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선거, 돈 공천에 꺽인 한국의 지방자치 …
민주주의 바로 세울 실천적 교회역할 필요해
오 전 양산시장은 정치에 입문후 지방선거에 2번, 국회의원 선거에 1번 모두 떨어지다가 2004년 경남 양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결국 당선됐다. 2006년에 재선까지 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살했다. 오 전 시장은 선거빚과 정치자금 등의 이유로 2003년 땅을 담보로 모 은행에서 59억원을 대출받았고, 시장이 된 후엔 이를 갚기 위해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정보를 주고 24억원의 뇌물을 받는 등 토착비리의 전형이 됐다. 그는 “지금의 불투명한 정당 공천제는 반드시 개선되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충남 당진군수는 군청 여직원에게 아파트를 사주면서 업자들로부터 받은 비자금 관리를 맡겼고, 경북 영양군수는 자신이 소유한 건설사와 숱한 수의계약으로 돈을 챙겼다. 이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비리는 ‘돈 공천’에서 잉태된다. 공천이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미래의 범죄자로 만드는 ‘비리 배양 과정’이 된 것이다. 지방자치 1기 때 비리로 기소됐던 기초단체장은 23명이었다. 2기 때는 59명, 3기 78명, 현재의 4기는 94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230곳 중 거의 절반(48%)의 단체장이 감옥에 갔거나 갈 채비를 하고 있다. 세계에 없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한국 지방자치의 모습이다. “너는 뇌물을 받지 말라 뇌물은 밝은 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로운 자의 말을 굽게 하느니라”(출 23:8)
5기인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벌써부터 공천뇌물 비리가 적발되고 있다. 16일 경기 여주군수가 지역구 의원에게 2억원의 공천뇌물을 건네려다가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1일 여당 공천을 받고싶어하던 제주도지사 후보의 친동생이 불법 선거자금을 전달하려한 혐의로 구속됐고, 9일 전남 해남군수의 자택과 서재에선 거액 다발이 발견됐다. 기초단체장의 경우 당의 공천을 받으려면 지역국회의원에게 7억원을 바쳐야 하고, 6억원을 내면 공천을 받지 못한다는 이른바 ‘7당 6락’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체들이 호화청사 신축, 무모한 프로젝트 추진, 현시적인 행사거행 등으로 예산낭비를 일삼는다는 비판을 받는 차에 돈선거 돈공천까지 저질 지방자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공천권을 수단으로 한 지역 영향력 확대와 공천헌금이라는 두마리 토끼의 유혹에 깊이 빠져 있다. 공천심사과정에서 심사비, 당비 등의 명목으로 드러내놓고 거둬들이는 공천장사만 한나라당 57억, 민주당 33억의 수입이 추산된다.
다음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도움이 절실한 탓이다. 심지어 특정인이 미는 사람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탈락시키기도 하고, 자기당에 유리한 지역이라고 아무 연고가 없는 인사를 전략공천이라는 명목으로 투입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모두가 지역민을 무시한 처사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해치는 근간이다. 오직 중앙 정치와 지자체끼리 서로 물고 물리는 선거먹이사슬 고리를 형성해 ‘내천’ 시비를 낳고, 토착비리를 낳는 원인이 된다.
국민의 70%이상이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에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법개정을 해야할 국회의원들은 꿈쩍 않고 있다. 정치인들이 정당공천을 고집하는 명분은 ‘책임정치 구현’이다. 이 말대로 과연 책임을 지고 있나. 비리로 쫓겨난 단체장·의원들을 다시 뽑는데 든 비용만 작년까지 484억원이 들었다. 비리단체장을 공천한 정당이 재선거 비용에 든 국고 중 한푼이라도 내놓으며 책임의식을 보인적은 없다. 자신들이 공천해 당선됐던 사람들의 비리에 대해 사과 한마디도 한적이 없다. 정치권의 탐욕이 민의를 외면하고, 정당공천을 개혁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이다. “삼가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눅 12:15)
이때문에 지방선거가 지역민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여 지방정치를 활성화시키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지는 풀뿌리 공약과 비전의 기회가 아니라 지역민들을 중앙정치싸움판으로 끌어들이는 선거가 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에게 천안함 사태 처리를 묻는 황당함도 이어진다. ‘북풍’, ‘노풍’에 ‘역풍’까지 중앙정치바람이 거세다. 지방자치 선거에 왠 ‘정권심판론’이 주요 이슈가 되고, 현 정권도 모자라 ‘무능한 전 정권’을 또다시 심판하자는 대결구도까지 형성된다. 당면 지역 현안보다는 정당의 권력투쟁이 주축이 되고, 실현가능성 없는 극성 포퓰리즘이 판을 친다. 참신하고 유능한 전문인들의 진출이 힘들고, 인물과 공약 중심의 정책선거도 자리잡지 못했다. 공무원의 줄서기 관행도 여전하다. 기초단체장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행정의 영역임에도 정치꾼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 선거의 주역이 지방에서 중앙으로, 주민에서 정당으로 바뀐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도지사나 시장·군수를 대통령이 임명하다 보니, 이들은 권위적 통치자로 군림했다. 지역주민의 이익보다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충성하는데 치중했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대가 컸지만, 오늘날 정당 공천은 과거 임명직 시대의 병폐를 대통령으로부터 정당으로 옮겨놓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방자치 후보자들이 지역민보다는 정당에 줄을 대서 아부하고, 정당의 눈치를 보는 지방자치 아닌 타치시대를 만들고 있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면 지역발전과 주민복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보다 부차적인 선거가 아니다. 국민의 삶에서 차지하는 지방정치의 비중은 그 무엇보다 크다. 2010년도 중앙정부의 예산은 약 255조원, 지방정부 예산은 약 183조원이다. 국가 재정의 40%가 지방정부 예산이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주민의 자치를 위한 것임에도 주민의 투표율은 저조하고, 지역에 기댄 ‘공천=당선’ 구도를 만든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해,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는 요원할 뿐이다.
북이스라엘 여로보암 2세 왕 시절에도 돈을 위해 의인을 파는 불법과 부패, 타락에 빠졌다. 아모스선지자는 권력자들을 향해 “궁핍한 자를 삼키며 땅의 가난한 자들을 망케 하려는 자들아”(암 8:4)라고 쓴소리를 마다않았다. 조선 말엽 매관매직이 횡횡하던 때, 부패한 관리들은 자신의 부임지에 ‘예수교인’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조사해보고 교회가 있으면 스스로 다른 곳으로 부임을 청했다는 기록이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부정과 부패에 맞선 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이 기독교 강국의 나라를 이룩했지만 뇌물, 비리, 부패가 끊이지 않고 중앙정치권부터 지방행정까지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있다. 교회가 죄에 엄격하고 실천적인 신앙보다, 세상 축복과 성공에 매달린 이기적인 신앙양태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지불한 돈을 채우려 각종 이권사업에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하고 비자금을 챙기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더 이상 있어선 안된다. 잘못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고치는 일에 선한 목자로서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 주민들의 권익을 먼저 생각하고 주민의 재산을 지키는 선한 목자로서 단체장을 세우는데 이번 지방선거에 유권자들이 나서야 한다.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느니라”(요 10: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