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시대 개막 여파 전망 …
공존 공생을 위한 예수님의 사랑의 가르침 더욱 절실해가는 시대 (마 20:26~28, 요 15:9~13, 눅 6:36,37)
미국이 세계 일류 국가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 기축통화와 세계 통용 언어의 나라로 지금의 자유민주 정치체제를 세우고 21세기 세계 문명을 선도해왔다. 물론 국제정치 무대에서 무사공평하지 못한 처신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고 많은 배신도 했지만, 그럼에도 미국이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의 이념과 미국 예외주의의 뿌리 깊은 전통이 미국을 만들었고 세계의 리더 국가로 자리하게 만들었다.
미국 예외주의란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며 특별한 사명을 지닌 국가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이 개념은 건국 초기부터 존재해 왔다. 17세기 청교도들의 ‘신이 선택한 민족’의식 이후, 건국 당시 제퍼슨의 ‘자유의 제국’ 사상, 19세기 존 오설리번의 ‘명백한 운명’을 거치면서 그들의 DNA에 밴 사고방식이다. 이 개념은 19세기 초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미국이 외부의 간섭 없이 독자적인 길을 걸어야 한다는 신념을 천명한 먼로주의로 구체화됐고, 20세기 윌슨주의의 등장과 함께 미국 예외주의는 국제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전 세계에 확산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조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도 개입주의로 전환됐다.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트루먼 독트린과 마셜 플랜으로 대표되는 정신, 즉 미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세계의 리더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믿음은 더욱 굳어졌다. 이후 줄곧 미국이 국제 무대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곧 세계의 안정과 연결된다고 보았고, 동맹국들과 협력하며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이것이 우리가 보아온 미국의 모습이다. 그만큼 미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이었다.
지난달 20일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했다. 이미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국제적 리더쉽을 기반으로 했던 미국 예외주의는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극단적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로 전환했고 독재적 성향의 부각과 함께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 의식이 고조됐다.
사실 트럼프 때문에 책을 쓰게 된 하버드대 석학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엘 지블렛은 (2018년)라는 저서에서 독재자 감별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는 민주주의 규범 거부, 둘째는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셋째는 폭력에 대한 조장과 용인, 넷째는 언론과 경쟁자의 기본권 억압 성향이었는데 저자들은 트럼프는 위 네 항목 모두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를 독재자로 규정한 것이다.
이렇게 학자들의 트럼프 비판이 거셌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당당히 재선에 성공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국토안보부 장관과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켈리는 “트럼프가 파시스트의 일반적 정의에 부합한다는 건 확실하다”고 증언했다. 실제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막바지에 ‘내부의 적’을 자주 언급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훨씬 위험하다”며, “필요하다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내부의 적들을) 저지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민주 질서를 부정한 독재 성향을 드러낸 것이다. 존 페퍼 미국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최근 기고를 통해 트럼프는 국가의 근본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규범이 계속 약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8년 대선은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지명한 후계자가 패할 경우 ‘선거가 도난당했다’며 2021년 1월 6일의 폭동보다 훨씬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기이한 현상을 가능성으로 점친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알았던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 이미 미국에서 사회적 유대감이 무너지고 민주주의 조건이 훼손됐음을 가리키는 징후들이다.
트럼프 2기는 더 진전된 위기 요소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만 아니라 세계 경제, 보건, 인권, 안보, 환경 등 인류가 당도한 시대적 과제의 전 분야에서 괄목할 후퇴를 부를 수 있다. 매년 초 향후 1년 동안 세계를 뒤흔들 주요 위험 요소들을 예측해 발표하는 곳으로 유명한 글로벌 위기 관리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 창설자 겸 회장인 이안 브레머는 올해 글로벌 리스크 1위로 ‘글로벌 리더가 부재한 상태에서 세계가 무정부 상태처럼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이라는 ‘G-zero’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많은 위험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세계 질서 붕괴와 지정학적 위기가 계속해서 커지는 가운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나 지도자는 없다.”는 것이 더 광범위하고 큰 위험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나 냉전 초기와 유사하게 위험한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면서 “강력한 리더십 공백 속에선 불량 국가나 범죄 세력이 활개 칠 가능성이 크다. 인류가 겪는 고통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장 큰 힘과 영향력을 가진 미국이 오늘날의 숱한 지구촌의 문제를 외면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달리는 길로 확고히 접어들었고, ‘공유지의 비극’ 이론 대로 나만 손해 볼 수는 없다며 다른 나라들도 따라가게 되므로 인류의 고통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
비상식적이고 거짓말 잘하고 독재적이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재판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미국 대통령에 재당선된 것일까? 그가 만들 세계의 변화와 그로인해 앞으로 인류가 받을 피해가 무엇인가? 이를 아는 것이 이 시대를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해 시급한 일이 되었다. 오늘날의 한국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혐오를 이용하고 불만을 자극했다. 트럼프는 모두를 아우르거나 모두에게 환영받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양자 대결에서 상대를 이기기만 하면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택한 것은 한쪽의 결집이다. 방법은 분노와 혐오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 중 상당수는 트럼프의 인종 차별적 선동에 호응했고, 트럼프를 대규모 부정선거의 희생자라고 믿고 있다. 거짓말도 대중선동 앞에선 통했다. 지난 정부를 대놓고 나라를 망가뜨린, 악하고 타락한 세력이라 맹비난할수록 현실에 대한 불만은 높아가고 지지 세력은 결집했다. 그러나 실상은 바이든 임기 4년은 미국경제의 독주가 다시 시작되어 굳건하게 이어진 시간이었다.
팬데믹 종식 이후의 세계 경제를 특징짓는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면 미국의 나홀로 성장이다. 미국을 제외한 G7 선진국은 0∼1%대로 처참한 수준이고, 초강력 글로벌 성장엔진이었던 중국마저도 성장률 회복을 꿈도 못꾸는 상황에서 미국은 GDP 성장률뿐 아니라 생산성 지표에서도 다른 주요국들을 압도한다. 트럼프의 주장 대로 ‘자주권을 상실하고 다른 나라들에 이용만 당해온 미국의 쇠락’은 망상과 다를바 없다. 그럼에도 미국 국민 대다수는 거대한 거짓말에 넘어갔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저서 에서 “거짓은 진실보다 빠르며, 아이디어의 완전한 자유 시장은 진실을 희생시키고 분노와 선정주의 확산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유발 하라리의 말에 의하면 정보의 홍수 속 진실한 정보를 가리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정보는 곧 권력이다’라고 여기는 ‘포퓰리스트의 관점’이 강화된다.
그러나 이 관점에는 ‘진실’이 생략되어 있다. 포퓰리스트들은 정보의 팩트 여부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유일한 실존은 팩트가 아니라 권력이기에, 권력을 얻을 수 있다면 정보가 팩트인지 아닌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라리는 주장한다. 하라리의 주장은 현재 트럼프와 그의 정치가 상징해 온 바를 정확하고 간결하게 요약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