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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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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시대 저물고 세력권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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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 이권 따라 약소국 운명과 세계 지도 획정되는 시대 …

섬김, 나눔, 사랑의 하나님의 가치 더욱 소중해가는 시대 (마 20:26~28, 요 15:9~13, 눅 6:35~38)

국제법적으로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강제 이주는 전쟁범죄에 해당된다. 그러나 트럼프식 신제국주의 앞에선 법도 소용 없다. 대내적으로도 그는 지금 의회에서 제정한 입법도 행정명령으로 무력화시키고 불법적인 행정명령을 철회하라는 법원의 요구도 듣지 않을 정도로 통상적인 정치의 경로를 벗어나고 있다. 영국 경제지 는 이를 두고 ‘왕이 되려는’ 트럼프라고 불렀다. 트럼프는 “나라를 구하는 자는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는다”라는 나폴레옹의 표현을 빌어, 입법부와 사법부를 무시하고 행정명령을 무소불위로 남발하는 자신의 통치행위를 정당화했다.

대외 정책에서도 트럼프는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해야만 하는 일을 한다”는 19세기적 세계관으로 되돌아가면서, 2차 대전 후 80년간 지켜온 세계질서 자체를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마치 서부시대의 무법자 같다. 트럼프 1기 국방장관 매티스가 “규범에 바탕을 둔 민주적 국제 질서”는 위대한 선물이라고 하자, “그건 모두 헛소리야”라고 일축했었던 트럼프다. 지금까지 미국이 앞장서서 구축해온 질서적 세계관을 버리고 국제사회를 제국주의적 강대국의 힘 아래 두려는 시도이다.

우리는 지금 무법적 위협이 넘실거리는 위기의 세계 앞에 서 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세계의 위기가 무엇인가. 첫째, 다극화 시대, 즉 열강이라 표현되는 신제국주의로 재편되는 세계이다. 우크라이나 종전이 최대 이슈였던 지난달 14∼16일 뮌헨안보회의 뒤 주최 쪽은 “다극화”라는 한 단어로 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우리는 이미 ‘다극화’에 의해 형성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선언하는 내용이 실렸다.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경찰국가의 역할을 포기하고 세계가 제각각 열강으로 군웅할거하는 다극화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와 미·중 G2 시대가 도래한 이후 미국의 패권국가 위상이 꺾이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하고, 러시아는 제국 부활에 나서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했다. 그러나 미국은 대응에 서톨렀다. 오히려 국내 정치 양극화로 의회와 정부의 교착 상태가 거듭됐다. 세계적 정치 리스크 분석가인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미국은 더 이상 상당수 동맹관계가 적어도 부분적으로 기초를 두고 있는 ‘공통 가치’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미국이 동맹국과 세계 질서에 대한 약속을 지킬 힘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짚은 바 있다.

‘미국 없는 세계’에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발발은 중·러가 주창하는 다극화 시대를 증명했다. 이제는 누가 더 차지하든지 힘을 우선하고 강자가 이기는 열강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국도 이젠 열강의 하나가 됐다. 그동안 미국의 역할은 긍정과 부정 여부를 떠나 세계에 일정한 질서를 규율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역할이 사라지면, 무질서적인 세계 및 분쟁 악화, 여타 나라들의 비용 부담 등이 우려된다. 이 같은 변화의 전후 차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쓸모없다고 여긴 것이 미국의 우위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 억제가 여전히 대외정책 1순위인 데서 잘 드러난다. 트레닌 러시아 고등경제대학 교수는 “워싱턴의 목표는 쇠퇴하는 패권국가가 아니라 (다극화 질서에서) ‘동등한 지위자 중 제1인자’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위상은 접지만, 여러 열강 중 제일의 열강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초강대국으로 지녀야 했던 가치적 규범과 질서를 버리고 무법적 힘과 돈을 우선하는 제국주의로의 대전환이다.

둘째, 세력권의 시대, 즉 열강의 이권에 따라 약소국의 운명과 세계 지도가 획정되는 세상의 도래이다. 2차대전 뒤 크림반도 얄타에서 승전국인 미국·소련·영국 정상이 모여 이권 나누기를 통해 소련의 세력권을 현실적으로 인정했다. 독일이 둘로 분할되었고 독일의 동쪽 영토가 대거 소련에 할양됐다. 소련의 대일본 전쟁 참전도 얄타회담을 통해 결정되었는데, 이는 결국 소련의 지분을 인정해 한반도를 둘러 나눠 미소의 신탁통치와 한국이 분단국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열강들은 세계의 세력권을 나누고 패자와 약소국의 권리까지 마음대로 결정하고 재단했다.

한국은 열강 시대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 1905년 미일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 제국의 한국 식민 지배와 미국의 필리핀 식민 지배를 상호 인정하므로 일본의 대한제국 병합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후에도 임시정부가 UN창립총회의 각국 대표들에게 임시정부 승인을 요청했으나 강대국을 중심한 세력권으로 이권이 나뉜 세계 하에서 소용없었다.

지금 트럼프는 과거 20세기 열강의 세력권 나누기와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러시아와 개시하면서 러시아가 요구하는 나토 확장 반대 및 러시아 점령지 인정 등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므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세력권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다른 열강의 세력권을 인정하지 않던 미국의 기존 노선의 대전환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식민지 및 영토 팽창에 기반한 19세기 제국주의 질서 반대, 자유무역 옹호 및 이를 위한 자국 시장 개방, 개발도상국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및 원조, 세계 경찰 국가, 소련(러시아)이나 중국 등 비자본주의·권위주의 국가 억제 등 경찰국가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를 두고 미국 스스로는 자신들을 ‘자유주의 국제질서(LIO)를 유지하는 자비로운 패권국가’라고 정의했다. 트럼프는 이 같은 기존의 미국의 역할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전 세계가 목격한 적 없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는 트럼프의 말 대로 세계 질서는 깨졌다.

‘지구화’ 시대가 저물고 ‘세력권’ 시대가 도래했다. ‘국경 없는 세계’에서 ‘국경 있는 세계’로의 대전환이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취한 정책들은 크게 미국 영토의 확대, 보복적인 관세 부과, 미국 대외정책 집행기구 폐쇄 및 축소, 우크라이나 종전 및 러시아 인정 협상, 미 군사력의 해외 개입 축소이다. 미국은 가치동맹을 저버리는 대신 자신의 영토 확장과 국익을 극대화한다. 약육강식의 시대, 힘이 유일한 심판관인 무질서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셋째, 무질서의 시대, 즉, 전쟁 지속과 글로벌 경제 위기에 항시 노출된다. 세계적인 석학들은 2025년을 ‘무질서’ 한마디로 정의했다. ‘2024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존슨,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가 존 미어샤이머, 자유주의 국제정치학의 대표자 존 아이켄베리, 리처드 하스 전 미국 외교협회장 등 한결같은 대답이다.

벌써 두 번째 겨울을 맞는 가자 전쟁과 1,100일을 넘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이스라엘과 러시아는 전쟁 확장 일로에 있다. 아무도 제어할 자가 없다. ‘제3차 세계대전을 막을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공언했던 트럼프는 취임 후 미러, 미우 정상회담에서 자기 이익만 추구했고 약소국을 강대국 먹이쯤으로 보는 제국주의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오히려 힘을 얻은 러시아와 무기 지원이 끊긴 우크라이나 사이의 팽팽하던 전장의 균형은 깨지고 러시아는 보란듯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바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푸틴의 승리로 끝나는 전쟁을 의미한다”고 예측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