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주의·보호무역주의·불확실성 세계 강타 …
특히 경제ㆍ안보를 미국에 의존해 온 한국에 직격탄 (고전 10:13)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세계가 원하지 않았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8일 미국 대선에서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자 사설에서 “여기서 시민으로 살아가기에 이상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이지만, 공포와 낙담에 굴복할 수는 없다”며 “우리에겐 구해야 할 지구가 있고 트럼프의 국토 중심 정권으로부터 보호할 수백만 이민자, 돌봐야 할 아픈 사람들이 있다”며 트럼프가 공언한 파리협약 철회·오바마케어 폐지·국경 강화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미국을 분열시키고 세계 정치의 새 시대를 알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현실”이라고 평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가장 위험한 지도자를 선출했다. 우리에겐 수많은 두려움이 있다”며 “미국이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당선인은 편견이 아주 심한 불안정한 사람이고 성 공격자이면서 상습적인 거짓말쟁이다. 그는 뭐든 할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을 개탄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설에서 “거대한 위험이 닥친 순간”이라고 칭하고, “트럼프의 승리는 서구 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도전”이라며 “국제사회 질서에 또 다른 중대한 타격”이라고 평했다.
독일 유력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선거가 아니라 국가 위기였다. 결국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재앙으로 끝났다. 상상할 수 없는 게 현실이 됐다”고 보도했다. 독일 슈피겔지는 “거친 포퓰리즘이 분별을 이겼다. 미국 민주주의가 중대한 시험대 앞에 섰다”고 평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트럼프 당선은 서구 민주주의의 판을 뒤엎는 지진”이라며 “베를린 장벽의 붕괴, 9·11 테러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알린다”고 평가하고 “이번 선거에 영향을 받는 세계에선 극단주의 정당 집권 등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도 “트럼포칼립스(트럼프와 종말을 뜻하는 아포칼립스를 합친 말) 충격..아찔”이라고 묘사하고 “세계를 지도하는 국가가 이제 극우주의자의 손에 놓였다. 51%의 미국인들이 인종차별주의자, 거짓말쟁이, 성 공격자, 증오로 가득 찬 후보인 줄 알면서도 그에게 투표했다”고 개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깜짝 놀란 세계가 가장 큰 경제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를 지휘하는 트럼프와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한국 등 동맹국이 트럼프로 대표되는 대중영합주의와 극우 사상이 전 세계를 휩쓸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또 분석기사에서 “서방 해체의 신호”라는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IISS) 앨런 선임연구원의 진단을 실었다.
인도 힌두스탄 타임스는 “트럼프는 자국에 나쁘기에 인도에도 나쁘다”며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한국·일본과의 방위조약을 찢어놓고 기후변화 정책을 뒤집으려는 시도는 미국을 약화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의 에스타두지는 사설에서 “분명한 건 그가 선동가의 타락 말고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지위를 차지할 아무런 자격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국제 안보와 세계 경제 안정성을 제공하는 미국이 한발을 잘못 디디면 나머지 세계는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는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갈 권력을 유지할 힘과 결의를 지녔다고 여겨왔지만 이제 미국은 우리가 생각했던 나라가 아니다”라고 썼다.
멕시코의 레포르마는 사설에서 “정책 제안은 잊어라. 혐오가 선거의 주요 동력이 됐다. 혐오는 포퓰리즘을 통해 쉽게 악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처럼 세계가 하나같이 우려하는 이유는 첫째, 트럼프의 극단적 미국 우선주의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과의 관계 재고, 해외주둔 미군 철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한·일 등 핵무장 허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FTA 전면 재검토, 불법 이민자 추방 및 국경보안 강화, 이란 핵 합의 폐기, 기후변화협약 폐기 등 기존 세계 질서와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마디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적으로는 고립주의,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다. 하지만 구체적 각론은 없는 정책적 모호성에 트럼프의 전무한 국정운영 경험과 예측불가한 특성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아프리카·아시아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 중단, 기후변화 공동대응 중단, 인권 문제에서 입장 후퇴 등 모든 외교정책에서 ‘세계의 리더로서 미국의 종말’로 인한 메가톤급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마디로 미국이 전후 60여 년간 쌓아 올린 세계 질서가 이제 백척간두에 서게 된 것이다. 또한 미국 우선주의는 초강국에 걸맞은 책임을 전제로 하는 전통적인 국제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전 세계에 도미노처럼 자국 이익을 노골적으로 앞세우는 국제 추세가 강해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세계에 번지는 고립주의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지만 이번 미국 대선의 결과는 이런 우려를 태풍으로 맞닥뜨리게 됐음을 의미한다.
둘째, 불확실성의 증대 때문이다. 트럼프는 정치 경험이나 군 경력 등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미국 최초의 대통령이 되게 됐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업가 출신으로 외설스러운 언행과 독설, 기행을 일삼아 온 트럼프가 미국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것은 상식과 통념을 깬 대이변이다.
그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을 이끌어 갈 만한 자질과 역량을 갖췄느냐에 대한 의심이 팽배하다. 우선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불안이 크다. 트럼프가 보여준 막말과 천박한 행태는 상식 이하였다. 음담패설 녹음파일, 연방소득세 납세회피 의혹,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성 추문 등에도 반성할 줄 모르는 자세에 전세계는 혀를 찼다. “스타면 여자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비뚤어진 생각을 하는 그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세계를 상대로 어떤 행동을 할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트럼프는 극렬한 분열주의자의 행태를 보였다. 이번 선거가 인종ㆍ성별ㆍ계층 간 극심한 대립양상으로 흐른 데는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자의 책임이 크다. 흑인, 이민자, 무슬림 등 소수파와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해 차별적 발언을 해 백인들의 혐오를 조장하고 정략적으로 악용했다. 양극화에 분노한 백인남성 저소득층을 대변한다면서 “불법이민자 추방” “국경 장벽 설치”등 편가르기 행태를 정당화했다. 배타적 민족주의,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이유다.
실제로 트럼프가 당선되자 미국에선 3일만에 흑인, 이민자 등을 겨냥한 혐오 행위가 200여건으로 급증했다. 이례적으로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반대 시위도 전국 50여 도시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다. 그런 그가 표방하는 정책의 불확실성은 불안을 증폭시킨다.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부닥치는 외교ㆍ안보에서 그가 분명한 입장을 제시한 것은 거의 없다. 대 중국ㆍ러시아 관계, 이슬람국가(IS) 사태, 한반도 문제 등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세계는 잘 알지 못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당선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겠다” “김정은과 대화하겠다”는 등 불쑥불쑥 내뱉는 듯한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혼란만 가중시켰다. 당장 모든 FTA를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이 부추긴 세계경제의 불안정성과 무역위축·마찰 우려부터 세계를 긴장시킨다.
성경이 예고한 대로 극단적 이기주의와 돈을 위해 무정과 분열과 욕망만이 넘쳐나는 세상의 표본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너는 이것을 알라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러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모함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배신하며 조급하며 자만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며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니 이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고전 10:13)
미국이 몰고 올 이러한 예측 못할 변화에 한국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해졌다. 미국에 경제ㆍ안보를 의존해 온 한국으로서 새로운 한미관계 구도를 재정립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 됐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은 이미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했고 국정은 마비됐다. 가뜩이나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동북아 정세의 엄중한 현실 속에 처해 있는 한국이 최고 우방으로 의지했던 미국까지 업친데 덥친 격의 내우외환의 이중고의 격랑에 빠졌다.
우리나라에 불어 닥칠 격랑은 우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의 강화가 초래할 우리나라의 피해이다. 트럼프는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던 노동자 계층의 백인표를 흡수해 당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보호무역 장벽을 높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미국의 일자리를 갉아먹는 조약”이라며 ‘깨진 약속’ 또는 ‘일자리 킬러’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는 258억달러다. 무역마찰이 불가피한 이유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국 간 무역관세가 부활하면 내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 손실액이 약 30조원에 이르고 일자리도 24만개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한미 무역마찰만 우려가 아니다. 트럼프는 중국을 일자리를 앗아가는 대표적인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까지 했다. 나중에 트럼프 캠프는 45%는 와전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어떤 형태로든 미·중 무역 질서는 변화를 겪게 됐다. 중국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벌써부터 중국은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맞대응을 놓고 있다. 우리는 수출의 40%를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한·미 통상관계가 악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미·중 통상관계가 악화돼도 우리 수출은 큰 타격을 입는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70% 정도가 중간재이고, 중국에서 이를 재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중으로 파도가 덮치는 셈이다.
둘째, 한반도의 불안정 확대와 동북아 안보지형의 변화이다.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한마디로 동맹보다 실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고, 국제 평화란 명분을 위해 미국이 예산을 쓰며 국력을 소모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동맹을 축으로 했던 미국에 의한 국제 평화인 ‘팍스아메리카’의 종말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그들 나라의 일이라며 전쟁 불개입을 강조하고 “행운을 빈다”고 조롱했던 트럼프다. 동맹국들이 미국 군사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트럼프는 공언한 대로 우리나라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물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부담하라고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을 배제한 대북 정책이 툭 튀어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정치도 사업가처럼 이해타산을 우선시하며 모든 것은 흥정과 거래로 하겠다는 식의 그의 태도는 동북아의 불안정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실익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실현되면 동북아에서 미국의 주도력이 약화되고, 반면 갈등은 높아질 수 있다. 그 사이에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국의 군사력 사용을 제도적으로 공식화하고 동북아에서 일본의 위상이 부상할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동북아 국가의 핵무장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기 때문에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반도를 중심한 동북아 역학관계가 재조정과 군비경쟁에 휩싸이며 불안정성이 커지게 됐다.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강대 미국,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지배를 강화하며 지역패권을 노리는 중국, 내정을 안정시키며 국회에서 개헌선까지 확보한 아베가 이끄는 일본의 재무장, 전성기 제국주의 향수를 자극하는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이 경제와 군사를 바탕으로 한 무한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나 우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격랑을 헤쳐 갈 길은 분명히 있다. 하나님을 의지한다면 지혜를 주시고 감당할 힘을 주신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 10:13) 수십년 간 구국기도를 쉬지 않은 한국을 하나님은 버리지 않으시고 위기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해 주실 것이다. 한국이 어떻게 지금의 사면초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인지를 다음호에 풀어보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