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없는 복지 확대와 방만한 재정 운영 바로잡아야 …
국민이 파수꾼으로서 감시와 책임 감당해야 할 때 (겔 33:8)
국가 재정 악화에 대한 경고가 각 분야에서 지금처럼 요란하게 들려온 적이 없다. 정부는 내년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375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내년도엔 33조6천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25조5천억원의 적자가 났다. 구멍난 재정만큼 나라 빚이 쌓여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국가채무가 500조(514조)원을 돌파했다. 국민 한사람당 1천만원씩 빚을 짊어진 셈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박근혜 정부 5년간 적자 국채 발행만 15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역대 정부 사상 최대 규모다. 현 정권이 차기에 바통터치를 하는 해(2018년)의 국가 채무는 무려 700조원을 바라본다. 여기에 공기업 부채와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퇴직 후 줘야 할 돈)를 합한 실제 국가부채는 2000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이는 GDP의 100%를 넘는 것으로 부채비율이 미국(75%)보다 높고, 2009년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이 된 그리스(115%)에 가까운 수치다. 빚으로 틀어막는 나라 살림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장기재정전망’을 통해 올해 514조원인 국가채무가 2030년 1,949조원으로 4배 가까이 늘고, 2054년 1경567조원으로 1경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복지수요 증가에 따른 총지출의 증가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총수입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가파른 고령화로 100세 시대를 바라보면서 사회보장성 급여는 갈수록 늘어나게 돼있다. 채무 증가 이유를 항목별로 보면 5대 연금(국민·공무원·사학·군인·기초연금) 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6.6%로 가장 높다. 가령 기초연금이 시작된 올해 지급액은 6조 9천억 원이지만 3년 후엔 11조 9천억원으로 급증한다. 따라서 복지정책은 현재의 수요와 지출 규모만 보고 섣불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더우기 한번 시작하면 줄이기가 쉽지 않은 복지의 특성상 증세 등을 포함하는 확실한 재원 마련 방안과 ‘지속가능한 복지 백년대계’를 짜고 실행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2010년 지방선거부터 2012년 대선까지 한국 사회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누리과정, 기초연금 등 여야가 앞다퉈 무상복지 경쟁을 펼쳤다. 국가 차원에서 오랜 토론을 거친 복지정책이 아니라 선거용으로 급조된 ‘포퓰리즘 선거공약’으로서 복지정책이 탄생한 것이다. 따라서 재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처음부터 없었다. 무상복지의 원조는 무상급식이었다.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곽노현 교육감과 시의회에 맞서 무상급식 예산 배정을 거부하며, 주민투표로 한판승을 노렸지만 자리를 내놓고 만 악수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친환경 무상급식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여당 나경원 후보가 고배를 마시면서 ‘무상급식’으로 대변된 보편적 복지는 탄력을 받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까지 보편적 복지에 부정적이던 한나라당은 2011년 12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출범 후 정책을 180도 전환해 무상복지 정책을 적극 끌어안기 시작했다. 여당은 즉각 0~2세 영유아에 대해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는 무상보육의 막을 올렸다. 2012년 19대 총선과 대통령 선거는 반값 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3~5세 누리과정 확대, 65세 이상 기초연금 등 여당의 포퓰리즘의 결정판이었다. 이후 무상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그러나 지금 무엇보다 제대로 봐야 할 것은 한정된 나라 살림과 날로 불어나는 나라 빚의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사실이다. 단 꿈은 짧았다. 벌써부터 된 벼락이 내리치고 있다. 4년 전 경기도 교육청에서 처음 시작한 무상급식은 전국 17개 시도가 잇따라 도입하면서 올해 쓰일 예산은 2조 6천억 원으로 늘어났다. 0~5세 무상보육 예산은 2011년 4조 원에서 올해 9조 원으로 급증했다. 기초연금은 6조 9천억원, 반값등록금 3조 4천억원 등 올해 4대 무상복지 예산만 23조 원에 이른다. 이를 나눠 내야 할 지방 재정이 파탄 지경에 이르자 지난 9월 전국 226개 기초단체장들이 “기초연금, 영유아보육비 등 복지비 부담이 과중하다”며 정부가 국비 지원을 늘리지 않으면 ‘복지 디폴트(지급 불능)’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자체 복지 지출은 2009년 24조원에서 올해 42조5000억원으로 5년간 연평균 12%씩 늘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3년째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할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예산부족과 대안 없는 복지확대에 목메는 지자체, 이에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 세수부족의 심화가 장기화되면 지자체의 파탄을 넘어 국가 재정 악화로 인한 국가 파탄으로 확대될 수 있다.
국가의 미래를 열 건강한 국가재정을 확립하는 것이 오늘날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급선무이다. 해결 방안이 무엇일까. 첫째는, 복지정책 전반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정치권이 함부로 쏟아낸 무상복지에 대한 원칙과 범위부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한심한 것은 국가의 미래가 담보된 복지 문제를 놓고도 여야가 정쟁에 여념이 없다. 여는 무상보육, 야는 무상급식 등 자신들이 주도한 복지정책을 우순선위로 삼고 상대방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는 진영 대결에 빠져 있다. 나라가 ‘복지디폴트’ 사태에 직면했지만 이를 수습하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가 없고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이의 결국은 우리 모두가 같이 망하는 길이다. 이 틈에 낀 사회적 약자의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공적 연금 개혁도 이번 기회에 이뤄져야 한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내는 돈보다 받아가는 돈이 많아 재정 악화를 부채질하는 주요인이다. 내년부터 공무원연금 적자가 연평균 3조원대에 이르고, 차기 정부에서는 연평균 6조6천억원으로 늘어나 10년 뒤 누적적자액만 50조원이 넘는다. 올해 37만명 수준인 공무원연금 수령자가 10년 뒤(2024년)에는 65만명 수준까지 늘어나 연금 재정은 이후 더욱 급속도로 악화될 예정이다. 이들 적자액을 모두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하는데 출산율저하로 국민 세부담은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둘째, 오늘날 가장 큰 문제인 국가 재정 낭비를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최근 전 정부의 자원외교가 엉터리였음이 드러났다. 석유공사의 캐나다 4조5천억 투자, 광물자원공사의 멕시코 광산 2조원대 투자를 비롯 수십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나랏돈이 증발했다. 그 기간 동안 가스공사 등 각 공기업의 자원외교 관련 부채만 56조에 달한다. 4대강 사업은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낭비됐지만, 원래 취지대로 4대강 사업목적을 달성하려면 지금까지 들어간 돈보다 앞으로 더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그러고도 앞으로도 매년 1조원 이상의 유지관리비가 들어가야 할 온갖 부실의 총본산이 되고 있다. 방산비리는 또 어떤가. 북한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 물에 빠지는 상륙 장갑차, 목표물로 날아가지 못하는 어뢰, 고물컴퓨터를 장착한 최첨단 구축함, 2억원짜리 군장비를 41억원으로 뻥튀기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방산비리가 발생하고 있다. 나랏돈이 온갖 비리를 동원해 개인 호주머니를 불리는 눈먼돈으로 둔갑하고 있다. 지자체의 무분별한 사업으로 낭비되는 세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건설은 1조원이 넘는 빚더미를 만들어 하루 1억원대의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예산을 낭비한 정부사업만 350건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현숙의원은 “복지재정 중 10조원(100조원대 복지예산의 10%)이 넘는 혈세가 누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조폐공사는 직원이 1300여명에 불과하지만 임직원 복리후생으로 골프장, 콘도, 리조트 회원권 100억원을 구입하고, 72억원어치는 사용하지도 않았다. 각 분야에서 나랏돈을 나눠먹기식으로 “먼저 빼먹는게 임자”라는 이기적 행동으로 방만 재정과 빚더미 국가를 만들고 있다. 독에 밑이 빠졌으니 국민 호주머니를 짜고 또 짜서 매꿔 넣어도 새고 또 샌다. 이를 해결할 주체는 국민이다. 이젠 직접 국민이 내 재산을 지킨다는 심정으로 감시에 나서야 한다. 예산 낭비의 1차 원인은 공무원들이다. 예산이 곧 권력이니 모든 정부기관은 해마다 ‘묻지마 예산 증액’을 요구해 국가재정을 더욱 황폐화시킨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투명재정과 경쟁체제가 한시바삐 구축돼야 한다. 영국은 ‘내부시장 경쟁체제’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공무원 조직과 외부 용역업체가 사업권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이라고 기득권이나 특권은 없다. 말 그대로 완전 경쟁이다. 만약 외부 용역업체가 승리하면 해당 자치구는 즉각 ‘의회소집권’을 발동해 관련 공무원 조직을 해산한다. 사업권을 땄어도 예산을 꼼꼼하게 집행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가 박탈된다. 예산 낭비가 있을 수 없는 이같은 구조를 우리나라도 한시바삐 만들어야 한다. 성경은 “너 잘못했다”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를 인식하라고 가르친다. 불어나는 빚을 나몰라라 한 채 서로 “네 탓” 하기에 바쁘면 문제는 영영 해결될 수 없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혈족이 잘못을 하거나 빚을 지거나 팔려가거나 피해를 입을 때 대신 그 값을 물고 책임을 지게 했다(민5:8 레25:25~27, 47~49). 국가재정 파탄의 책임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져야 하는 것이다. 같이 나라 빚을 감당할 뿐만 아니라 파수꾼으로서 잘못을 감시하고 지적하므로 함께 극복하고 원상을 회복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동시에 갖는 것이다. “네가 그 악인에게 말로 경고하여 그의 길에서 떠나게 하지 아니하면 그 악인은 자기 죄악으로 말미암아 죽으려니와 내가 그의 피를 네 손에서 찾으리라”(겔 33:8) 하나님의 준엄한 경고를 당하기 전에 국민이 함께 어려움을 감내하며 국가재정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모두 나서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