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조직의 국정 농단, 국가 안위에 심각한 문제 …
하나님은 교만과 탐욕 걷어내고 투명과 진실 원하셔 (잠 22:10, 단 4:37)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이 연말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으며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난 28일 세계일보가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 정윤회 동향보고’라는 제목의 유출 문건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정국이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연초에 작성한 것으로 돼있는 문건의 내용은 박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정윤회씨가 청와대 핵심비서관 등 소위 ‘십상시’(중국 후한 말 실세 환관 10명)와 정기모임을 가졌고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설을 기획하는 등 국정운영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건의 진위와 상관없이 비선 조직의 국정 개입 의혹만으로도 이미 정치권은 발칵 뒤집어졌다. 박근혜정부는 국가 명운이 달린 중요한 개혁을 추진하는 시점에 발목을 잡는 사안이 터져 초비상이 걸렸다, 청와대는 문제의 문건이 조작된 것이 아닌 내부문건이라는 점은 시인했다. 그러나 “떠도는 소문을 모아 놓은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며 신빙성이 없는 일종의 ‘찌라시’ 모음 수준으로 치부하며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8명이 세계일보를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럼에도 파문이 확산일로에 있는 것은 청와대 비서관실이 직접 작성한 공식 보고서가 풍문을 모은 찌라시 수준이겠냐는 의문 때문이다. 더우기 문건작성(1월 6일) 직후 작성 당사자인 박경정이 좌천성 경질되고, 뒤이어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까지 물러난 점 등이 단순한 문제로 비춰지지 않게 한다. 문건 작성자인 박경정은 “청와대가 해당 보고서를 ‘사설 정보지를 종합한 수준’이라고 폄하했으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음해하려는 의도”라며 문건의 신빙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출 경위를 둘러싸고도 청와대 내부 갈등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과연 청와대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같은 엄청난 문건이 작성되고, 작성 관련자가 경질되고, 언론에 유출까지 된 것일까.
지난해 말 정부의 각 처 기관장 인사가 늦어지자 세간에는 온갖 ‘내정설’이 흘러나왔다. 문제의 문건은 바로 이 무렵 작성됐다. 작성자인 박 경정은 2월 10일 경질돼 청와대 출신자를 우대하는 관행과 달리 ‘한직’(지난 3월 7일 서울의 한 경찰서 정보과장)으로 발령됐다. 여기에 3월 ‘정윤회, 박지만 미행’이라는 시사저널 보도가 나온 뒤 조응천 공직기강 비서관이 4월에 사표를 냈다. 조 비서관은 ‘문고리 권력’이라는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대척점에 있었다. 3인방은 ‘비선의혹’의 핵심에 있는 정윤회씨의 측근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씨는 1970년대 후반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태민 목사의 사위이자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신망했던 최측근으로 현재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의원비서관으로 뽑았던 인물이다. 조응천 비서관은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20년 지기이다. 결국 박지만 회장-김기춘 비서실장-조응천 비서관 라인과 정윤회-3인방-십상시(대선캠프 출신 전현직 비서관 행정관 10명) 라인 간 권력암투설로 비화되는 맥락이다. 박지만 회장과 정윤회 씨는 정권 초기부터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박지만 회장이 ‘문고리 권력’들을 견제한 것이 핵심 이유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시사저널이 “박 회장이 지난해 말 한 달 이상 정씨 사주를 받은 인물로부터 미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것도 정씨와 박 회장 세력 간 권력 암투의 연장선이라는 의혹 제기였다. 결국 박지만-정윤회 간 파워게임에서 박 회장 측이 밀려 조응천 비서관 라인이 숙청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 회장 육사 동기인 이재수 기무사령관과 국가정보원 인사에서 이른바 ‘박지만 라인’이 교체된 배경도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의혹이다.
대통령을 둘러싼 내부의 권력다툼을 보면서 이 나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씨의 국정개입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새정치연합 박지만 의원이 제기한 ‘만만회’ 의혹 때도, 세월호 참사시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기사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정씨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어떤 공직도 맡은 바 없는 정씨가 이처럼 계속, 이번엔 국정을 마비시킬 정도의 의혹을 일으키며 등장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을 일으킨 문건의 진위여부를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하는 이유이다. 김기춘 비서실장도 정씨를 의심하고 동향조사를 실시하는 등 궁내 권력다툼에 가세한 형국이다. 대통령 주변 측근 인물들이 국정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이처럼 세 싸움을 벌였다면 나라꼴이 어찌될 것인가. 대한민국은 그동안 국정원 대선개입,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세월호 침몰 등 계속되는 사건으로 정치권이 대립하면서 대한민국이 심각한 정체를 겪어왔다. 이번에 세월호법 등을 통과하면서 모든 국력을 경제 살리기에 집중할 때 또다시 동력을 무너뜨릴 일이 터진 것이다. 더우기 박근혜정부는 공무원 연금 개혁, 노동 시장 개혁, 규제 개혁 등에 막 탄력을 붙이는 중이다. 국가 명운과 직결되는 이런 중요한 개혁들을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4월 이전에는 끝내겠다는 구상이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과 북한의 예측못할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재앙으로 닥칠 수도 있다. 정권을 넘어서 국가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내부가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가의 어떤 구상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더욱 힘들다.
차제에 정부와 사정기관이 문건의 유출 경위를 밝히는 일보다 더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문건에 대한 진실 규명이다. 실제 비선 조직이 국정에 개입하는 행태를 보였는지 여부를 철저히 가리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번에 의혹이 불식되지 않으면 이번 같은 일들이 정권 내내 일어날 것이다. 소모적 정쟁, 정권에 대한 불신, 조기 레임덕 등 측근 실세의 준동이 어떤 혼란과 폐해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지난 정권들에서 숱하게 봐 왔다. 진실규명이 이뤄지면 두 번째로 할 일은 다시는 뒤에서 농단하는 이런 일이 없도록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즉 대통령의 보좌기능을 좀 더 공적이고 개방된 조직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할 일은 유출 경위와 관련한 청와대 안 밖의 기강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현재 문제의 문건 외에도 민정수석실이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올 2월까지 작성한 공직자 비위 감찰과 동향 보고 문건이 대량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4월에 파악하고도 회수나 문책 등의 조치없이 해당 비서관을 교체하는 선에서 쉬쉬하고 넘어갔다. 이같은 무사안일 태도가 화를 키우는 원인이다. 이 일의 진두지휘자는 박대통령이 되야 한다. 국정 운영의 중심을 잡아 나갈 사람은 박 대통령 말고는 아무도 없다. 나라를 걱정하고 위하는 대통령으로서 측근의 진정한 도움을 바랄 수 있다. 그러나 측근이 이를 이용해 권력투쟁화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것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이 기회에 주변 측근을 단속하고, 거명된 측근을 퇴진시키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성경은 다툼은 교만과 탐욕에서 비롯된다고 가르친다. “너희 중에 싸움이 어디로부터 다툼이 어디로부터 나느냐 너희 지체 중에서 싸우는 정욕으로부터 나는 것이 아니냐”(약 4:1) “교만에서는 다툼만 일어날 뿐이라”(잠 13:10) 진실을 규명하므로 국정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비선을 퇴진시켜야 하는 이유다. “거만한 자를 쫓아내면 다툼이 쉬고 싸움과 수욕이 그치느니라”(잠22:10) 진실에는 교만도 탐욕도 끼어들 수가 없다. 진실은 하나님의 속성이자 기뻐하시는 일이다. “그의 일이 다 진실하고 그의 행하심이 의로우시므로 무릇 교만하게 행하는 자를 그가 능히 낮추심이니라”(단 4:37)
국정운영의 두뇌와 같은 청와대 조직을 투명하고 진실한 조직으로 탈바꿈 시켜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을 도와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진실한 위인들이 가득한 청와대가 되도록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이 급선무인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