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패턴 벗어난 홍수·폭염 피해 …
인간의 욕심이 부른 기후재앙 앞으로가 더 큰 문제(약 1:15, 눅 25:21)
지난 6월 한국엔 역대급 폭염·폭우가 찾아왔다. 116년 만에 무더위 기록이 갈아치워졌고 강릉 등을 비롯한 영동지방에는 물 폭탄이 쏟아져 1911년 관측 이래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장마철에 접어들어 중부지방이 단 3일간의 폭우로 3일 현재 20여명의 사망 실종자가 발생하고, 시설물, 농경지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장마는 짧은 시간에 강하게 쏟아 붓는 국지성 호우의 형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비 피해는 시간당 30mm부터 발생하기 시작한다. 시간당 30mm 이상의 비가 2~3시간 지속하면 축대 붕괴와 산사태 위험이 커지며 비 피해가 발생한다. 시간당 50mm이상의 비가 1시간만 내려도 시설물 피해는 물론 저지대 침수와 하천 범람의 가능성이 커진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올해 홍수 피해가 그간의 전형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8월 이후 태풍으로 인한 수해가 대부분이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장마철부터 강한 비 피해가 속출하는 것이다. 이처럼 장맛비가 점점 독해지는 건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다. 공기는 뜨거워질수록 수증기를 담을 수 있는 양이 늘어나는데, 과거보다 습해진 공기가 비구름이 되면서 폭우로 쏟아지는 것이다. 실제로 시간당 30mm 이상 쏟아지는 폭우는 10년 사이에만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지난달 22일 동아시아의 지난 30여 년간 강수량 변화 추세를 분석한 결과 홍수나 산사태를 유발하는 극한강수(단기간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점차 커져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부지방이 물난리를 겪고 있을 때 남부지방은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체감온도 35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대결이 거세진 것이다. 왜 이럴까. 올해 북극의 빙하 면적은 역대 최소 수준이다. 이 때문에 북극 주변을 감싸는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면서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흘러왔다. 반면, 바다 수온이 30도 안팎까지 올라 덥고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돼 성질이 다른 공기가 예년보다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높은 습도에 일사량이 더해져 체감온도가 실제 관측 기온보다 높다. 이 같은 현상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나타났다. GIST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동아시아 여름 몬순의 생애주기를 강화시킨 결과 홍수나 가뭄, 폭염 등 양극단의 기상이변이 잇따라 발생할 위험성이 커졌다.
실제로 중국에는 남부지역에서 두 달째 이어지는 홍수로 장시·안후이·후베이성 등 27개 지역에서 5천5백여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최악의 피해이다. 7월 28일까지 가옥 4만1천여 채가 붕괴하고 농경지 5만2천여㎢가 물에 잠기는 등 직접적인 재산피해액만 24조6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달 초 규슈 지방을 덮친 기록적 폭우에 의한 하천범람과 산사태로 사망 실종자가 80여 명을 넘었다. 인도는 폭우와 홍수가 4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수천 개 마을이 물에 잠겼고, 570명 이상이 숨지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만 800만 명에 달한다. 저지대가 많은 방글라데시도 국토의 3분의 1 가량이 침수됐고, 네팔에선 산사태 등으로 16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홍수 다발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며, 여름철 홍수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송롄춘 중국 국립기후센터 기상학자는 “중국은 매년 여름철에 홍수가 발생하지만 이번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지구온난화가 기후를 변화시켜 비정상적인 폭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아시아 지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온실효과가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극권에 위치한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관측 사상 최초로 38도까지 올라갔다. 북극이 따뜻해지면 정상적인 공기 흐름이 정체되고, 장기화될 경우 장마·호우·가뭄·폭염·한파 등 기상 이변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난달 다국적 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의 국제 연구팀은 석탄·석유·가스를 동원한 인간의 활동이 존재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비교하는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현재 시베리아 폭염은 인간의 영향이 아니고서야 나타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즉 지구온난화의 온실효과에 의한 기후변화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온실효과 때문에 올 1∼6월 시베리아에서 장기적인 고온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최소 600배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얼음왕국’ 시베리아는 8만년만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고, 지난달 28일까지만 6만7천913㏊ 규모의 산림이 피해를 보았다. 북극만이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 남극이 지구상의 나머지 지역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카일 클렘 뉴질랜드 웰링턴대 기후학 박사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지구 최남단 기상 관측소인 아문센-스콧기지에서 1957년부터 쌓여 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극의 기온은 1989년부터 2018년 사이에 10년당 0.6도씩 1.8도 상승했다.”면서, “상승 속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빨라졌고, 전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3배 빠르다.”라고 밝혔다.
클렘 박사는 “남극의 기후는 1년 내내 변동성이 매우 크지만,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온난화를 초래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 전 지구촌에서 나타나는 기상 이변은 기후변화의 결과물이다.
스페인 국립기상청(AMET)은 지난달 30일 북부 해양도시 산세바스티안 지역 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치인 섭씨 42도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영국도 런던 서부에 있는 히스로 공항이 지난달 31일 섭씨 37.8도를 찍어 올 들어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이탈리아 14개 도시에는 폭염에 따른 비상경계령이 내려졌고, 프랑스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101개 구역에 경보를 발령했다. 네덜란드 35도를 찍었고, 오스트리아와 불가리아에서도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유럽이 역대급 폭염사태를 겪고, 미국은 역대급 홍수와 허리케인에 시달렸다. 미국은 미시간주에서 50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발생해 댐이 범람하고 도시가 침수돼 주택 3500여 채가 붕괴했다. 텍사스주에는 최대풍속 145㎞에 달하는 1등급 허리케인이가 상륙해 4만3천700가구 이상의 정전과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촌 기상이변의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이다. 아무리 세계가 지구온난화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고 기후협약을 체결하고 노력을 한다 해도 미국의 기후조약 탈퇴에서 보듯이, 전쟁 같은 각국의 경제 경쟁으로 기후변화 문제는 경제 문제보다 뒷전으로 밀리거나 미래의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 그 결과 지구 온난화는 지금도 가속화되고 있고, 지구에 쌓이고 누적된 탄소는 시간이 갈수록 시너지를 발휘해 기후변화의 영향은 기하급수적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