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국제사회 대응 약화 틈타 오판 가능성...
안보 위기의 시대, 성경이 제시하는 세 가지 해법(사 31:1, 느 4:9, 잠 14:34)
지난 20일 KBS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휴전선 인근까지 전술도로를 확장하고 각종 군사시설을 구축하는 모습이 우리 군의 감시망에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 군사적·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북한은 이를 이른바 ‘국경화’ 작업으로 말하고 있지만 유사시 위협이 되기에 충분하다. 전술도로는 평상시에는 공사용 도로처럼 보이지만, 유사시에는 병력과 전차, 자주포, 미사일 발사차량, 보급 차량을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군사 인프라이다. 즉, 군의 기동성과 작전 수행 능력을 크게 높이는 시설이다. 따라서 북한이 휴전선 인근까지 전술도로를 확장하는 것은 군사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KBS는 한 예로 한탄강 인근 최전방 위성 사진의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해 10월 당시 기존 북한의 전술 도로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달 초 위성사진엔 우리 코앞에 새 도로가 보인다. 즉 예전엔 북한 병력이 남쪽으로 접근하려면 이동 수단에서 내려 빽빽한 숲을 도보로 통과해야 했지만, 이제는 바로 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KBS는 설명했다. 이 같은 북한의 국경화 작업이 끝나면 일대 환경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에 맞춰 감시·정찰 자산을 재배치하고, 수색·매복 작전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효식 전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좌표를 최신화해서 유사시 태세를 갖춰놓는 게 매우 필요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국경화 작업과 연계해 경계 초소까지 군사분계선 쪽으로 내릴 수 있는데, 이 역시 우리 경계 작전에 새로운 부담 요소가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전방 경계 작전 조정은 유엔사와 협의가 필요한데, 최근 비무장지대 출입 승인과 북한군 활동의 정전 협정 위반 여부를 놓고도 엇박자가 드러났다. 북한은 전술도로 구축을 이유로 지난해에만 17차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일부 구간에선 군사분계선 80미터쯤 앞까지 철책을 설치하자, 정부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대로 방치될 경우, 북한이 군사분계선 주변에 무력을 늘리는 ‘요새화’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완충지대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명백한 정전 협정 위반이라고 국방부가 말하자, 유엔군사령부는 정전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유엔사의 이례적 반박은 정전협정상 비무장지대 관할권은 유엔군 사령관에 있다는 점을 못박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휴전선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처음부터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휴전선의 변화가 곧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발적 충돌의 위험은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 병력과 장비가 최전방에 집중될수록 작은 오해나 우발적인 사건이 예상치 못한 군사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단순한 ‘국경화’ 작업이라고 하기엔 실질적 전투태세를 준비하는 구체적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 최근 북한이 DMZ 인근에 방사포 시설 21동을 건설한 정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7일 전했다.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50㎞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이다. 건물 위치와 설계 구조 등을 감안할 때 미사일 발사에 이용되는 이동식 발사 차량(TEL) 또는 방사포를 보관·정비하는 시설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RFA는 전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조셉 버뮤데즈 선임연구원은 “전방 배치 병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신형 이동식 발사 차량 50대만으로 신축 건물 13~17개 동을 채울 수 있고 600㎜ 방사포와 단거리 발사대까지 함께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핵을 최전방에 배치할 가능성도 커진다. 김정은은 지난 2월 9차 당 대회 때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600㎜ 방사포와 신형 240㎜ 방사포 증강 배치를 예고했었다.
이처럼 북한이 휴전선 인근까지 전술도로를 확장하고 각종 군사시설을 구축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최근의 휴전선의 변화를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최근의 변화는 단순히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함께 바라봐야 할 사안이다. 오늘날 세계는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세계 각 지역의 분쟁에 대한 개입 방식에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응이 항상 신속하고 강력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난이 실제 무력 충돌을 즉시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 역시 드러났다. 북한은 이러한 국제정세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국제사회의 대응력이 분산되거나 한미동맹의 대응 의지가 약화되었다고 오판한다면, 군사적 모험주의를 선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이 중동이나 대만 등 다른 지역의 분쟁에 군사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북한은 한미동맹의 대응 속도나 정치적 결속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되었다고 오판할 위험도 있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실제 힘의 변화보다 상대의 의지를 잘못 판단하는 ‘오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더욱이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비대칭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안보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원칙이다. 더불어 정부는 국민에게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해서도 안 되지만, 위험을 축소하거나 외면해서도 안 된다. 국민의 단합과 신뢰는 국가안보의 중요한 자산이다.
둘째, 대한민국은 무엇보다 억제력 강화를 안보 전략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한국군의 독자적인 전쟁 수행 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감시·정찰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군사정찰위성, 드론, AI 기반 정보분석 체계를 확대하여 북한의 병력 이동과 미사일 준비 징후를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 미사일 방어체계, 사이버전 대응, 탄약과 군수물자 비축 등 자주국방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국가 차원의 민방위 체계를 현대화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사례에서 보듯 현대전은 군인만의 전쟁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대비해야 하는 전쟁이다. 대피시설 확충, 재난경보체계 개선, 국민 안보교육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국민 보호 체계와 핵·미사일 대응 훈련, 국가 기반시설 보호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강한 국방력이 있을 때 외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의 안보 위협 행동을 국제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북한의 전술도로 확장과 군사시설 건설이 정전협정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 국제적 합의와 충돌하는 요소가 있는지 정부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위반 소지가 확인된다면 이를 국제사회에 적극 알리고, 유엔과 우방국들과 정보를 공유하여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감시는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평화는 희망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지원만을 기대하는 안보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동시에,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공유하여 외교적·정치적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강한 국방과 능동적인 외교가 함께할 때, 한반도의 평화는 가장 확실하게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