밀유출 사건에 대한 소송을 기각했다. 이 사건은 트럼프가 기소된 다른 사건에 비해 혐의가 뚜렷하고 입증이 용이할 것으로 평가됐지만 혐의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수사 검사가 자격 미달이라는 트럼프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민주주의 시스템마저 권력자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강성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극단적 정치대결은 민주주의 제도의 허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랜 세월에 걸쳐 다듬어진 대의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은 선동과 분열을 조장하는 광장의 정치인과 열성 지지자들의 폭주에 너무나 쉽게 흔들린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사상 최대로 위협받고 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세계 많은 나라에서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은 설문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최근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세계 24개국 성인 3만861명을 대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10명 중 6명(59%)에 달했다. 또 조사 대상이 된 많은 나라에서 ‘현행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매우 좋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강력한 지도자 또는 군부 통치에 대한 선호도가 많은 나라에서 증가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늘날 민주주의가 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