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진상과 의미 …
성경은 양심이 화인 맞은 행동의 결국에 애통하며 울게 될 것 경고하셔 (딤전 4:2, 눅 6:25)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가 살포됐다는 이른바 ‘쩐당대회’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지역본부장·지역상황실장 등 최소 40명에게 현금 총 94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수사 진행에 따라 불법자금과 피의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들은 자못 심각하다. JTBC는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에 있던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이정근 전 부총장과 당 관계자들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정황이 담긴 생생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파일에는 윤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정황들이 나온다. 강래구 회장이 이 전 부총장에게 “관석이 형이 돈을 달라고 하면 1000만원을 주라”고 말하고, 이 전 부총장은 “윤관석 오늘 만나서 줬다”고 답한다. 이튿날 이 전 부총장이 윤 의원에게 “똑같이 어제 그만큼?”이라고 묻자 “응. 내가 그게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안 나와 갖고. 오늘 빨리. 그래야지 회관에서 돌아다니면서 만나서 처리하거든”이라고 답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역시 이 전 부총장이 강 회장과 통화하면서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거나 “관석이 형이 ‘의원들을 좀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야기하더라”고 언급한 내용도 담겨 있다. 이성만 의원이 이 전 부총장과 돈봉투 전달 방법을 논의하면서 “내가 ‘송’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라고 말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이렇게 녹취파일을 통해 드러난 ‘돈봉투’의 정황들은 대단히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의원 몇은 주려고도 안 했는데, ‘이왕이면 나도 달라’며 보챘다고 한다.
이 사건을 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는 입만 열면 혁신, 개혁, 적폐청산을 부르짖던 정당이 맞는지 의아할 뿐이다. 윤관석 의원은 “정치 탄압이자 국면 전환을 위한 무리한 검찰의 기획수사”라고 주장했고, 이성만 의원도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엮으며 정치 탄압에 몰두하는 검찰의 야만적 정치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첫 논평도 ‘국면 전환용 수사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기획했거나 최소한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국면 전환용 수사라는 국민적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갑자기 2년 전 일을 빌미로 압수수색한 점도 그렇고, 검찰의 저의를 의심하게 된다”고 밝혔다. 검·여의 정치공작이라며 길길이 뛰던 민주당은 녹취록이 공개되고 더이상 잡아뗄 수 없게 되자 책임있는 의원들을 통해 말을 바꿨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의원이 300만원 때문에 당 대표 후보 지지를 바꾸거나 이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50만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도 “진짜 소위 말하는 기름값, 식대, 이런 정도 수준”이라고 했다. 관행인데 머 대수라고 호들갑이냐는 투다.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스스로 정당법 50조에서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특정인의 선출을 위해 후보자·선거운동관계자·선거인·참관인에게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이 법이 만들어진지 거의 20년(2005년)이 됐는데 법은 그냥 보여주기고 실제는 돈봉투 관행이 지속됐다는 뜻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뒤늦게야 4월 17일 이재명 대표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송영길 전 대표에게는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 그러고 5일 후인 2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돈봉투’ 사태와 관련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24일 귀국해 “검찰이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 응하겠다”면서 “모르는게 많아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했다. 의혹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연이어 부결시키면서 비리 의혹에 대해 ‘정치 탄압’ 주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돈봉투 의혹도 일단 부인부터 하다가 녹취파일이라는 스모킹건이 공개되자 할 수 없이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패비리에 대한 민주당의 자정 의지는 심각한 불신을 받고 있다. 송 전 대표의 귀국으로 민주당이 안도해선 안 된다. 꼬리 자르기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원과 당직자가 수십명에 이른다. 돈을 주고받은 구체적인 정황들도 들어 있다. 사안의 심각성과 국민에게 안겨준 충격을 감안한다면 민주당의 관련 인사들은 2021년 전당대회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신들 입으로 이실직고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사과한 다음부터라도 민주당은 자체 조사를 통해 먼저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살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손을 놓고 송 전 대표의 입만 바라봤다. 심지어 돈봉투 300만원을 밥값 정도라며 도덕적 해이마저 보였다. 불법 ‘돈선거’를 치른 민주당 전체의 도덕성이 의심받는데 송 전 대표 개인의 문제로 몰아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돈봉투 사건은 촛불집회를 통해 집권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때 일어났다. 집권 정당이 된 민주당이 촛불 정신을 계승한다며 정의를 외치던 때여서 충격은 더 크다. 돈봉투 사건의 발단이 된 ‘이정근 게이트’는 비리 잡화점이다. 당 살림을 맡은 고위 당직자가 여권 실력자들을 업고 이권을 챙겼다. 사업 청탁에 인사 부탁, 인허가 개입 등 오지랖이 전국구다. 그와 거래했다는 중진 의원은 수억 원 돈뭉치에도 민주당 방탄 뒤에 숨었다. 부패한 여당이 적폐청산을 외쳤고, 전 정권은 이전 정부 인사들을 굴비 엮듯 했다.
도덕적 우월성을 앞세워 정치권에 진입한 민주당 386그룹이 기존의 정치인보다 더욱 구태 기득권층이 되었다는 비판이 나온지 오래다. 흔히 ‘생계형 좌파’라고 공격받는 이유도 진보의 가치를 내세우며 뒤로 제 패거리의 경제적 이권을 챙기기 바쁜 위선의 집단이라는 것이다. 탈원전 뒤로 태양광 잔치를 벌이며 갖은 이권을 챙긴 것 하며, 협동조합이니 마을공동체니 하는 단체들을 마구 만들어 지방정부 예산을 알뜰살뜰 챙긴 것 하며 사례는 줄을 잇는다.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5년간 이룬 성취가 무너져 허망하다’는 개탄이 무색하다. 하기야 제 불의마저 정치 탄압이라 우기는 가스라이팅이 당 대표에 의해 지금도 자행되고 있으니, 그 DNA에 심각한 우려가 앞선다. 우리 정치권이 갈수록 범죄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비리 의혹을 받고 기소까지 됐어도 버젓이 당 대표를 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조국 사태가 증폭시킨 진영 논리로 인해 우리 사회가 옳고 그름을 가리는 데 매우 무디어졌다. 정치권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돈이 제1의 가치가 되면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어떠한 성찰이나 죄책감도 없이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사람은 재범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양심이나 도덕성보다 ‘법망에만 안걸리면 다 괜찮다’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해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만연하게 되는 것이다. ‘관행’이라는 변명이나 ‘차비나 밥값 수준’이라는 강변이 그 대표적 예다. 범죄에 무딘 본보기를 우리 정치권이 솔선해 보여주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성경은 그것을 ‘양심의 화인’으로 표현한다. “자기 양심이 화인을 맞아서 외식함으로 거짓말하는 자들이라(딤전 4:2)” 양심이 모두 불에 타 없어져 불의와 죄에 무감각해지고 거짓말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심 없이 거짓으로 쌓은 부와 명예, 권력은 결국 허망하게 무너지고 만다는 사실을 성경은 경고한다. “화 있을진저 너희 지금 배부른 자여 너희는 주리리로다 화 있을진저 너희 지금 웃는 자여 너희가 애통하며 울리로다(눅 6:25)” 기장이나 선장이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승객들은 조난자가 될 수밖에 없다. 과제가 산적한 대한민국호가 자기 배를 우선하는 정치인들로 인해 표류하면 죄 없는 국민들만 피해자가 된다.
우리 정치권이 먼저 양심을 되찾기를, 누구보다 정의롭고 공의롭기를, 제대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를 기도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