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사회갈등 최악 … 사회통합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
생계보장 장치가 없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취업자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870만명에 이르러 사상 최악이다. 4년제 대학졸업자의 절반 이상이 정규직 취업을 못하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5세이상 경제활동인구 3명중 1명은 지난 1년간 일해 본 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가구 중 1가구의 가장이 실업자다. 청년 실업이 100만명에 이른다. 경제적 삶의 하향 평준화도 사상최대여서 정규직을 포함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약70%는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이 안 된다.
지금 나라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갈수록 높아가면서 국민의 경제고통지수가 11.6이나 된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다. 외부로부터 불어오는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압박도 거세다. 경제전문가들은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하강하는 장기적 경제침체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한다. 가계 빚은 사상 최악으로 늘어 우리나라 한가구당 평균 약4,000만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다. 생활고로 자살하는 국민만 한 해에 1만2천명이 넘는다. 세계자살예방협회는 한국인의 자살율이 세계1위라고 발표했다.
빈민화 되거나 고통받는 서민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은 양극화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소득상위 20%와 하위 20% 계층간의 소득격차는 약 8배로 사상 최악으로 벌어졌다. 오늘날 양극화는 다수의 못사는 사람과 소수의 잘사는 사람으로 나뉘는 ‘승자독식사회’로 이양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소위 1등만이 살아남는 승자독식사회는 특정분야에 너무 많은 경쟁자를 끌어들여 비생산적인 소비와 투자를 낳는다. 특정분야로의 재화 편중과 사회적 낭비로 일반분야와 다수가 몰려있는 서민경제는 점점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확대 재생산된다. 결국 사회구성원의 능력과 소질을 살려 일할 기회를 잃음으로 사회의 역동성과 총생산이 줄어들고 사회전반의 경직과 실업, 경기침체를 가져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양극화는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의 좌절과 불만을 키워 우리 사회를 갈등과 불안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 주요 34개국중 경제 양극화에 관한 불만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 영국 BBC 방송이 공동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격차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한국에서는 86%로 나타났다.
이대로 가면 그동안 어느 나라보다 단결하며 수많은 국란을 극복해온 민족의 힘이 사라지고 국민은 분열되고 경제는 수렁으로 떨어질 위기이다. 최근 ‘2008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현오석 국제무역연구원장은 “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사회는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는 일대 난관에 처해 있으며 ‘선진화된 한국이냐, 몰락하는 한국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지금의 위기가 새 정부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기에 새 정부는 국민의 새 마음을 다져 함께 허리띠를 졸라메고 나가자고 호소해야 할 때다. 그러나 출범초기 인사부터 이에 역행하는 우를 범했다. 부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의혹의 인사들로 국민이 겪는 어려움과는 괴리된 내각을 발표하고 코드인사를 답습하면서 리더쉽의 부재를 드러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53%의 국민이 “부자내각이 서민생활을 이해 못할 것 같아 우려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가 지도자들의 비양심적인 부의 축적이 국민의 도덕적 헤이를 조장하는 일이 된다면 나라는 희망을 가질수 없다. 사회갈등요소가 최악인 지금 정의와 공의를 바로세우는 것이 사회를 통합하고 나라를 살리는데 가장 필요한 때다.
북이스라엘의 여로보암2세 왕 시절에도 외형은 번영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빈부격차로 사회는 불법과 부패, 타락에 빠졌다. 돈을 위해 의인을 파는 도덕불감증에 걸렸고 권력자는 무사안일에 빠졌다. 이때 아모스 선지자는 부자들과 권력자들을 향해 “궁핍한 자를 삼키며 땅의 가난한 자들을 망케 하려는 자들아”(암 8:4)라고 힐난했다. 부의 편중과 양극화로 피폐해져가는 사회에 개혁을 부르짖으며 어느 때보다 사회통합을 위한 공의와 정의의 실천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 5:24).
지금 새 대통령은 사상 유래 없는 국민의 기대속에 당선된 데다 주요언론도 호의적이어서 그 어느 정권 때보다 큰 힘을 받고 있다. 세계최강국 미국은 상하 양 의회에서 새 대통령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해외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독선과 안일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집권초기 안일하게 대처한 것을 경고하듯 이대통령 당선당시 80%에 달하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최악인 50% 밑으로 떨어졌다. 정부와 여당은 나만 옳다는 아집을 버리고 비판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성경은 항상 경고를 준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 16:18). 바울사도는 몸에 가시가 떠나지 않는 것에 자만하지 않도록 하신 은혜임을 알고 오히려 감사했다(고후 12:5-10).
총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는 새 정부의 순항 여부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 정부에 민심이 떠나고 국론이 분열되면 나라는 더 힘든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안정과 견제 중에 국민이 무엇을 택할 것인가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믿음에 달렸다. 새 정부가 믿음을 회복하는 방법은 지금부터라도 공정성과 정의를 세워 국민화합을 이끌 부끄럽지 않은 리더쉽의 기준을 삼아야 한다.
희망은 지금 이대통령과 새 정부가 밤잠을 설쳐가며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에 강인한 국민도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선 국민의 78.6%가 “앞으로 잘할 것이다”며 앞으로는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용과 선진은 ‘함께’란 토양에서 자랄 수 있음을 명심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