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판검사, 국회의원 언제든 내사할 가능성 열려 …
하나님은 완전하고 공정한 저울 추 아니면 불의하게 행하는 자들이라고 경고하셔 (신 25:15,16)
그러자 문 대통령은 하루 만에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피의자의 변호를 맡았던 이를 대신 새 차관에 임명했다. 경기에서 내편에 뛰는 선수를 갑자기 심판을 시킨 셈이다. 징계위원회에 투입해 윤 총장을 아웃시키는 것이 그만큼 급했다. 그래 놓고 문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눈가리고 아웅’이고 혹세무민이다.
이렇게 임명한 새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만취상태에서 ‘택시기사 폭행’과 석연찮은 경찰의 내사종결로 구설에 올랐다. 수많은 자기 편 범법자들을 죄 없다고 하는 이 정부가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겠단다.
마이클 센들은 ‘공정하다는 착각’ 저서에서 정권을 쥔 자들이 공정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고, 시민들은 폭정인줄도 모른채 ‘공정하다’라고 착각하는 위험성을 지적한다.
문 대통령의 눈가리고 아웅은 공수처법 통과로 절정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수처에 대해 “무엇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고 5번이나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출범을 “부패 없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20년 넘게 논의되고 추진돼 온 것” “참으로 역사적인 일”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가 공수처를 반부패 정책의 핵심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 입법을 추진했다”며 “당시 공수처가 설립되었다면, 이후 정권의 부패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은 없었을지 모른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소환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이제는 공수처가 ‘독재를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까지 한다”며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독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야당을 논박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공수처는 검찰 내부 비리와 잘못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라면서 “국민들은 검찰의 권한에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검찰도 받아들이길 바라 마지않는다”고도 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윤석열 총장의 검찰을 향해 직격을 날렸다. 공수처법은 판검사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의 말대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나 공수처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어필할 단어만 나열한 것이다. 개정과 그 내용에 대해선 슬쩍 넘어갔다. 혹세무민 화법이다. 공수처법이 1년 전 통과됐고, 지난 10일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1년 전 통과된 법도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의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야당의 비토권까지 무력화한 공수처법 개정으로 인해 새로운 문제점들이 더해진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공수처법은 그 내용상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탄생할 수 없고 탄생해서도 안 되는 괴물같은 법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노 전 대통령이 발의한 공수처법은 이번 공수처법과 제목만 같을 뿐 내용에서 전혀 다른 법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9월 ‘공직부패수사처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시 제출된 법률안에 따르면 공직부패수사처는 기소권을 갖지 않는다. 수사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공직부패수사처에서 수사한 사건은 무혐의 사건이라 하더라도 이를 지체 없이 관할 검찰청 등에 송치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검찰이 공직부패수사처에 대한 통제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금의 공수처 처럼 검경의 수사를 강제 이첩하고 도맡아 수사하고 기소까지 하는 최상위 기구로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지 않았다. 준사법 기구로서 기존 검찰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검찰의 한계를 보완하는 보조적 수단에 한정돼 있었다.
물론 공수처법 제27조는 공수처장이 불기소로 결정할 때에는 관련 범죄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하도록 해 공수처가 불기소권을 남용할 가능성을 줄였다지만 그 때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의 일이고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은 공수처의 편향적 수사 시 오히려 증거 인멸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공수처는 다른 기관이 진행하고 있는 수사의 이첩을 명령할 수 있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발의된 법에 따른 공직부패수사처는 “국회, 감사원, 대검찰청, 국방부는 공직부패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공직부패수사처에 의뢰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에 대해 의뢰할 수 있다’고 해 지금처럼 막강한 강제 이첩권이 아니었다.
문제는 이같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수처장을 야당의 동의 없이도 정권이 단독으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민주주의의 훼손이고 후퇴이고 독재로 가는 길을 연 것이다. 과거의 독재 정권도 법적으로 이같은 무소불위의 친위 기구를 갖지 않았다.
아니, 3권 분립이 보장된 민주국가에서 대통령 옆에 수사권, 기소권을 가진 또하나의 사법기구를 둔다는 건 언감생심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국가의 틀이자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인 3권 분립 정신을 무시한 법이고, 헌법 개정을 통하지 않은 헌법 개정에 맞먹는 변경이다.
더욱이 정부 여당은 야당의 비토권 삭제 개정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의 절차마저 생략했다. 법이 보장한 민주적 과정이 무시된 의회독재이다. 민주적 절차가 지켜질 때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것이지만 이 정권은 자기 마음대로다. 과거 공수처법의 제정 당시에는 여당이 과반의석을 갖지 못했기에 야당에게 비토권을 줬지만, 이제는 과반을 넘는 의석을 갖고 있으니 반대에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다수의 횡포를 넘어선 독재와 같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 때부터 20년 집권론을 펼쳤다. 그의 말에 따르면 1800년 정조 사후 220년간 지속된 수구 세력의 편향을 극복하려면 최소한 20년의 집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공수처는 그 20년을 집권하는 데 필요한 기구”라며 “이 정권이 왜 온갖 억지와 추태를 부리면서까지, 심지어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공수처 설립과 검찰 파괴에 집착했는지는 높은 역사의 고지에서 봐야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국 교수들이 뽑은 2020년 사자성어는 없던 단어를 조합해 만든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자들의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 상대를 위한 건설적 지혜와 상생의 소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정권은 대한민국 역사 이래 가장 극심한 내로남불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면 안되고 공수처는 된단다. 지금까지 정권이 보여준 행태라면, 다수의 횡포로 억지 설립한 공수처가 정권 연장의 수단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다시 말하자면 문제는 공수처 자체가 아니다. 공수처가 비판에 직면해 있는 이유는 중립성 논란을 안은 법에 의해 탄생했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