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발 코로나사태 새 국면 맞아 …
하나님은 이기심 아닌 공동체 위한 진정한 사랑 가르치셔 (고전 10:24, 마 6:1)
코로나 종식에 대한 꿈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5월 들어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코로나19 사태가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감염 확산으로 새로운 위기를 맞은 것이다. 12일 0시 현재 이태원발 누적 환자 수가 93명으로 증가했다. 유동인구가 많았던 연휴 기간에 감염이 시작되면서, 감염자들 역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고, 충청과 제주, 부산 등 전국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11일 현재까지 광주, 전남, 강원 등지에서 이태원을 방문한 원어민 교사 등 교직원만 수백 명에 이르고, 자진 신고 군 장병만 50여명에 달한다.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손자에 80대 외할머니가 2차 감염되는 등 지역과 계층, 연령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클럽 방문자가 3천명이 넘는다니, 전국 어느 곳에 감염원이 숨어있는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이태원발 감염은 전과 다른 특징이 있다. 감염원이 대부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 20~30대의 젊은 층이다. 이태원 집단감염의 지표환자인 용인 66번 환자가 29세이고, 그와 접촉해 확진된 이들도 상당수가 20대다. 무엇보다 20대는 코로나19에 걸려도 무증상을 보일 때가 많다. 방역당국은 이태원발 확진자 중 무증상 비율이 30%라고 밝혔다.
세계적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실린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송준영·정희진·김우주 교수팀의 연구논문에 의하면 지난달 코로나19 국내 초기 확진자 28명 중 3명(10.7%)이 무증상 감염이었다. 감염된 환자 본인도 증상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증세가 없었다고 한다. 이렇듯 코로나19 초기 환자 중 약 10%가 무증상을 보이는데 비해 이태원 확진자들은 무증상 비율이 3배 높은 것이다. 젊은 층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20~30대는 면역력이 높기 때문에 치명률이 낮아 방역수칙에 상대적으로 무딘 것도 우려 요소다. 이번 이태원 발 확산도 클럽 내의 밀집 공간에서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 또 젊은이들은 사회활동이 왕성해 순식간에 전국을 위험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이태원 클럽발 확산이 전국적인 건 20~30대의 활동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이태원발 코로나 재확산이 무서운 이유이다. 방역수칙에 무디고 활동범위가 큰 무증상의 감염원들이 그동안 K-방역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관리에 성공적이었던 방역당국과 의료진의 헌신적이고 체계적인 방역시스템을이 사실상 무력화했다.
또한 몇 달 동안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한 수많은 국민들의 노력과 희생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 위험에 놓이게 했다.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던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뤄지고 미뤄지다가 당장 이번 주부터 등교가 예정됐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실망과 불안감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신천지 때는 리스트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리스트도 없어 방역의 한계 상황에 부딪혔다. 클럽출입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다면 확산차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해 해외 언론들도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은 11일 기사에서 한국에서 최근 몇 주간 확진자가 급감했는 데 이번 클럽 감염으로 코로나 발생의 두 번째 충격파 수순으로 접어들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NHK도 이날 “서울 클럽 등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에 따라 오는 13일부터 재개할 학교 등교 수업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학생 보호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상황을 소개하며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입증하는 사례”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그간 바이러스 대처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던 중국과 독일 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며 확진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달 들어 중국 내 신규 환자는 하루 1~2명에 그쳤지만 9일부터 지린성 수란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나타나면서 다시 두 자릿수로 돌아갔다. 지린성과 가까운 랴오닝성과 헤이룽장성 역시 확진환자가 생겨나 동북 3성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도 9일부터 감염자가 나타나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우한 지역 감염자 5명은 무증상 감염자가 확진자로 뒤늦게 확인된 사례다. 중국 당국은 후베이와 우한 지역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잘 막아낸 독일에서도 도축장과 양로원을 중심으로 확진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6일 상점 영업 재개, 점진적 등교개학 등 봉쇄 완화 방침을 밝힌 지 사흘 만에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 외에도 이란은 감염자 발생이 줄어 지난달 중순부터 경제 활동을 재개했다가 이달부터 신규 확진환자가 다시 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범 방역국’으로 꼽히던 싱가포르 역시 보건 체계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 3월 개학을 강행했다가 확진자가 급증해 지난달 학교 문을 닫았다. 이 같은 재확산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예방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야구나 축구에서 경기 내내 승기를 지켰지만 종료를 앞두고 선수들이 방심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일부 주민들이 상점이나 버스·지하철 등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 시민 수천명이 모여 “정부의 봉쇄 조치에 반대한다.”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면 이태원발 재확산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경종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를 알아서 극복하지 않으면 오늘날의 바이러스 창궐시대와 앞으로 닥쳐올지 모를 코로나 재유행 사태에 대처할 수 없다.
첫째, 공동체 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자는 20대가 27.57%로 가장 높지만, 코로나 경각심은 가장 낮다. 서울연구원과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서울시민 8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민 코로나19 위험 인식 설문조사’ 결과 서울 거주 20대는 39.5%만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전국 전체 평균 74.2%가 코로나19의 건강 피해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 안이한 인식이다. ‘내 건강상태가 좋다’고 답한 서울 거주 20대도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비율(69.7%)이 높았다.
이 같은 인식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 등의 참여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주일 간 다중시설 이용자제’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항상 실천했다고 답한 20대는 24.3%에 불과했다. 30대 역시 35.6%만 항상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