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왜 사고를 반복하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
성공으로 하나님을 잊고 오만함 얻는 것 경계해야(욥 21:16~18, 창 19:16, 잠 16:18)
서울 한복판 서소문 고가차도가 철거 작업 중 붕괴해 3명이 목숨을 잃더니,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폭발 사고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창이던 각 당의 선거유세조차 멈춰 세운 대형 참사다. 최근 K-방산 수출 확대의 중심기업으로 첨단 기술을 보유했지만 안전 확보엔 실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여기서 우리는 첨단과 안전은 별개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경제적 부국이 됐다고 안전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산업재해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는 싱크홀과 지반침하 사고가 이어지고, 도시 곳곳의 교량과 터널, 배관 시설은 급속히 노후화되며 노후 도시 인프라가 새로운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자연재해조차 열섬과 배수 등 도시 시설 문제로 매년 새로운 피해 기록을 경신한다. 우리는 지금 개별 사고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동시에 재난과 사고의 위험이 누적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 정도의 성공을 이루었다. 전쟁 폐허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되었고,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과 배터리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이 되었다고 저절로 안전국가가 된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경제 규모와 안전 수준이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성장의 속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안전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이어진 압축성장은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오늘날의 위험을 남겼다. 한국의 압축성장이 만든 후유증의 첫째가 안전 불감증이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이룬 눈부신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이 존재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만 수십 명이 사망했지만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여겨졌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참사,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재난이 반복됐고, 최근에도 건설현장 추락사고, 공장 화재, 끼임, 물류센터 붕괴 등이 끊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와 국제노동기구(ILO)의 자료를 기준으로 한국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노동자 10만 명당 사망률이 약 3.9명으로 OECD 평균 약 2.6명의 50%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 건설업 사망률은 노동자 10만 명당 15.9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가장 위험한 국가군)이다. 고용노동부는 2030년까지 산업재해 사망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재해 사망률 기준으로 최상위 안전국가로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들이 꼽히고 OECD 평균권에 프랑스, 캐나다, 호주가 속한다. 한국은 멕시코와 일부 동유럽 국가와 함께 위험도가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한국의 연간 산업재해자는 최근 기준 약 13만~14만 명 수준으로 집계된다. 2023년 산업재해자 수는 약 13만6796명이었으며,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강력한 처벌 정책을 도입했지만 최근 수년간 전체 재해율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분야별로 비교하면 한국은 매우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 의료 접근성 최상위권, 기대수명 최상위권, 영아 사망률 최상위권인데, 산업재해 사망률 하위권, 건설업 사망률 최하위권, 자살률 OECD 1위, 고령자 교통사고 상위권, 노후 인프라 위험 급속 증가의 모습을 보인다. 즉, 한국은 의료·보건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산업안전과 정신건강, 고령자 안전 분야는 하위권에 속한다. 결국 한국은 “병원에 가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살릴 수 있는 나라”이지만, 동시에 “사고·산재·과로·극단적 선택으로 죽는 사람이 많은 나라”라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은 선진국이 됐다고 자랑하기 무색할 만큼 재해에 있어 안전하지 않은 나라다.
“왜 선진국이 되었는데 사고는 줄지 않는가”라고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가진다. 이유는 성장 모델 자체에 있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선진국이 되기 위해 속도를 우선했다. 빠르게 건설하고, 빠르게 생산하고, 빠르게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안전은 비용으로 취급됐다. 지금도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은 안전을 투자보다 지출로 인식한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예산은 줄어들고, 사고가 터지면 뒤늦게 대책이 나온다. 예방보다 사후 대응이 강한 구조다. 반면 일본과 독일, 북유럽 국가들은 안전을 국가 경쟁력의 일부로 본다. 일본은 대규모 “국토강인화” 정책을 통해 노후 인프라 점검과 재난 대응 체계를 국가 전략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역시 최근 수천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정책을 통해 노후 교량과 철도, 전력망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 투자라는 인식 때문이다. 미래 사회는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앞으로의 재난은 지금보다 더 복합적일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와 도시 노후화, 인공지능과 자동화, 초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노후 도시 인프라 사고 증가의 경우를 한번 보자. 최근 시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재난 중 하나는 “땅 꺼짐”이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지반침하 신고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이미 전년도 건수를 넘어섰다. 싱크홀의 주요 원인은 노후 하수관 손상, 상수도관 파손, 장기 지반침하, 지하 굴착공사, 집중호우 들인데, 이는 결국 대부분 도시 인프라 노후화와 연결된다. 한국은 1960~1980년대 압축 성장기에 엄청난 규모의 도로와 교량, 터널, 상하수도 시설을 건설했다. 문제는 그 시설들이 지금 동시에 늙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20년 동안 한국 사회가 본격적인 “노후 인프라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곳곳에서 무너지고, 꺼지고, 떨어지는 예상 못한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는 상징적이다. 전국건설노조는 27일 성명을 통해 “제2의 성수대교”라고 비판했다. “삼성역 부실시공에 이은 서소문 고가차로 붕괴는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며 “서울시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1966년 준공된 시설은 이미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고, 철거 과정에서 붕괴가 발생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비용 절감 중심 문화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제 재난은 산업현장과 도시 인프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모든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미 한국 사회를 바꾸고 있다. 기상청과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폭염 일수와 집중호우 강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여름철 국지성 호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 2022년 서울 강남 침수,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국 산사태와 하천 범람, 2025년 경상도 산불과 강릉 가뭄 사태는 모두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과거에는 “100년에 한 번 올 재난”이라 불렸던 현상들이 이제는 몇 년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반복된다. 앞으로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후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국가안보 문제다. 전력망, 농업, 물류, 의료체계까지 국가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문제다. 집중호우는 하천과 도심을 마비시킨다. 가뭄은 식량안보를 흔든다. 산불은 국토를 위협한다. 과거에는 자연재해와 사회재난이 구분되었다. 하지만 미래에는 그 경계가 사라진다. 가령 폭우는 곧 교통재난이 되고, 전력재난이 되며, 경제재난이 된다.
미래 재난의 특징은 “복합재난”이다. 한 번의 재난이 사회 전체를 흔드는 복합재난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OECD 역시 한국 사회가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라는 구조적 위험에 직면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 재난 대응 능력은 떨어지고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