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쇄신 급선무 …
하나님 가르치신 성찰의 지혜 필요한 때 (마 3:2, 마 7:5)
미중 무역 갈등, 금리인상, 북한과 타협 모두 한반도 정세는 물론 한국 경제의 운명을 쥔 변수까지 커가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도 한국 경제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잇달아 내 놓고 있다.
지난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9월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더 내린 99.1을 기록했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통상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경기 하강으로 해석한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18개월째 연속 내림세다. 이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9월~2001년 4월 당시 1년8개월 연속 하락한 이후 최장 기간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국내 경기의 수축 국면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경제 성장 전망치도 잇달아 하향 수정되고 있다. 올해 성장율을 OECD는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고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2.8%에서 2.5%까지 낮춰 잡았다.
내년도 한국 경제 전망은 더 암울하다. 지난 8일 무디스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했다.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다.
사방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적신호가 켜져 있지만 한국 정부만 모르고 있는 듯 정부의 대처는 한가하다.
한국경제가 구조적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데도 정부만은 그동안 고집스럽게 ‘회복세’라고 주장해왔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미·중 무역갈등, 보호무역 추세 강화, 미국의 금리 인상, 국제유가 상승, 중국 유럽 등 세계 경제의 성장률 하락 등 대외 경제환경이 바뀌고 있다. 또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끌어온 주력업종이 일제히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일찌감치 부진에 시달리던 업종은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 보다는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고 그나마 상승세를 타던 업종은 정점을 지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경제가 사면초가에 처해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현실감을 잃고 이념을 경제 정책에 투여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살자”는 포용성장은 말했지만 아직도 규제 철폐 의지는 강력하지 않았고, 노동개혁은 언급되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는 정치와 경제를 혼동한 데서 비롯됐다. 정치는 이념에 따르지만, 경제는 현실 속에서 성장을 모색한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에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분배 이념을 이식해 무리하게 임금을 높이는 등 시장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물론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현실 속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반기업·친노동의 여념적 정책엔 충실한 반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시급한 규제혁파, 노동개혁 등 혁신에는 손을 놓고 있다. 경제에 이념을 투여하느라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말로는 경제 역동성 회복을 위한 선제 대응이 시급하다고 하는데,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기껏 내놓은 대책은 유류세 인하, 근로시간 단축,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 등 임시 미봉의 재정을 푸는 일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부문 고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환상에 불과함을 알아야 한다. 공공부문이 커지면 그만큼 국민들의 조세, 준조세 부담이 올라간다. 이것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저출산 고령사회에서 더욱 장기적으로 국민의 부담을 눈덩이처럼 만드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의 필요도 절실하다. 이런 부담을 낮춰야 사업가와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그에 따라 일자리가 생긴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경제의 형편이 어떤지 부터 봐야 한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생각, 업무 태도 같은 것도 바뀌면서 근로시간 단축도 이뤄져야 하는데 정책부터 시행해버렸다.
선진국 글로벌 회사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한다. 역할이 맞지 않고 적응하지 못하면 칼같이 잘라버린다. 이것이 현실이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입안자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내년에는 더 강한 외풍이 올 텐데 어쩌려고 이러냐”며 비판했겠는가. 김 부의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위기 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라며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 “그때는 금융·외환의 어려움이었고 실물은 건전했다. 그래서 극복했다”면서, “현재는 실물이 어렵다. 정부관계자들의 판단능력은 지난 5월에 그 바닥을 이미 잘 보여줬다”고 혹평했다.
그는 투자와 생산능력이 감소하는 가운데 제조업 가동률마저 낮아지고 있어 경기 하강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1~9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8%로 외환위기(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생산능력을 증대시키거나 생산성을 제고하는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대비 금년 2분기에 -5.9%, 3분기에 -13.7%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동시에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도 금년 3월 이후 전년 동월비 7개월째 연속 감소하고 있다”고 짚고 “이 흐름이 감소와 하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자리감소는 필연이고 세원이 약해져 복지증대를 지속하기도 어려워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성장이나 분배는 억지로 빚을 내서 하는 게 아니라 경제 성장과 경제구조 개선이 먼저인 것이다. 경제보다 이념을 우선시하므로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정책실패’부터 인정하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의 미래를 열 수 있을까.
첫째, 정부가 경제정책 실패부터 한시라도 빨리 인정해야 한다.
경제의 가장 분명한 시그널은 실적이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2.6% 안팎으로, 경제 규모가 12배인 미국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고용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각각 최악이다. 성장율은 물론 투자, 생산, 소득, 소비, 고용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빨간불이다.
한국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데도 정부만 무사태평이다. 오히려 “세계가 놀랄 만큼 잘 나가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황당한 지경이다. 이렇게 현실감이 없으면 IMF가 예상한 대로 급속한 고령화와 노동 및 생산시장 왜곡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2% 초반으로, 2030년대에는 1%대로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모든 정책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경제정책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 아래 수립돼야 한다.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민생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땜빵식 대응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비전이 무엇이고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은 찾아보기 어렵고 전문가들도 의아해하는 설익은 임기응변식 정책이 주도할 따름이다. 정부가 세금을 풀어 고용과 복지를 확대하는 정책만으로는 결코 지속적인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정책 수립의 첫 단추는 정확한 현실 판단이다.
교체된 새 경제팀 수장들처럼 “경기 침체,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거나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에 대해서는 전혀 수정할 생각이 없다”(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는 진단은 사방에서 울리는 경보와는 다른 인식이다. 신념이 고집이 되면 독이 될 수 있다.
예수님이 흠결 없다던 바리새인을 독사의 자식이라고 힐책하신 이유는 항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할 뿐 자신을 먼저 성찰하거나 잘못된 것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가장 먼저 성찰을 가르친다. 세례요한의 첫 일성은 “회개하라(마 3:2)”였다. 예수님은 “자신의 들보를 먼저 보라”고 가르치신다.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마 7:5)” 잘못된 것을 알아야 해답이 나온다. 잘못된 경제정책이 어디에 있었는지부터 바로 보는 성찰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둘째, 경제 정책 쇄신이 급선무다.
이제는 위기다 아니다를 논쟁할 때는 지났다. 체질개선 성장통 운운할 때는 더욱 아니다. 정책변화가 시급하다. 가장 중요한 출발은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 경제가 추구해야 할 비전과 정책 패러다임을 다시 정립하는 것이다. 예컨대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 창출 같은 정책은 길게 봐야 몇 달밖에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정책 추진이 요청된다.
단기 경기부양책 대신 노동개혁, 규제완화 등 구조개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을 먼저 지원해야 고용과 복지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새 일자리 창출로 혁신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정책 쇄신 없는 인물 교체는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제지표를 악화시킨 점을 인정하는 정책 쇄신을 해야 한다.
임금 주도가 아닌 고용 확대를 위한 소득주도성장에 정책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자율을 강화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의 접근방식을 바꾸고 경직된 제도와 정책을 과감히 혁신해 누구나 이 땅에서 신나게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 같은 경직된 고용환경, 강성노조, 시장자율성 억제의 여건에서는 마음 놓고 투자할 수도 없다.
제조업 육성, 감세, 규제 완화 정책으로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장기 불황의 터널이 더욱 깊어지기 전에 정부는 경제정책을 일대전환해야 한다. 기업투자를 견인할 비상수단과 구조적 변화를 강구해야 한다.
인적쇄신은 위기를 인정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인식의 전환과 경제팀 교체가 정책 쇄신이 따라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격이 될 수 있다.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마 9:17).”
지금 한국경제는 다시 회생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성장 동력을 잃고 추락할지 중차대한 시기에 놓였다.
해법은 단 하나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 아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