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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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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에 나타난 진보의 위선

GOSPE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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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개혁 화두는 실천 따르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 수단으로 변질 …

외식과 불법의 나라는 황폐화되 버려지고 의로운 피가 돌아갈 것 (마 23:28~38)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2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져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성폭력 근절을 핵심의제로 내세워왔던 정의당의 대표의 성비위는 충격적이다. 진보정당의 위선적 치부가 또다시 드러났다. 특히 성비위 문제와 젠더 의식에 남다른 경각심을 보이며 차별화를 꾀해 온 정의당의 대표가 바로 그 남성 우월적,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인권과 양성평등을 강조해 온 민주화 세력과 진보 진영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성비위 사건이 잇달았다. 대선 이듬해인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피해자인 비서 김지은씨가 그해 3월 5일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하던 바로 그날 오전에 안 전 지사는 충남도청 직원 강연에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같은 해 진보 정치인의 대표주자인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가 “이런 파렴치한 사람에게 그런 큰 일을 맡길 수 없다”고 7년 전 기자 준비생일 때 성추행 피해를 당했던 현직 기자에 의해 안 전 지사 폭로 이틀 후 세상에 알려져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대선캠프에 합류해 문 대통령을 도왔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대한민국 진보 역사의 거두였고 인권운동의 대부였던 고 박원순 시장은 누구보다 성범죄 근절에 앞장섰고, 자신 또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직접 ‘박원순 캠프와 함께하는 성추행 예방교육’을 열던 그였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여비서에게 권력형 성범죄를 지속하고 있었다. 안희정 사건이 일어났던 즈음에도 ‘늦은 밤 음란한 문자를 보내고, 침실에서 안아달라고 하고, 신체를 밀착시키는’ 등의 추행을 계속했다고 피해자는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는 지난 14일 피해자가의 또 다른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박원순의 성추행을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판단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권력관계 명확한 조직문화에서 발생한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여당의 의식은 다르다.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너무 맑아서…”(박범계 의원) 또는 “자신에게 너무 엄격해서”(조희연 서울시교육감)라고 했다. 성추행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란 뜻과 피해자가 아닌 박 전 시장을 변호하는 두 가지 함의가 담겨 있다. 박 시장을 ‘거목’과 ‘큰 별’에 빗대며 그의 ‘대수롭지’ 않은 일탈을 덮어 버리려고 한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박 전 시장의 빈소 밖에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의 대응 방침을 묻는 기자에게 ‘××자식’이란 욕설까지 했다. 민주화 운동을 해온 수십 년 동지에게 추잡한 의혹을 들이대는 기자는 욕먹을 짓을 한 것이었다. 그러고는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피해 호소인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피해 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했다.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했다. 끝내 박 시장이 가해자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시민단체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살인죄로 고발하겠다며 국민고발인단을 모집하기까지 했다. 피해자에게 2·3·4차 가해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정작 자신들이었다.

인권, 평등, 도덕성, 정의 등 진보진영이 내걸었던 핵심 가치들은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이자 자신들을 진보로 포장하는 패션 아이템일 뿐이었고, 정작 자신들에겐 한없이 관대했다. 자신들의 문제가 노출되면 상대방 탓이거나 해궤한 논리로 둔갑해 오히려 상대를 공격하는 재료가 된다. 문 정권 내내 이런 태도가 이어졌다.

과거 정권 줄대기를 하던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임에도 정부여당은 거꾸로 권력 편향성을 벗으려는 검찰에게 ‘정치검찰’이란 낙인을 찍었다. 추미해 법무부 장관은 임명장을 받은 지 며칠 만에 울산시장 선거 개입, 유재수 비리 비호, 조국 전 법무장관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 지휘부를 통째로 갈고 좌천시켰다. 청와대 입맛에 따른 편향적 권력 남용으로 검찰 독립은 철저히 훼손됐다. 검찰로 안되니 이젠 민주국가에서 전무후무한 초헌법적 사정기관인 공수처를 만들고, 시행도 전에 법까지 고쳐 정권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한 공수처는 진보의 권력유지를 위한 반대파 사찰기구로 변질될 가능성을 안고 출범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3권 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는 형해화되고 전체주의적 독제체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그토록 믿었던 민주화 세력이 오히려 민주주의와 정의의 가치를 허물고 있다. 왜 이런 것일까?

문재인 정권은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이 대다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며 익힌 선전선동, 분노와 증오는 학생 대중을 일치된 목표로 결집하고 대중을 열광시키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민주, 개혁, 정의, 평등과 같은 수사화된 용어들이 ‘악마화된 적’을 공격하는 핵심 키였다. 그러나 막상 자신들의 조직 운영은 민주적이지 않았다. 무조건 리더의 말에 순응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운동권으로 대표되는 진보 진영은 민주화를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는 내부에서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이 문제가 표면화됐다”고 설명한다. 정권을 잡은 이들은 더 이상 진보가 아닌 기득권화된 보수가 되어 기존의 보수보다 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무섭도록 철저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신들이 정의로운 개혁 세력이라는 착각으로 ‘개혁’이란 화두를 자신들의 비리를 덮고 기득권을 지키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작 자신들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상대를 공격하는 ‘위선’이 따르는 것이다. 존재와 의식의 괴리 현상이다. 조국 사태는 존재와 의식의 이 괴리를 상징한다. 조국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흔들리게 됐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문 정권에 대해 “변화하지 않고 민주화 시대의 성공 기억으로만 사회를 꽉 붙들고 있으며 스스로 ‘완장’으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벌써 정계와 관계, 방송과 신문, 시민단체와 지식인층을 망라하는 거대한 기득권의 커넥션을 구축했다. 비리가 터질 때마다 그 커넥션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그 압도적 헤게모니를 이용해 감시와 비판의 목소리를 순식간에 잠재워 버린다. 낡은 보수의 나쁜 모습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체화한 것이다. 기득권을 확보한 그들은 그 커넥션을 활용해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자식 세대에 물려주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들은 이렇게 바꿀 것보다 지킬 것이 더 많은 보수층이 됐다. 그리고 그들이 살해한 나쁜 보수보다 더 나쁜 보수가 됐다.

산업화세대는 적어도 일자리도 얻어주고, 아파트도 한 채 갖게 해줬지만 586세대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일자리도, 아파트도 주지 않는다. 그저 자기 자식들에게 재산과 학벌을 물려주느라 그 검은 커넥션을 활용해 다른 젊은이들에게서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마저 빼앗아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