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시대에 외교력 약화 한국 정부가 자초 ...
악화되지 않을 것 믿고 하나님께 간구해야 (왕하 14:26~27)
바이든 새 미국 정부는 대북정책을 세우는 초기 과정에서 한국에 뭐라고 직접 말은 안하지만 한국 정부의 세련되지 못한 외교를 보고 있을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이기 때문에 첫 인상이 중요하고, 한국의 태도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포함한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작금의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읽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미숙한 외교가 계속 노출되고 있는 것은 무척 아쉽다.
한 예를 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한미정상 간 통화에 앞서 시진핑 주석과 한중 정상통화를 먼저 했다. 미국의 대중국 강경 입장 속에서 한국의 외교 전략상 우리의 입지를 스스로 좁힌 예이다. 한국이 중국에 이용당한 것이다. 중국은 먼저 정상통화를 제안했고, 한국 정부는 ‘좋다구나’ 하고 받았다. 중국은 이 사안을 단순히 정상통화만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중국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먼저 중국의 의도를 파악했어야 했는데 선수를 빼앗긴 것이다. 미국의 새 행정부와 처음에 공조를 어떻게 하느냐가 향후 몇 년을 좌우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전혀 준비가 안 된 것처럼 대응했다. 처음부터 한미정상 간 통화를 먼저 적극적으로 시도했어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애걸하는 듯 비춰지고 있다. 그럴수록 중국은 더 한국에 사드 추가 배치 말 것,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망 체계에 편입하지 말 것,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말 것에 대한 ‘사드 3불’ 주장을 강화할 여지를 주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내정간섭에 가까울 만큼 일일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이후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대만을 지척에 둔 샤먼으로 정의용 장관을 급거 초청한 것은 미·중 경쟁에서 중국 편에 서라는 압박과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된 것은 한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한국 정부가 ‘대북 제제 완화’나 ‘북한과 대화 먼저’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과 결을 같이 하며 주장하는 모습은 한국의 입지를 줄이고 한국의 외교력 약화를 부를 뿐이다.
이같은 한국의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미국으로선 한반도 문제에 일본을 끌어들여 일본을 지렛대 삼으려 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로 인한 한미일 연대 강화로 일본의 위상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국에 직접 피해를 입히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상 방류를 미국이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한국의 약해진 외교력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3국 안보실장 회의를 통해서도 북핵 외교에서 일본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로 존재감이 상승한 일본이 당사자가 아닌 한반도 문제에서도 목소리를 키우게 되었다. 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은 유엔 대북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했다. 한·미·일의 공동성명이지만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에 대한 미·중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그만큼 한국의 위상과 외교 역량은 쪼그라들고 있다. 특히 한국 외교의 근간이 돼야 할 미국과 바이든 행정부 초기부터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한 사안은 많지만 대북전단금지법 하나만 더 살펴보자. 미국 의회가 지난 15일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을 청문회에 올린 것도 한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며 한국정부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청문회 참가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한국 대중음악의 북한 유입을 막는 ‘반 인권, 반 성경·BTS 풍선법’”이라고 직설적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위원회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의원(공화당)은 “한국 정부가 근본적으로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서 후퇴했다”며 “2500만명의 북한 주민들에 대한 자유와 건강, 복지를 포함하지 않은남북관계 신뢰 구축 시도는 실수”라고 말했다. 공동의장인 짐 맥거번 의원(민주당)은 “한국 국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의 수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나선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체포돼 구금된 가족 3명과 자매 2명 등 탈북민 5명에 대해 문 대통령이 6개월 이상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중국·아이티·나이지리아 등을 겨냥해 인권 청문회를 열어온 초당파 위원회가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그런 독재 국가들과 동급으로 낙인 찍어 미 의회의 도마 위에 올린 것은 ‘민주화·산업화를 동시 달성한 모범국가’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참담한 일이다. 소련·동구 몰락의 가장 큰 요인이 ‘외부 정보 유입’이었다. 독재에 신음하는 주민들에게 정보를 공급해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이 소련·동구 몰락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은 자유민주세계의 승리로 기록된 세계사의 가장 자랑스런 부분의 한 페이지이다. 그런데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는 한국이,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수년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에서도 빠지더니 급기야 북한에 정보를 공급해온 인권운동가들을 엄벌하는 법을 만들었다. 정부·여당은 ‘접경 주민의 안전’ 운운하며 여론몰이를 하고 대북전단금지법 처리를 합리화한다. 그러나 그런 논리는 핑계일 뿐 본질은 김정은 비위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은 자유민주세계의 흐름과 역행하는 정부의 힘에 의한 강제적, 반인권법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부르고 있다. 급기야 지난 19일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냈다. 아이린 칸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클레멍 불레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메리 로러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요청하는 서한에서 “한국 내 표현의 자유 권리 향유와 일부 민간단체와 인권 옹호자들의 합법적인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다”면서 “이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19조(표현의 자유) 및 22조(결사의 자유)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는 개정안이 결과적으로 과잉처벌 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개정안의 국제 인권법 준수 여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특히 개정안이 불법으로 규정한 활동의 범위에 대해 설명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만 아니라 유럽연합과 유엔,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하고 있는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
미 의회가 다음 달 하순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권 청문회를 연 것도 예사롭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련한 외교 전문가다. 상원 의원 시절 ‘인종 청소’로 악명 높았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 면전에서 “당신은 망할 전쟁범죄자”라고 일갈할 만큼 인권 문제에 비타협적인 지도자다. 한·미 동맹은 군사 동맹에 앞서 민주주의·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이다. 미국이 작심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하고 나섰는데도, 납득하기 힘든 변명으로 넘어가려 하면 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 이미 미 국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인권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청문회 개최의 동인을 부여했다. 또 우리 정부가 청문회의 파장 축소에 급급하자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대북전단금지법을 재검토할 도구를 갖추고 있다(14일)”며 다시금 한국을 압박하고 청문회에 힘을 실어줬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미 의회뿐 아니라 미 행정부의 핵심 관심사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