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한국 사회가 놓친 것 …
하나님은 사회적 안정과 희망 이룰 연대와 공동체 중요성 강조하셔 (히 10:24,25, 갈 6:2, 전 4:9~12)
6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이 숨진지 20여일 만에 지난 9일 발견됐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두 모자가 숨져 있었다. 단수 단전을 알리는 우편물이 다수 발견돼 모자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6월엔 동의한 아내와 18세 큰아들, 16세 둘째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49세의 가장이 광주 북부경찰서에 붙잡혔다. 그는 전남 진도항 앞 바다로 승용차를 빠트려 가족을 죽게 하고 본인도 수면제를 먹었으나 깨나 탈출했다고 한다. 그는 2억원에 달하는 빚으로 인한 생활고로 고민하다 가족을 몰살시키는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5월엔 전북 익산에서 60대 어머니와 20대 둘째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의 가슴엔 “하늘나라로 간 딸이 집에 있다”는 쪽지가 있었고, 딸은 한 달여 전 사망한 상태로 집 안에서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모녀는 월 120여만원을 지원받았으나 함께 살던 큰딸의 취업으로 생계·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다. 큰딸이 나가 살게 되면서 다시 수급요건을 갖췄지만, 직접 신청하지 않아 급여 대상에서 누락됐다.
2014년 2월 월세·공과금 70만원과 함께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위기가구의 비극은 한 달이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위기가구를 파악하는 수집 정보를 44종까지 확대해 정확한 위기가구 발굴과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아직 ‘복지신청주의’의 맹점이 여전하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위기가정이라도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 대상에서 누락되는 현실이 바뀌지 않고 있다. 위기가구 지원 인력의 확충과 자치단체의 긴급복지 예산 확대도 뒤따라야 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 국민계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5000만 원을 넘어섰다.(5012만 원; 3만6745달러) 1인당 GNI는 가계, 기업, 국가 등 국가 전체가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총인구로 나눈 값으로 국가의 국민 전체 소득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경제대국으로 불리는 일본보다 높은 세계 6위의 1인당 소득 수준이다.
우리를 앞선 국가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개국뿐이다. 세계 부자 나라로 분류되는 한국 사회에서 생계의 위기로 일가족이 숨지는 비극이 끝이지 않고 있다. 왜 이런 비극이 계속되고 있을까.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을 진단해야만 할 시점이다. 첫째, 탈락자에 대한 배려 없는 지나친 경쟁 중심의 사회 구조가 지금의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장 중심 사회가 승자독식을 인정하는 능력주의 문화를 키운 결과 불평등 해소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 부자의 이익을 나눠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말은 ‘왜 능력 없는 사람에게 내 몫을 나눠줘야 하느냐’는 반발을 사게 된다. 이른바 무임승차론, 역차별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이다. 약자를 이 사회가 보호하기는 커녕 경쟁에서 탈락한 무능력자로 내몰고 냉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우리 사회를 중산층이든 하위층이든 누구나 할것 없이 연대감과 희망이 부족한 ‘살아나가기 힘든 사회’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산층의 70%가 “하위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압박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나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발표한 트랜드리서치의 ‘TREND 풍향계’ 조사(전국 성인 1039명) 결과 가구 월소득 상위 수준인 ‘800만원 이상’(79%)과 ‘600만~800만원’(77%), ‘400만~600만원’(64%) 순으로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답했는데 이들의 70%가 “언젠가 하위층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주거·고용 불안 속에서 빠듯하게 사는 위기의 중산층이 많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80%)의 불안감이 가장 컸고, 지역별로는 서울 거주 중산층의 불안감이 77%로 가장 높았다. 계층 하락 위기감만이 아니다. 자신을 하위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언젠가 중산층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이 ‘아니다’(65%)고 답했다. 중산층은 중산층대로 늘상 걱정과 압박감에 시달리고, 하위층은 하위층대로 희망이 무너진 자포자기의 사회를 이루어 놓고 있다. 계층 상승의 역동성이 떨어진 미래가 없는 사회이다.
이런 사회는 삶이 행복할 수가 없다.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OECD 중 33위로 최하위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6.4점으로 전년보다 0.1점 낮아졌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고령층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점(60세 이상 6.2)은 심히 우려스럽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OECD 최상위권으로 노후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복지 안전망마저 부족하다보니 하루하루가 불안한 것이다. 우리나라 임시직 근로자의 5분의 1이 70세 이상일 만큼 ‘일하는 빈곤층’으로 내몰리는 한국 노인들의 서글픈 현주소이다. 60세 이상 1인가구가 청년층 1인가구 규모를 넘어 전체 1인가구의 37%(296만4000가구)로 최고치에 달할 만큼 급격히 늘어난 것도 큰 문제이다. 사회적 신뢰도 하락도 심각한 문제다. 대인 신뢰도는 2022년 54.6%에서 2023년 52.7%로, 기관 신뢰도는 52.8%에서 51.1%로 떨어졌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안한 사회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라는 부자 나라가 되고 있지만 승자독식과 지나친 경쟁, 사회적 차별과 고립, 경제적 지원의 부재의 현실 속에 삶의 극한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압도적 차이의 만년 세계 1위로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쓰고 있다. 지난해 10만 명당 자살률이 27.3명(OECD 평균 10.7명)으로 치솟아 자체로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각종 사회·경제적 지표가 개선되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정작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후퇴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 미래의 희망인 10대의 자살률이 유독 빠르게 늘고 있어 큰 문제이다. 지난달 21일 부산의 한 예술고를 다니던 여고생 세 명이 ‘학업, 진로 고민에 스트레스가 크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사망했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만난 이들이 함께 목숨을 끊은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이 동시에 한 장소에서 목숨을 끊은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15년 전만 해도 안전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청소년이 가장 많았지만, 지금은 10대 사망 원인의 46.1%가 고의적 자해일 정도로 청소년 자살 문제는 심각하다. 청소년(9~24세) 사망 원인 중 자살이 2011년부터 지금까지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0대 자살률은 2023년 기준 7.9명에 달해 2015년(4.2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매일 한 명 이상의 10대(2023년 370명)가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셈이다.
아직 삶의 경험이 충분치 못하고 판단이 미숙한 청소년 자살은 사회적 타살로 여겨진다. 무한 경쟁에 내몰려 진학 스트레스, 학교폭력, 가정폭력으로 험한 삶의 경험 끝에 자살을 택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10대 자살은 성인과 달리 우울증 등 정신과적 원인이 상대적으로 적고, 삶의 포기가 아니라 ‘살려달라’는 몸부림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