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스로 불리한 상황 부르는 무책임한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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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일 간 밀월 시대가 열리고 6.25전쟁 이후 수십 년간 굳건했던 한미동맹이 전례 없이 무너지고 있다. 또한 한국이 한미일 삼각 동맹에서 이탈하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하나같이 동북아 지역에서의 한미일 안보 삼각 공조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사설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이는 양국의 ‘진짜 적’인 북한과 중국을 제외한 모두가 지는 싸움”이라고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양국이 냉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진지한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소미아 종료가 앞으로 동북아 지역 안보위험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한반도 전문가들의 발언을 빌려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최대의 패자는 한국이고 최대 승자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 한일담당관 출신 오바 민타로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갱신하지 않기로 한 것은 그 누구보다 자기를 해칠 수 있는, 충격적일 정도로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이는 한미동맹의 건설적 접근방식과 맞지 않고, 이번 결정으로 미국으로부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으로부터의 큰 대가가 무엇일까. 작게는 방위비 분담금 등 압박에서부터 크게는 동북아 안보 전략상 동맹의 핵심 축이던 한국의 탈락 가능성까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안보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그만큼 한반도의 불확실성, 즉 코리아 리스크가 전례 없이 커질 수 있다. 벌써부터 조짐이 보인다. 25일 국무부가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또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번에는 미군에 대한 위협까지 언급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깊이 실망하고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을 방어하는 것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미군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한국 탓에 한국 방어와 미군의 위협이 증대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주한미군 철수나 미군의 위협이 커졌으므로 방위비를 더 내라고 압박 강도를 높일 구실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자 청와대는 백악관과 ‘하우스 대 하우스’ 차원에서 긴밀하게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즉,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공개적 비판이 미 행정부 내의 온도 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이 차원에서 우리 외교부는 28일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미국 측에 공개 비난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번엔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가 28일 “우리가 동북아에서 직면한 심각한 안보 도전과 관련해 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우려한다”면서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날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한일 양국이 이에 관여된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같은 발언들이 백악관과 협의를 거친 결과라고 밝혔다. 미국측과 긴밀한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는 청와대 설명이 또다시 무색해졌다. 모든 사안을, 동맹과 한반도 안보가 걸린 사안까지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문 정부의 아집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의 이어지는 압박은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을 예고하는 것이다.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70년간 역내 번영과 안정을 이끈 한·미·일 협력 체제가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며 “향후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의 해체를 더 적극 공략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고 지적했다.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한국의 안보를 매우 심각하게 저해하는 조치이자 장기적으로 한·미 동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은 “한마디로 우매한 결정이며 한·미 동맹까지 흔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다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동북아 안보 전략에 한국이 도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한국과 일본을 한데 묶어 동일한 작전지역으로 여겨왔다.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는 유사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안전을 확보하게 된다. 정보공유를 매개로 한미일 3국을 한데 묶는다면 북한, 중국, 러시아에 맞서는 동아시아 연합 전구 구축도 가능하다. 결국 지소미아 종료를 미국은 동북아 전략을 이행하는 자국의 전략적 이익이 침해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한국이 지소미아를 지켜주는 것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며 이것은 한미동맹의 중요한 끈이 된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의 이같은 전략적 가치를 무시한 채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도, 효용성도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26일 “지소미아는 한일 군사정보 교류에 있어서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단견이 없다. 지소미아가 내포한 전략적 가치를 무시한 소치이다.
6·25 때 최초 투입된 미군은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규슈에 주둔하던 24사단이었다. 현재 5만명이 넘는 주일 미군의 일차적 임무도 한반도 유사시 주한 미군을 지원하는 것이다. 도쿄의 주일 유엔군 사령부는 주한 유엔군 사령부를 후방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오로지 그 목적 하나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에서 공수될 증원군의 1차 집결지는 오키나와에 있다. 그 때문에 일본은 북의 미사일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가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거부하면 일본과 주일미군이 북의 위협에 더 크게 노출된다. 결국 한일군사정보교류는 한미일 3국을 이어주는 끈이며, 유사시 위협에 3국이 공동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이같은 전략적 가치를 무시한 것이다. 한반도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정부로서 스스로 불리한 상황을 부르는 무책임한 결정이다.
지소미아 자체의 효용성도 무시해선 안 된다. 일본 전역에는 20개 안팎의 감청시설이 있다. 서태평양 전역과 남중국해 북부, 한반도 등이 감시 범위에 들어간다. 특히 일본의 최신형 광학 위성은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 준비 등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일본은 2024년까지 지금보다 성능이 향상된 정찰위성 10기를 운용할 계획이다. 유사시 정보공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일본은 우리가 불가능한 미사일 낙하단계에서의 추적과 탐지도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