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미국의 핵 비확산 의지 약화와 약육강식·각자도생의 달라진 세계상 반영 …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임을 믿고 간구해야 할 때 (대하 20:16, 왕하 19:35)
또 김 위원장은 “북남교류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의 우리측 구간을 회복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 놓는 것을 비롯해 접경지역의 모든 북남련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온갖 남북관계의 상징들을 없애기로 한 건 물론이고, 통일부의 대화 상대인 ‘조평통’이라는 기구도 폐지하라고 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본인의 아버지인 김정일,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남북관계 업적까지 모두 부정하면서 남북관계를 완전히 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편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전쟁을 하지는 않겠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이 말은 수사에 불과할 수 있다. 6.25 남침도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은 남북접경지에서 군사충돌을 일으켜 한국군의 반격을 유도한 후 한국의 선제공격으로 둔갑시켜 명분을 삼을 수 있다. 이미 북한은 자의적 판단에 의해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조치를 해 두었다. 지난 2022년 9월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기존의 ‘핵보유국법(2013)’을 대체하는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했다.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재확인하고 핵무기 정책을 법제화한 것이 특징이었다. 또 한국을 향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이며 자의적 핵사용을 위협했다.
핵무력 정책법에는 ‘핵무기 사용 5대 조건’이 명시돼 있다. 핵무기 또는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지도부·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비핵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우선 거론했다. 또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유사시 전쟁 확대·장기화를 막고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한 경우, 기타 국가의 존립·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도 해당된다. 한마디로 북한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이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물론 한반도 전쟁설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일 “북한의 전쟁 능력이 더욱 높아지고 대한민국에 대한 태도가 더욱 강경해지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이 가운데 어느 것도 김 위원장이 정말 전쟁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김정은의 말보다 그에 대한 과잉반응이 더 위험하다는 분석 내용도 덧붙였다.
독일의 토마스 셰퍼 전 주북한 독일 대사도 17일 “1950년 이후 한반도 전쟁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강경 태도는 북한의 오래된 협상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 사용과 무력 통일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다만 수위높은 발언의 빈도가 증가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셰퍼 전 대사는 지난 2007년 이후 10년 가까이 평양에서 근무한 바 있다. 미국도 근본적으로 낙관적 시각을 갖고 있다. 현 미국 정부와 가까운 워싱턴 싱크탱크인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2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대담에서 김 위원장의 적대적 수사에 대해 “북한의 허세는 유명하고, 전쟁이 정권 종말로 귀결되리라는 것을 김정은은 알고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수중 핵무기 체계도 “서울·오산·군산 미군 기지처럼 움직이지 않는 표적에 대한 기존 위협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변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한결같은 답변은 “외교로 복귀하길 촉구한다”는 것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새로운 유인책이나 정책적 수단이 부재한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답변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현상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본격화된 이후 북한 핵위협이 과거의 핵 ‘국제비확산’ 이슈에서 미중간 ‘세력균형’ 이슈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한다. 즉 핵비확산 이슈가 세력균형 이슈로 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목적의식이 약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장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보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려 해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반복적으로 무산되는 일이 이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결국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올 한해동안 북한의 도발수위가 높아지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밀착행보가 가시화되더라도 미국은 기존의 ‘확장억제’ 강화와 결의 다른 수단을 제시할 공간이 제한돼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국제정세는 우리 한국에게 불리하고 특별한 사건이 전개될 때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의 세계가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는 지금 한창 포화 속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이 되도록 장기화되고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와 군사기술을 교환하면서 무력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중동과 하마스의 무기지원에도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요인으로 북한의 무기지원이 지목되고 있는 현실을 포함해 북한이 세계 전쟁 모드의 중심에 서고 있는 모습이다.
북-러는 양 정상이 확인한 대로 푸틴 대통령의 방북 회담에서 조약 개정이나 새 협정 체결을 통해 보다 강한 상호안보와 군사협력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으로선 중국과 함께 러시아까지 사실상 군사동맹으로 두게 된다.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북-중 교역액은 재작년의 2.4배인 23억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82%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북-중이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친선의 해’로 정한 만큼 양국 밀착도 가속화할 것이다.
중-러를 등에 업은 김정은은 벌써 ‘대한민국 평정 대사변’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일순위에 두던 과거 시각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북한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최근 〈38 노스〉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30년간 추구한 대미 관계 개선이라는 선택지를 포기한 상황에서 전쟁으로 가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말한대로 북한은 지금 미국과의 협상을 완전히 포기했을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제제가 느슨해지고 전쟁 무기 수출과 북·중·러의 밀착 강화 등으로 북한의 자력 활로가 열리고 있는 데다 결정적인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트럼피즘’으로 대변되는 고립주의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선출되는 경우는 북·중·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은 벌써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건 고립주의 최강국의 재등장에 대비해 대외정책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등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장기 지구전 태세로 들어가 트럼프 복귀 이후로 전쟁 종결을 미룬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