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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운명 달린 신 기후체제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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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위기의식 반영했지만 갈길 멀어 …

하나님 원하시는 한국의 역할 다해야할 때 (몬 1:18, 마 16:24)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로 불렸던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프랑스 파리에서 2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2일 폐막했다. 테러사태에 대한 공포를 넘어설 만큼 전 지구적 관심이 뜨거웠던 회의에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역사적인 ‘파리 기후협정’이 마침내 체결됐다. 이로써 20여년에 걸친 전 세계의 기후변화 협상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외신들은 “전세계가 전환점을 맞았다”며 기쁜 소식을 알렸고,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전 세계의 선언문”이라고 환영했다. 195개 당사국 대표들이 참석해 체결된 파리 협정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가 합의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협정이다.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인류적 기후체제의 틀이 마련됐다는 큰 의미를 갖는다. 선진국끼리만 모여 1997년 출범한 교토의정서는 미국, 일본, 캐나다, 러시아 등이 잇탈아 탈퇴해 추진동력을 잃고 말았었다. 온실가스 배출 비중도 전세계 배출량의 15%만 대상이어서 실효성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협정엔 세계 1, 2, 3위 배출국인 중국, 미국, 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전 세계의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동참했다. 앞으로 세계 각국은 5년마다 탄소 배출 감축 약속을 잘 지키는지 검토를 받아야 한다. 기후 재앙을 막는 새 틀을 만드는 시점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공통된 세계 국가들의 절박함이 이같은 성공적인 합의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 2위를 달리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선진국을 대표하는 미국은 기후변화협약 체제를 20년 넘게 무력화시키는데 앞장선 나라였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미국 경제를 심각하게 해친다”며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미국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살길이라며 중국 등 세계를 다니며 설득하는 기후변화 전도사가 됐다. 중국도 그동안 개도국보다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조하며 기후체제 동참을 거부했었다. 이런 미국과 중국을 변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은 실제로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가 피부로 느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기온 상승으로 해수면이 높아져 미국 플로리다가 침수 위기에 처하고 캘리포니아는 4년 대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가뭄과 물 부족, 대기 오염 현상이 견딜 수 없을 지경으로 치달았다. 국내 상황 변화도 한몫 했다. 미국은 2009년 상업생산에 성공한 셰일가스 혁명으로 49%에 달했던 발전 석탄 사용 비중이 2012년 37%로 감소했다. 미국 입장에선 잘만 활용하면 무섭게 추격하는 개발도상국 중국·인도의 발목을 잡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도 환경오염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외국기업과 근로자, 심지어 자국 부호들까지 환경오염을 피해 탈중국 러시가 가속화되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작년 11월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공동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을 선언한 것은 이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신 기후체제의 출범은 탄소저감이 거부할 수 없는 지구촌의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파리 협정을 통한 전 세계의 목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훨씬 작게, 1.5도로 억제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파리 협정에 1.5도라는 수치가 처음으로 명기된 것은 큰 진전이다. 즉 지구 평균기온은 1880년부터 2012년 사이 0.85도 올랐으므로 1.5도로 목표를 세울 경우 앞으로 이번 세기말까지 인류는 지구 평균기온이 0.65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수점 이하 수치라서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겠지만 사람의 체온이 0.5도만 올라도 몸살이 나는 것과 비교하면 이해될 것이다. 이 거대한 지구에서 지난 133년간 섭씨 0.85도의 상승이 어마어마한 에너지 이동으로 땅과 바다와 공기가 난동을 부리고 있는 지금의 변화에서도 알 수 있다. 가뭄, 홍수, 해일, 태풍 등 기후재앙의 빈도가 크게 높아진 현재와 19세기 후반의 지구 평균기온은 채 1도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기상이변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물과 식량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로 인한 환경난민이 무서운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이는 현재의 유럽 난민 사태와 내전, 테러의 창궐에서 보듯 앞으로 국제 분쟁과 지구적 전쟁의 씨앗이 될 것이다. 생태계 교란과 질병의 창궐도 인류의 삶과 건강을 결정적으로 위협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인류는 파리 협정의 준수에 지구촌의 운명을 걸게 됐다.

그러나 인류의 운명을 걸기엔 파리 협정엔 큰 문제점이 남는다. 각국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강제할 수단이나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구속력을 가진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 협정엔 강제수단이 없어 실제 감축계획을 실천하지 않는 국가가 있어도 손쓸 도리가 없다. 2009년에도 코펜하겐 당사국총회 시 법적 구속력 부여 여부가 문제가 되 체결이 결렬됐었던 것을 보면 구속력 없는 파리 협정이 잘 지켜질지 의문이다. 단적인 예로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논의 중이던 지난 9일 필리핀 정부는 향후 5년간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력발전소 23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포스코에너지도 최근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준공했다. 한국은 현대, SK, 두산 등 대기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대기오염의 주범인 석탄사업을 세계적으로 벌이고 있다.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40%를 차지하는 화석원료는 공급이 원활하고 가격이 저렴해 특히 개발도상국가에 경제 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 출신의 켈먼 런던대 교수는 “각 정부가 변화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관련 법제에 대한 의회비준을 받아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제기했다. 누적 탄소배출량으로 볼 때 가장 큰 지구온난화 위협의 주범인 선진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벌써부터 미국의 탄소저감 관련 법제에 대한 미 의회 비준에 대해서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80년대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이 대두되던 초기 미 의회에서 ‘온실가스 효과’가 지구 온도 상승의 주범이라고 경고했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장 출신인 저명 기상학자 한센 박사는 파리 협정에 대해 “완전 사기”라고 일갈했다. 그는 “화석연료가 가장 싼 에너지로 남아 있는 한 계속 소비될 것”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만이 유의미한 온실가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금 도입 외에는 최악의 참사 이전에 온실가스를 충분히 감축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한국은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석탄화석연료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77%가 나올 만큼 석탄은 아직 한국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반면 대체 에너지에 관한 우리의 경쟁력은 거의 제로 수준이다. 미국 CIA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9%로 세계 최하위권인 82위이다. 덴마크(43.1%), 독일(41.2%)은 쳐다볼 수조차 없고 우리가 오염대국으로 지목하는 중국(9%)과도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신재생에너지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글로벌 흐름을 한국이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한국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의 두 배나 빠르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 평균 온도는 이미 1.5도나 높아졌다. 지난 10년간 폭염으로만 2200여명이 사망했고, 기상재해 피해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의 온난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2100년까지 온난화에 따른 피해액이 2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를 토대로 기상청이 예측한 21세기 중반(2046~2065년) 한국의 기온은 지금 추세라면 평균 3.7도 높아진다.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상당히 실현된다고 가정해도 현재보다 2.3도나 올라간다.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게 온난화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한국의 현실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비율이 높고 값싼 화석연료 에너지원을 바탕으로 물건을 생산해 온 한국의 산업구조상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으로서 화석연료 규제는 성장 정체와 직결되는 난제인 셈이다. 현재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줄이겠다는 자발적 감축안을 유엔에 제출해놓고 있다. 25.7%는 국내 산업활동 등을 통해 줄이고 나머지 11.3%는 해외에서 사와서 인정받기로 했다. 애초 계획보다는 후퇴한 최저 마지노선인 셈이지만 이마저 배수진의 각오와 실천이 있어야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식과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만이 살 길이다. 이를 위해 한국이 앞장서서 세계와 함께 가야 할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 신재생에너지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파리 협정 후 유럽 120개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구성된 기후변화를 위한 기관투자가 그룹(IIGCC)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이제 높은 비율의 탄소 자본이 가지는 위험성을 고민하고 저탄소 전환과 관련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데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성명을 냈다. 이제 국제사회는 신 기후체제에서 에너지시장 재편을 앞두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원 보조금 지원, 발전설비에 대한 RPS제도(500MW 이상 발전사업자의 일부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제) 도입, 배출권 거래시장 등 변화에 따라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시장에 총 약1경 7687조원(12조 3000억달러) 규모의 신규투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중국은 배출권 거래 시장에 뛰어들 채비에 나섰다. 위기는 또다른 기회의 시작이다. 신 기후체제가 한국에게 위기가 되느냐 기회가 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기존 산업구도에서 머무르지 말고 한국이 누구보다 먼저 껍질을 벗고 탈바꿈해야 한다. 새로 열리는 신재생에너지시장을 선점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서둘러 구축하고 국내 시장을 서둘러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 배출권 거래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중공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에 대한 국가적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 신기후체제에 선제로 대응하면 우리의 미래 세대가 꿈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며 저탄소 녹색경제를 구현하고 지속발전이 가능한 선진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둘째,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일깨워 준 것은 책임과 공생의 길이다. 함께 자멸하느냐 아니면 공생하느냐 하는 인류가 반드시 함께 풀어야 할 절체절명의 공통의 과제이다. 파멸을 앞두고 개개인과 개별 국가의 이익만 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 지구 온난화는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들에게 책임이 크다. 아담 한 사람으로 인해 모든 인류가 죽었듯 성경은 언제나 책임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다.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들어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롬 5:12) 따라서 각자의 책임이 모인 공동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기후변화 위기가 닥친 이제부터라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촌이라는 공동체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각 국가가 나만 잘 살겠다는 탐욕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를 일으켜 죄없는 나라들까지 사경으로 몰아넣는 일을 그칠 수 있다. 실제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사태에 온실가스 저감 비용을 들여야 하는 2중고에 놓이게 됐다. 이제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참회와 반성으로 서로 돕는 상생의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파리 협정에서 선진국들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처를 돕는데 매년 최소 1000억 달러(약118조원)을 지원하고 수몰위기의 섬나라 지원에도 나서기로 한 것은 책임과 공생의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법적 구속력이나 보상 의무는 없지만 그러기에 이 약속은 더 지켜져야 한다. 책임 의식과 공생의 정신만이 지구촌의 남은 희망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속죄의 의미는 물론이고 맡은 자의 책임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부분까지 미친다는 것은 성경의 지속적인 가르침이다. “그가 만일 네게 불의를 하였거나 네게 빚진 것이 있으면 그것을 내 앞으로 계산하라”(몬 1:18) 또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하나님의 선물인 지구환경을 보존하는 방법이므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류가 가야 할 길이다. 탄소 배출량 세계 7위의 한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예수님이 자신의 인간적 소욕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셨듯이, 한국이 눈앞의 비용과 돈을 앞세우기 전에 탄소배출의 무거운 책임과 공생의 길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한국에 부여된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지구촌이 함께 사는 공생의 길로 인도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날 중간자로서 한국의 책임을 다하고 복음을 전파할 세계 인류를 위해 하나님이 한국에 원하시는 역할을 다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