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두가지 대원칙 훼손돼선 안 돼 …
하나님은 우리에게 평등한 제도와 시대적 책임 요청하고 계셔 (민 15:15, 마 11:28)
공무원연금 개혁이 험로를 내달리는 가운데 지금대로라면 용두사미가 될 우려까지 생긴다. 여야가 지난해 12월 23일 입법 시한을 5월 2일로 합의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이 일단 무산됐다. 다시 ‘연금국회’ 겪인 5월 임시국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 문제는 개혁안을 처리하는 자체가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여야가 논의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한 안이란 연금보험료로 내는 돈(기여율)을 월 급여의 7%에서 9%로 조금 늘리고 받는 돈(지급률)은 현행 1.9%에서 1.7%로 쥐꼬리만큼 줄인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것도 향후 20년에 걸쳐 조금씩 줄이고 연금 가입 기간을 33년에서 36년으로 늘려 결과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게 했다. 공무원 평균 월급인 467만원을 받는 공무원이 36년 일하고 은퇴하면 월 285만원의 연금을 받는데, 현재와 비교하면 7만원 줄어드는 것이어서 누구도 깍았다고 말할 수 없다. 개정하고도 일반 국민보다는 1.7배나 더 받는 특별대우가 여전하다. 현재 월급쟁이 국민이 평균 소득인 200만원을 받고 40년 일했을 경우 월 연금액을 80만원 받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크다.
많이 주는 것을 탓하랴만 문제는 공무원연금이 적자가 나면 세금으로 메워주도록 한 공무원연금법에 있다. 연금 적자가 얼마가 돼도 무조건 세금으로 메워 주도록 돼있으니 도덕적 해이가 심해질 것은 당연하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50:1을 넘나드는 이유를 알만하다. 일반 국민이 40년동안 직장생활하지 못하는 현실대로 보면 현재 평균 국민연금 지급액 34만원을 받는 국민들이 평균 218만원을 받는 공무원의 연금이 끊기지 않도록 적자보전, 즉 공무원의 노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현재 개정안은 국민을 속이는 꼼수 안이다. 불과 몇년 뒤엔 미미한 절감 효과마저 사라지는 개혁의 시늉만 냈다. 올해로 연간 공무원연금 보전금이 3조원을 넘게 되 하루 100억원 가량의 세금이 적자보전을 위해 쓰인다.
합의안으로 개정을 하면 2021년에 다시 3조원의 적자가 발생해 6년 뒤 현재의 문제가 원상태가 되는 것이다. 4년 더 뒤엔(2025) 6조원으로 껑충 뛴다. 국민들이 자신들은 쥐꼬리만한 연금을 받으면서 한 해 40만명인 은퇴 공무원의 연금을 대주기 위해 하루에 수백억원씩 세금을 더 모아야 하는 기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개정안대로라면 70년간 1654조원의 천문학적 금액을 국민 세금으로 부어넣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원래의 목적이던 국가 재정의 막중한 부담을 줄이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려던 개혁의 대원칙은 실종되고 만다. 기존 공무원과 신규 공무원을 분리해서, 특혜의 성격을 띤 공무원연금을 앞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하려던 구조 개혁은 생각지도 못한다. 게다가 정치권은 보험료 0.2%를 아주 조금씩 20년동안 줄이는 것도 못내 미안했던지 공무원들이 좋아할 만한 다른 이익조항을 많이 끼워 넣었다. 월급 300만원 이하 공무원은 오히려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해 준 것은 그 한 예다. 또 20년 가입해야 연금을 타던 것을 10년으로 줄였다. 또 공무상 재해만 재해 보상 급여를 주었지만 앞으로는 공무가 아닌 일로 재해를 입어도 연금에서 급여를 주기로 했다. 그동안 공무원들이 불리했던 조항을 모두 얻어낸 공무원노조의 완승인 셈이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랬더니 오히려 더욱 꼼꼼하게 혜택을 주는 법안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왜그랬을까. 이유는 당연히 선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야의 야합이다. 선거전에서 공무원연금 대상 107만명의 조직화된 공무원의 힘을 의식해 국가재정파탄, 빚더미유산 같은 절대절명의 국가과제 앞에서 정치인들이 양심과 염치를 내팽개친 것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면서 상관도 없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제를 끌어들인 점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다. 즉 40년 일할 때 월평균 소득의 40%가 연금액이 된다. 1년에 1을 곱하는 것이다(이에 반해 앞서 말한 공무원연금의 합의 개정안은 1.7을 곱한다). 이 40%를 50%로 상향한다는 것이다.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므로 결국 올린 만큼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문제는 지금보다 연금을 겨우 20% 더 받기 위해서 연금보험료를 현행 9%에서 15~20%로 거의 두배를 더 내야 한다. 이런 바가지 인상이 예상되는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정치권은 2천만명이 넘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므로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무리수가 분명한 공무원연금 개정안의 높은 지급률을 무마하기 위해 국민연금 인상을 졸속 추진한 눈속임이자 물타기의 전형이다. 포퓰리스트들이 국민의 미래를 제멋대로 농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국민연금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공적연금을 수술하는 가장 큰 목적은 재정 안정에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무원연금이 첫 대상이 된 이유다.
그 다음은 2033년 고갈이 예상되는 사학연금이다. 군인연금은 오래전 펑크가 났다. 이러한 공적연금을 제대로 개혁한 뒤 가장 적게 받고 2060년 소진이 예상되는 국민연금 역시 맨 마지막에 시간을 두고 손을 대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1960년만 해도 현직 공무원 30명이 퇴직 공무원 1명을 부양했다. 출산율의 변화 등으로 현재(2013년)는 공무원 3명이 퇴직 공무원 1명을 부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60년대에 만든 공무원연금 제도를 그대로 둔채 문제를 해결하자니 국민 혈세를 하루에 100억원씩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미래세대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수밖에 없다. 말그대로 ‘지금보다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는’ 개혁이 돼야 하는 이유다. 현재의 연금제도는 세대간 갈등의 주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8.6%로 OECD 평균(12.4%)보다 4배나 높은 1위다. 불안정한 일자리로 노인이 되도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가 1092만 명이나 된다. 또 젊은 세대엔 현재의 적립액이 고갈되면 결국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그럼에도 40여년 후엔 노인과 퇴직 공무원을 먹여살리기 위해 번 돈의 4분의 1 이상을 보험료로 내서 매년 수십조원씩 갖다 바쳐야 한다.
노인과 공무원에게 저당잡힌 노예나 마찬가지다. 지금의 한국의 노인들도 빈곤율이 높은데, 젊은 세대는 훨씬 암울한 미래를 내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 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시대적 책무이다.
이웃 일본이 아무리 싫어도 연금문제에 대한 대처는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은 이미 우리보다 10년 먼저(2005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을 추진했다. 당시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말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잃어버린 20년’ 불황 동안 젊은 인재들이 나라의 부를 개척하는 기업 대신 안정적인 기득권만 노려 공직사회로 몰려갔다. 이를 바로 세우는게 공무원 개혁이다. 비효율적인 공무원의 수를 줄이고 일반 회사원보다 20%를 더 받는 공무원연금과 은퇴 공무원의 낙하산 취업 등 특권을 없애야 한다.” 일본은 이같은 핵심을 짚고, 오랜 시간 국민 모두가 동참하는 투명한 개혁 과정을 거쳐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해 차별을 없애고 소득대체율도 확 낮춘 연금개혁의 마침표를 오는 10월에 찍게 됐다. 일본은 이미 변하는데 국민 위에 군림하던 공무원상을 물려준 일제의 잔재가 지금 한국에 남아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도 각종 인허가권과 각종 사업을 통한 재정 집행권을 쥐고 한해 13,000명이 넘는 공무원이 비리혐의로 적발될 만큼 공무원 사회가 각종 특권으로 인한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국민의 심복 공무원으로 제자리를 찾는 물러설 수 없는 국가 개혁의 중대한 축이 되는 이유다.
하나님의 핵심 가르침은 차별 없는 세상의 실현에 있다. 성경은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므로 동일한 법과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너희나 우거하는 타국인이나 한 율례니 너희의 대대로 영원한 율례라”(민 15:15) 공적 연금의 평등을 실현하므로 모두가 동일한 미래의 혜택을 꿈꾸는 세상을 이루는 것이 우리 시대에 주어진 책무이다.
예수님은 2천년 전 당시 뿐 아니라 먼 미래 세대의 모든 인류를 살리기 위해 속죄의 희생양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해주셨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예수님의 마음처럼 미래 세대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고 소망의 미래를 열어 주기 위한 시대적 책임을 감당할 공적연금 개혁에 속히 나서야 할 때다.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렘 2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