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찰위성 발사가 내포한 한반도의 시대 상황은? …
강대국 의존으로 국가 지킬 수 없다는 성경 가르침 잊지 말아야 (호 7:11)
지난 4일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연료 정찰위성의 발사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 고체연료 발사체 지방 발사장이 없어 안전을 위해 제주도 앞바다에서 해상 바지선에서 발사했는데 성공적으로 우주 궤도에 진입해 첫 교신까지 완료했다.
지난해 3, 12월에 1·2차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었지만 모의 위성을 탑재한 것이었는데 이번 세번째 시험발사는 지구관측용 민간 상용 위성(한화시스템 개발)을 탑재한 최초의 국내 기술에 의한 실제 정찰위성인 셈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고체추진 발사체 및 궤도진입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민간기업이 발사체 및 위성을 제작해 실제 발사를 수행한 첫 ‘민·관 원 팀’ 협력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은 2단 발사체가 빠져 있어 2025년 마지막 시험발사 때는 완전체를 사용할 계획이다. 또 이번에 발사한 위성은 약 100㎏이지만, 국방부는 고체연료 발사체의 탑재 중량을 1500㎏까지 늘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우리가 독자 개발한 첫 군사정찰위성(425 위성)을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에 실어 우주궤도에 쏘아 올라는데도 성공했다. 제주도 발사와 미국 발사, 이 둘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우리나라는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찰위성 확보가 시급하지만 우리 기술력으로는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선 미국 로켓을 이용해 군 정찰위성을 먼저 운용하기 시작한 뒤, 점차 자체 기술을 발전시켜 군사위성 수요와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즉, 제주도 발사는 발사체까지 순 우리기술이고, 미국 발사는 시급한 자체 정찰 능력 확보를 위해 미국의 도움을 받은 첫 독자 군정찰위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 군은 그동안 대북 위성정보를 미국 측에 전적으로 의존해왔었는데, 이번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으로 독자적인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국형 3축 체계’ 가운데 하나인 ‘킬체인’(북한의 공격 등 도발 징후가 감지되면 그 표적을 선제 타격해 공격을 차단하는 개념) 역량을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찰위성 1호기는 저궤도 위성으로 하루에 두 차례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데 북측 주요 지역을 주·야간에 한 번씩 영상을 촬영해 송신한다. 북한의 이동식발사대(TEL)와 핵·미사일 기지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지상 30cm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영상을 찍을 수 있어 해상도가 ‘3m’ 이상으로 알려진 북측 정찰위성 ‘만리경-1호’에 비해 10배 이상 정도의 월등한 성능을 갖췄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상도와 EO·IR 위성 동시 운영 등을 고려하면 한국 정찰위성 성능은 세계 5위 이내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2025년까지 북한 내 전략 표적을 감시하는 군사정찰위성 5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영상레이더(SAR) 위성 4기도 추가로 발사해 북측 특정 지점을 약 2시간마다 정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간 미국에 의존해 온 대북 정찰 능력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면 원하는 시기, 원하는 목표를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계획은 ‘425사업’의 일환으로 독자 개발한 정찰위성 1호기를 올해 연말 발사하는 것을 위시해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것이다.
‘425사업’이란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1기 등 정찰위성 5기를 지구 궤도에 올려 전력화하는 사업이다. 최종 전략화 목표 시기는 2025년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우리의 계획에 대해 뒤질 수 없다고 여긴 북한은 남북한 군사위성 경쟁에서 북한이 이기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서두르기 시작했다. 지난 5월과 8월에 각각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다가 모두 실패하면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체면이 구겨졌다. 시간이 촉박해진 북한은 급히 러시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1000대가 넘는 무기 컨테이너를 러시아에 보냈다. 9월엔 직접 러시아를 찾았고, 푸틴은 양국간 우주 분야 협력 의지를 보였다. 이후 러시아의 도움으로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지난달 21일 오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천리마-1형’ 로켓에 실어 쏴 올렸다. 이 위성은 이후 고도 500여㎞ 고도에서 지구 주위 궤도를 돌고 있는 것으로 한미 당국에 확인됐다. 우리보다 10여 일 앞서서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악관, 펜타곤,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 등을 촬영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정찰위성이 한반도는 물론 미국령 괌과 하와이 등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군사기지를 촬영했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개발·운용은 김정은 위원장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다.
장기화된 대북제재 등의 영향으로 공군전력 운용이 ‘절대적 열세’인데다 공중자산을 이용한 대남 감시·정찰임무 수행을 못하는 것은 물론 주일미군기지나 미국 본토에 대한 감시·정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북한은 2021년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뒤 ‘전술핵+전략핵+정찰위성’ 등 이른바 북한판 ‘3축’ 체계의 개발·완성에 주력해왔다. 북한은 정찰위성을 계속 더 발사할 계획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수 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해 정보 수집 능력을 튼튼히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겉으로만 보기엔 남북간 우주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혹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같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인데 우리 위성 발사는 미래를 향한 도약이라면서 북한엔 도발이고 범죄라니 불공평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이 같은 시각이 일부 매체를 통해 유포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한반도와 남북간 군사대결은 정찰위성만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고 러시아와 합세한 국제사회 제제 불이행과 9.19합의 파기 등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우발적 사고 위험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의 군정찰위성 발사에 얽힌 한반도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시대를 바로 알아야 할 때이다.
첫째, 북한의 정찰위성의 성격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남북간 우주전쟁 운운은 ‘공평’이란 잣대만 갖고 위급성에 눈 감은 한가한 말장난이다. 우선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집단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1968년 유엔에서 채택된 NPT는 비핵보유국의 핵무기 보유와 보유국의 비보유국에 대한 핵무기 양여를 금지하는 국제조약이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남수단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가 가입했다. 우리나라 역시 NPT 비준국으로 핵무기 개발을 자제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고 있다. 반면 북한은 2003년 최종 탈퇴 전후부터 독자 핵무기 개발을 감행해 왔고 그 결과로 전술 핵·미사일 무력 체계를 완성해 놓고 있다.
특히 이번 신형 위성운반체인 ‘천리마 1형’ 로켓 발사는 별도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된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에 유엔 결의까지 위반한 명백한 도발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전쟁 억지력, 즉 방어적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미국 정보 분석에 따르면 단순한 방어적 목적이 아닌 공격용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북한은 차츰 이를 노골화하고 있다. 핵·미사일이 정찰위성과 합세하면 실제 공격을 감행할 전략 자산이 된다.
미국 분석대로라면 정찰위성을 통해 목표물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북의 역량이 증대되므로 실질적 위협이 된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는 이번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로 “북한이 한국에게서 뭔가를 얻어낼 위협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