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불러올 해일 …
하나님 앞에 나라와 민족 위한 에스더와 다니엘의 기도 있어야 할 때 (욥 12:23~25, 삼상 17:47)
한국전쟁 때를 되돌아보면 전쟁 시 주변국의 참전은 예상못한 변수가 되어 전황을 뒤집기도 한다. 유엔군의 반격으로 압록강까지 진격했으나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선은 다시 남쪽으로 밀려났고 1951년 봄부터 양측은 한반도의 중부에서 교착 상태의 소모전이 지속되었다. 휴전을 앞두고 땅을 한뼘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2년 넘게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남북 모두 안타까운 희생이 계속됐다.
우크라이나전도 조기 종전을 다짐해온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 최대한 유리한 협상 조건을 만들고자 러시아 서부 교전지역에서 양측의 공방이 격화되며 희생이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 포기를 조건으로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목표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5분의 1을 점령한 상태 대로 종전을 바라지 않는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서부 요충지인 쿠르스크를 기습 공격해 일부를 점령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와 영토 교환으로 빼앗긴 영토를 되찾겠다는 속내이다. 양측 모두 절박한 전투에 북한군이 변수를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미 백악관은 북한이 러시아 크루스크에 1만2000명을 파병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북한 군인들이 이역만리 땅에 가 인명 살상용 드론과 집속탄 등 ‘낯선’ 무기를 맞닥뜨리고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다. 너른 벌판으로 이뤄진 러시아 지형에 익숙지 않은 북한 병사들이 40~50명씩 눈덮인 새하얀 들판을 뛰어가는 것에 대해 우크라이나 무인기 부대장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완벽한 목표물이었다”면서 “무인기와 포대, 그 밖의 무기들이 그들을 타격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북한군이 희생된 댓가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전방 진지의 박격포·유탄·드론 등 중화기 탄약 소모를 유도한 뒤 북한군이 쓰러진 전장에 기갑 부대를 투입한다. 러시아군이 잇달아 우크라이나군 점령 진지를 탈환하는 전과를 올린 데는 ‘총알받이’가 된 북한군의 어처구니없는 희생이 있었다. 현대판 인해전술인 셈이다.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동원한 인해전술로 우크라이나군이 기습 점령했던 쿠르스크 지역 절반을 탈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북한군의 무모한 행동이 ‘인명경시’ 사고로도 비춰졌다. 한 우크라이나군 대대장은 북한군은 지뢰밭을 몸으로 통과하는 ‘인간 탐지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서로 3~4m 떨어진 곳에서 한 줄로 걸어가다가 한 명이 폭사하면 의무병이 뒤에서 시체를 수습하고 무리가 차례로 이어서 이동한다. 그렇게 지뢰밭을 통과한다”며 “그들 지휘관은 인명 손실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였다”고 진단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9일 “쿠르스크에서 북한군 사상자가 4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DC의 씽크탱크인 전쟁문제연구소(ISW)는 16일 보고서에서 “북한은 약 1만2000명의 병력을 쿠르스크 주로 파병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지금과 같은 높은 사상자 발생이 계속되면 앞으로 12주(4월 중순쯤) 내에 모두 죽거나 부상 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24일,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쿠르스크 전투에서 숨진 북한군 병사의 품에서 우리말 일기를 발견해 공개했다. “그리운 조국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 전쟁에 임한 군인의 살기나 생사를 오가는 처지에 놓인 두려움, 억울, 분노 같은 감정은 어디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생일을 맞은 친구를 축하했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 뿐이던 평범한 한 젊은이가 먼 이국의 차가운 벌판 위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북한은 죄없는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았을뿐 아니라 파병 군인의 가족도 집단 이주·격리시켰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가 있었다. 북한 주민들에게 파병 사실을 숨긴 북한 정권으로서 북한 내부 민심의 동요를 막고, 파병 군인의 탈영을 방지하기 위해 가족마저 ‘인질’로 잡은 셈이다.
불쌍한 어린 소년, 현대전에 무지, 총알받이, 인해전술, 이 같은 말이 북한군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듯 했다. 과연 이것이 북한군의 진짜 모습일까. 파병 초기의 허술한줄만 알았던 북한군 모습과 달리 반전이 일어났다. 북한군이 낯선 지형과 현대전에 빠르게 적응하고 러시아군보다 전문적이라는 외신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 체푸르니 중령은 13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은 젊고 의욕이 넘치고 신체적으로 건강하며 용감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은 무기 사용에 능하고 잘 훈련돼 있다”며 “좋은 보병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 제80공수여단 소속 군인 본다르도 12일 북한 군인들은 신체 훈련이 잘 돼 있으며 안정적인 사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소형 무기를 다루는 북한군의 능력이 최상위 수준이라며 이들이 놀랍도록 많은 수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며 일종의 목숨 건 ‘드론 사냥법’에 대해 말했다. 그는 “한 명이 달려가 주의를 끄는 사이 매복해있던 다른 한 명이 조준사격으로 드론을 격추한다고 상상해보라”며 생소한 첨단무기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응하는 북한군의 전투력에 두려움을 나타냈다. 그는 “한 사령관은 북한 군인들에 비하면 2022년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투입된 러시아의 민간 용병이다. 이 그룹 수장인 프리고진이 2023년 ‘반란 사태’ 뒤 의문사하면서 용병들은 와해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군 사이에서 북한군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유소프 대변인은 숙련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와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군이 실제 전투 경험을 쌓고 있다”며 “특히 폭발물이 장착된 드론에 대처하는 방법도 익히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조차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새로운 수준의 위협”이라며 “역내 국가들은 앞으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도로시 주유엔 미국대표부 차석대사도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군이 전투 기술을 급속도로 습득하고 있는 데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신냉전체제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16일 키어 영국 총리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시설 구축을 검토한다’고 명시한 영국과 우크라이나 양국 간 ‘100년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영국은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128억 파운드(약 22조 8000억 원) 상당의 군사 원조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미국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대한 5억 달러(약 7307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침공 개시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총 557억 달러(약 74조원)가 넘는 군사적 지원을 했다. 유럽 나토 동맹국들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56개 국가의 연합인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을 결성하고 방공 무기체계를 지원하는 등 러시아에 맞서 왔다.
러시아로선 홀로 싸우는듯 기력을 소진하며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있을 무렵, 북한의 군사지원이 전황을 바꾸는 새로운 자양강장제가 되었다. 지난해 12월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무기공장 200여곳을 총동원해 러시아에 지원할 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철도와 선박을 통해 점점 더 많은 탄약을 러시아에 보내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 코발렌코 ‘거짓정보 대응센터’ 센터장은 러시아가 쓰는 박격포 포탄 중 60%가 북한산이라면서 “북한 탄약이 러시아의 방어력을 지탱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군사 지원은 러시아가 세계 무대에서 고립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푸틴 대통령의 더 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서 “북한의 파병은 러시아에 전쟁을 장기화할 추가 인력을 제공하고, 우크라이나의 병력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점진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