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창설 6개국 외무장관들이 지난 6월 25일 베를린에서 모임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통해 영국에 EU탈퇴절차를 신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신 고립주의’ 세계 전파 우려 깊어져 …
하나님은 주고받는 사랑의 경제학 가르치셔 (마 7:12)
브렉시트, 즉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 것인지를 묻는 지난 24일 국민투표에서 ‘탈퇴’가 결정된 후 세계가 충격에 휩쌓였다. 애써 길을 찾아가던 세계 경제에 또다시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86)는 브렉시트로 인한 세계 경제 여파가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브렉시트 결정 하루 만에 세계 증시에서 우리 돈 3000조원이 사라졌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시대가 더 길고 크게 열린 것이다.
그동안 영국 런던은 EU 전체 외환시장의 80%에 이르는 외환이 거래되는 곳으로 미국 뉴욕과 함께 세계 금융시장의 양대 축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로화가 거래되는 유럽의 금융 허브이기도 했다. 그동안은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된 주식 등 유럽연합 내 어떤 금융시장과도 국내 주식 매매하듯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었다. 영국이 EU 회원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금융 허브 영국의 앞날에 위협이 되고 있다. 영국에서 수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의 JP모건, 골드만삭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대형 투자은행들도 떠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거래 시 새로운 규제의 영향을 받게 되면 영국에서 더 이상 EU와 자유롭게 거래하기 어려운 만큼 런던의 금융 중심지 기능이 프랑크푸르트나 파리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영국의 GDP의 7.6%와 세계 자본의 흐름을 주름잡았던 런던 국제시장의 앞날이 위협받고 있다.
영국 현지 기업들 역시 사업 규모 축소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기업인의 3분의 2가 브렉시트가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30% 이상이 투자를 줄이겠다고 답했고, 20%는 아예 사업체를 영국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이 같은 결과는 브렉시트에 따른 실물경기 충격을 예고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진단했다.
이미 영국에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포드, 닛산,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거점 전략의 전면 수정에 나섰다. 금융업계 이코노미스트는 파운드화와 영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일부에서는 올해와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영국에 투자를 고려하던 해외 기업들 역시 영국의 투자 매력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국 월스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영국이 유럽과 격리되면 미국과 아시아 같은 타 지역에서 영국을 교두보로 활용해 유럽시장에 진출할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도 지난해 54%가 영국을 매력적 투자처로 보았지만 올해 36%로 급격히 줄었다. 영국 시장이 유럽시장으로부터 차단될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부정적 전망이 커지면서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영국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조정했다. 앞으로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27일 영국의 신용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두 단계 강등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의 고조와 영국 정부의 재정적 취약성, 외부 자금조달 여건 악화 등이 그 이유다. S&P는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가 영국 연방에서 탈퇴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미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 발생15년 이후에 국내총생산(GDP)이 기존보다 3.8~7.5% 감소할 것이라는 비용편익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브렉시트 발생 시 오는 2018년까지 영국 GDP가 최대 5.2%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브렉시트 후에 영국은 EU 단일시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되므로, 영국이 EU시장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역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영국이 EU의 한 경제권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므로 세계 시장에 같은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른바 신 고립주의의 문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1989)를 기점으로 그동안 세계 경제는 자유무역과 개방이라는 한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었고(1992), 유럽연합(EU)은 단일 화폐인 유로화를 도입(1999)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2001)하면서 글로벌 개방경제 체제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 같은 경제통합과 세계화는30년 가까이 세계 경제의 흐름을 대변했지만 이번 영국의 EU탈퇴 결정은 전세계에 보호무역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이미 브렉시트 전부터 세계경제의 저성장과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돼 왔다.
최근 WTO는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 조치로 인해 세계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경고했었다. WTO는 작년 10월 중반부터 올해 5월 중반까지 G20 국가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반덤핑 조치를 비롯한 각종 보호무역 조치를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자유무역의 장기적 혜택보다 눈앞의 이익을 챙기려는 보호무역 정서는 대대적인 통상 분쟁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 말 현재 미국이 부과 중인 반덤핑관세는 266건, 상계관세는 64건 등 모두 330건이다. 2001년 이후 14년 만에 연간 기준 최다 건수다. 중국이 가장 많고(132건), 한국(18건)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아시아 수출국들이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 주도 아래 어렵게 합의를 이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미국의 신고립주의에 막혀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맞서 글로벌 통화전쟁도 시작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27일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0.91% 절하했다. 2010년 12월 이후 최저다. 스위스도 프랑화가 급등하자 이례적으로 대규모 시장개입에 나섰다. 일본 정부도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을 넘나들자 일본 재무성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묵인을 얻지 못하더라도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며 “마지막은 국익과 국익의 싸움”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금리 인상을 내년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커졌고, EU도 양적 완화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화전쟁은 각국이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 자국 통화를 약세로 유지하려는 국익 충돌현상이다. 상대 국가를 궁핍하게 만든다고 해서 ‘근린 궁핍화 정책’이라는 악명도 갖고 있다. 국제 사회가 겉으로는 공조를 외치지만, 각국은 국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한 동기도 이기주의였다. 유럽연합(EU)의 재정악화가 심화되면서 영국이 내야할 EU 분담금 부담이 커지자, 더 이상 EU에 남아 있는 것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브렉시트 찬성 지도자들은 EU에 매년 내는 30조원 규모의 분담금을 자국민의 복지와 신성장동력에 돌리면 더 잘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EU국가 간 이동의 자유화로 최근 계속 밀려드는 난민들에게 복지 혜택과 일자리를 빼앗기고 삶의 질은 더욱 떨어졌다는 영국인들의 분노가EU 탈퇴를 결정짓게 했다. 실제로 영국 내 EU 회원국 출생자는 2004년 149만 명에서 작년 313만 명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안 그래도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하위 계층의 불만이 ‘반이민정서’를 증폭시키며 브렉시트를 이끌었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영국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 감소, 경제성장률 하락, 세계 속 영국의 역할과 위상 타격 등 영국의 장기적 손실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조금을 주지 않으려다 더 큰 것을 놓친 격이다. 성경의 가르침은 받고자 한다면 먼저 주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마 7:12) 주고받음으로 얻게 되는 사랑의 결실이 더 크다는 진리를 망각한 결과이다. 국가 이기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세계 국가에 대한 메시지도 같다.
하나님은 먼저 베푸는 자를 사랑하신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눅 6:38)
브렉시트로 인한 세계의 보호무역주의, 고립주의가 발호하면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2%대로 하향 조정한지 얼마 안되 민간 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다시 2%대 초반으로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6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반으로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추경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브렉시트,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국내외 경기가 위축돼 최소 11조5000억 원, 최대 26조6000억 원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려면 영국과 EU의 협상기간을 포함해 2~5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불안정성 및 불확실성을 줄이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실물 부문의 기초체력 강화에 힘써 차세대 신성장 동력의 꾸준한 발굴과 수출주력 품목의 다양화 등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경제적 관점에서 브렉시트의 파장을 살펴보았지만 브렉시트가 초래하게 될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정치 지정학적 측면에서 변화하게 될 세계의 모습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수립된 국제질서의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가올 전후 세계 질서의 일대 변화는 우리나라에 특히 좋을 리가 없다.(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