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의 반작용 새 과제 제기…과거로 회귀 말고 긍정적으로 풀어야 소통의 새 시대 열수 있어
인터넷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던 한 네티즌이 검찰에 전격 체포된 후 10일 구속수감되는 전대미문의 일이 발생했다. 필명이 ‘미네르바’인 박대성씨(31)는 누구나 토론주제에 대해 글을 올릴 수 있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방에서 미국발 서브프라임 경제위기를 예측하고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환율폭등, 시중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로 대출금리를 올릴 거라는 사실 등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비상한 식견으로 이른바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떠올랐다.
작년 8월 산업은행이 정부의 지원아래 리먼브러더스의 인수를 추진할때 대부분의 기성 언론들이 이를 지지했다. 조선일보는 “리먼 인수는 서울과 월스트리트 간 ‘금융고속도로’를 놓는 일”이라며 “한국 금융기관의 눈을 일제히 월스트리트 수준으로 높이는 금융세계화의 문을 여는 것”이라며 찬양했다.
이에 대해 미네르바는 즉각 피를 토하듯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가 갖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월가의 위기의 상징이 된 채 리먼은 부도가 났고 리먼 인수에 강만수 장관 개입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터넷 논객이 현실사회에 통하는 경제논객으로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정부의 말보다 얼굴 없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말 한마디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장돼나갔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아갈수록 미네르바는 시민들에게 영웅처럼 떠올랐다. 그의 글은 인터넷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에 퍼졌고, 그의 이름은 국회나 정부인사들의 만찬장 그리고 TV토론프로에서도 회자됐다. 긍정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그에 대한 열광과 신드롬으로 대한민국이 들끓었다. 그는 뉴스의 초점이었고 최고의 이슈메이커였다.
그의 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성 언론들은 그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그 글을 기사화해서 확대 재생산했다. 우리나라의 3대 보수언론까지, 대다수의 기성 언론이 미네르바의 인기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도 미네르바 열풍에 극도로 긴장했다. 경제 장관이 직접 나서 그가 주장한 문제에 해명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기획재정부는 10월 25일 다음 아고라에 들어가 미네르바를 직접 지칭하며 그의 글에 해명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정부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랬던 미네르바는 고발자도 없이 검찰에서 직접 나서 ‘허위사실 유포’ 죄명으로 전격 체포됐다. 그의 구속은 국회, 언론, 인터넷 등 전반에서 또다시 뜨거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검찰은 박씨의 280여건의 글중 2건의 글을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죄목으로 문제삼았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박씨의 글과 사실상 부합하는 행동을 취한 것으로 나중에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가 무리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고 허위사실 유포냐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치열할 수밖에 없어졌다.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미네르바 논평의 주된 의도가 경제 상황을 혼란스럽게 할 목적이 아닌 이상 한두 가지 허위 사실이 있다고 곧바로 처벌하는 것은 실질적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정법을 위반하기만 하면 처벌대상으로 보는 형식적 법치주의는 국가독재시대의 유물”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의원도 “미네르바 구속은 지나치다”면서 “사이버세계의 현실세계 대두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로이터, AFP, 파이낸셜타임스, CNN 등 세계 주요 언론들도 “한국 정부가 인터넷 여론에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해 부정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네르바 사건이 오늘날 한국사회에 던지는 화두가 무엇인가.
첫째, 오늘날 파급력이 예상못할 정도로 커진 인터넷을 통한 ‘공론장’의 확대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의 단면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거스를 수없는 시대적 대세로서 21세기 사회를 특징짓는 시민사회로의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
인터넷 강국 한국은 국민의 ‘역동성’과 실시간으로 의견이 교환되고 반영되는 인터넷의 ‘속도’와 ‘소통’의 장점이 맞아떨어져 공론장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2월 17일 발표한 ‘2008년 10大 히트 상품’ 보고서에서 ‘주요 이슈마다 화제를 일으켜온 인터넷 토론방’을 4위로 꼽았다.
기존 언론매체의 경우 시민은 철저히 소비자로 분류돼 있었지만 블로그, 토론방 등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누구나 언제든 여론을 생산할 수 있는 ‘프로슈머’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일부 전문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지식이 생산되고 제공됐다면 이제는 10대 청소년부터 40대 아줌마에 이르기까지 신분에 구애가 없으며,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파급력을 갖게됐다. 이같은 변화를 이끄는 거대한 시대의 조류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활성화시켜 잠재된 욕구를 표출하고 사회역동성을 살려나갈수 있게 해야 한다. 오늘날 자기 주장만 있는 시대에 소통의 장이 확장돼야 한다. “미련한 자는 명철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자기의 의사를 드러내기만 기뻐하느니라”(잠 18:2)
둘째, 그러나 이러한 시대의 조류에 대한 반작용이나 불협화음이 정부기관의 미네르바에 대한 대처에서 단적으로 보여졌다. 오늘날 정치, 사회, 경제 각 분야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터넷 여론의 관리 및 대처 방안을 놓고 권력자와 반대 진영간 세력 충돌이나 시행착오를 겪는 현상이다.
특히 국가와 언론이 이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면서 한국 공론장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와 국가 사이버 위기관리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등은 언로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국가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프랑스의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가 130여개국을 대상으로 매기는 ‘글로벌 혁신지수’ 순위에서 한국이 2년 전 19위에서 2008-2009년에는 일본·스위스·덴마크 등을 제치고 세계 6위로 뛰어올랐다. 광범위한 인터넷 기반을 활용한 정보 소통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지식 생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순위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정보소통에 대한 규제 강화 시도는 이같은 우리의 장점인 활발한 의견개진과 사회현안을 해결하고 발전시켜갈 주체로서의 시민사회의 싹을 자르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인터넷과 함께 여론형성의 주요 수단인 방송의 소유구조에 대해서도 재벌과 신문이 과점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이는 언론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조선조 세종, 성종, 영조, 정조 등 성군의 칭호를 듣는 왕들은 임금을 능멸하는 표현을 담은 상소도 받아들인 이들이다. 언로를 열어두었다. 대공황을 극복한 미국의 루스벨트도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을 개진해나갔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도 인터넷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이른바 `오바마 2.0’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는 당선 직후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새로운 정부에서 추진할 정책 아이디어를 올릴 수 있게 하는 등 네티즌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인터넷 공론장 활성화가 미국의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통신 방송 정책도 ‘규제 강화’와 ‘다양성 보장’으로 요약된다. 새 행정부는 신문 방송 겸영을 금지하고 저렴한 비용에 모든 사용자가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교만에서는 다툼만 일어날 뿐이라 권면을 듣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잠 13:10)
대중이 미네르바에 열광한 이유는 그간 경제위기나 국가 부도 사태가 와도 정작 잘못한 이들의 반성이나 속죄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러한 사태가 또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안 의식이 커져왔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지식인, 경제관료와 시민, 대중간의 괴리가 깊으면 깊을수록 미네르바는 더 넓은 영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네르바의 글은 정부정책의 불확실성, 신뢰상실에서 탄생한 것이다. 정부가 경제실정에 대한 겸허한 반성 없이 비판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것은 시대역행적 발상이다.
“거만한 자는 견책 받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며 지혜 있는 자에게로 가지도 아니하느니라”(잠 15:12)
헤롯은 백성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야고보를 희생시켰고 베드로를 핍박했다. 그는 휘황찬란한 옷을 입고 위에 앉아 백성을 향해 일방적으로 연설하며 백성이 “이것이 신의 소리라”고 아첨하는 소리 듣기를 즐겼지만 하나님의 진노를 받고 벌레에 먹혀 죽고 말았다(행 12:22,23). “악인은 자기의 악에 걸리며 그 죄의 줄에 매이나니 그는 훈계를 받지 아니함으로 말미암아 죽겠고 심히 미련함으로 말미암아 혼미하게 되느니라”(잠 5:22,23)
정부여당은 민심의 동요 앞에서 철저히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했다면 과감히 고개를 숙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여론을 열고 비판을 수용하는 큰 뜻을 품고 소통의 새 시대를 앞장서서 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