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은 19세기 후반부터 연해주 등으로 이주한 한인과 그 후손을 일컫는다. 상당수는 1937년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옮겨졌고, 최근에는 후손들이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국에서 자라는 고려인 아이들…‘선교 대상’ 넘어 우리의 다음세대로
국내 고려인 12만명 넘어…청소년 약 2만명 추정
굿네이버스, 고려인 대안학교에 운동장·한국어교육·자격증 과정 지원
교육부도 이주배경학생 ‘체류자격 기반 진로설계 안내서’ 첫 보급
한국어·진학·체류자격·정체성 문제 겹쳐…교회 다문화사역도 전환점
지난 19일 한 학교에 특별한 운동장이 문을 열었다.
굿네이버스와 우리카드가 고려인 청소년들이 공부하는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에 운동장을 완공한 것이다.
단순한 시설 기부는 아니었다.
우리카드가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을 통해 지원한 사업비는 총 1억5000만원. 2025년 10월부터 12개월 동안 운동장 조성과 함께 학생들을 위한 꿈 지원 프로그램, 한국어교육,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 취득 지원 등이 진행됐다.
운동장 하나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곳에서 뛰는 아이들이다.
굿네이버스가 재외동포청 자료를 인용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거주 고려인은 12만명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청소년은 약 2만명으로 추정된다.
고려인은 19세기 후반부터 연해주 등으로 이주한 한인과 그 후손을 일컫는다. 상당수는 1937년 소련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옮겨졌고, 최근에는 후손들이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혈통의 뿌리가 한국이라고 해서 한국사회 적응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에게는 학교 수업부터 장벽이 된다. 부모의 체류자격에 따라 자신의 진학과 취업 선택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9월 22일 ‘이주배경학생 맞춤형 진로지도 강화’를 위한 ‘체류자격 기반 진로설계 안내서’를 보급한다고 발표했다. 체류자격 때문에 진학·취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학교 현장에서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이는 이주배경 청소년 문제가 이제 단순한 한국어교육을 넘어 진학-취업-체류-정착을 연결해서 접근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교회가 만나는 ‘선교’의 모습도 달라졌다
한국교회에도 중요한 변화다.
과거 해외선교가 선교사를 다른 나라로 파송하는 형태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 한국에서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성장하는 이주배경 아이들에게 교회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예배만이 아니다.
한국어교육과 학습지원, 친구 관계 형성, 진로 멘토링, 부모와 학교 사이의 의사소통 지원 등이 함께 필요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주의할 부분이 있다.
이 아이들을 계속해서 ‘도움을 받는 외국인’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친구를 만들며 성장하는 아이들은 이미 지역사회의 구성원이다.
교회 역시 이들을 단순한 ‘선교 대상’으로 볼 것인지, 함께 신앙공동체를 만들어갈 다음세대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로뎀나무국제대안학교에 만들어진 운동장은 그래서 단순한 체육시설 이상의 질문을 던진다.
한국교회가 다음세대를 이야기할 때, 그 ‘다음세대’ 안에 고려인과 이주배경 청소년도 들어 있는가.
READER RESPONSE
독자 반응
공감은 로그인 없이도 같은 네트워크에서 한 번만 남길 수 있고, 댓글은 로그인한 회원이 작성합니다. 원본 IP는 저장하지 않습니다. 타인 비방·광고·허위정보 댓글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의견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