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전쟁 성격 사태 장기화 불가피 …
하나님 가르치신 사랑의 원리 찾아야 할 때 (마 7:12)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G2(주요 2개국)의 사상 최대의 무역전쟁이 발발했다. 예고한 대로 미국이 결국 지난 6일 대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부과를 강행했다. 미국은 우선 340억 달러(38조원) 상당의 중국의 대미 수출품목 818개에 25%의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미국은 관세 부과 방침이 정해진 500억달러 가운데 나머지 160억달러 규모의 284개 품목에도 2주 안에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이렇게 다수 무역품에 무차별 ‘관세폭탄’을 적용하기는 처음이다. 중국은 즉각 ‘눈에는 눈’ 식의 반격에 들어갔다. 중국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면서 “국가 핵심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보복 조치에 들어갔다. 중국은 농수산품과 자동차 등 545개 품목 340억 달러어치의 미국 수입품에 대해 25%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최대 5,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폭탄을 예고해 전면전이 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악의 경우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5,055억 달러와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1,299억 달러를 합쳐 도합 6,354억 달러어치(2017년 무역액 기준) 모두가 관세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 국제교역량이 크게 감소하여 세계경제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들 두 나라가 벌이는 무역전쟁은 양 측의 공수 규모가 700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시작하지만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최대 2조 달러(우리 돈 2,200조원)의 글로벌 교역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벌써 전세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두 나라가 표적으로 삼은 품목의 생산ㆍ소비에 연결된 주변국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는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규모 및 대상이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것이 향후 세계 평화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현재로서는 전혀 예측 불가능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폭탄이 터지면 곁에서 파편을 맞는 나라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미국을 1,2위 수출국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만, 헝가리, 체코에 이은 큰 피해국의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들 나라들이 정작 무역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우리는 가장 먼저 왜 이런 세기적인 미중 간 무역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경제에 닥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그 첫째 이유는 패권 전쟁 때문이다. 미국으로서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훔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중국의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겠다는 명분과 함께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를 견제하려고 한다. 중국은 ‘IT 굴기’ 선언 이래 인공지능(AI), 로봇, 통신 등 미래 첨단기술 업종에서 미국을 무섭게 추격 중이다.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정보통신, 로봇공학, 항공우주 등 첨단 제품에 관세 장벽을 치고 있다. 이미 세계 최강국들인 미국과 중국은 아시아의 지역패권을 둘러싼 여러 충돌의 조짐들을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더불어 완성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중국 포위 작전은 지리적으로는 필리핀에서 일본, 대만을 거쳐 베트남까지를 잇는 포위망을 구축해 동지나해상에서의 심심찮은 상호 무력시위들을 주고받았다. 여기에 최근 한반도 해빙 무드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도 앞으로 미중의 패권쟁탈전에 큰 몫을 차지할 상황이 됐다. 이미 과거 개방 이전부터 중국은 산업기술력을 월등히 앞지르는 무기 개발 능력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근래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 분야 등에서 미국을 바짝 추격하기 시작하면서 무기수준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공대공 미사일 시스템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 전략적 도전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전방위적인 부상에 예민해진 미국 대중들을 의식한 트럼프의 군사적 대응전략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중국의 급성장이 주는 위기감이다. 세계 유일 강대국에서 이제 중국과 함께 G2로 어깨를 겨누는 처지로 내려앉은 미국의 자존심과 미국 소비시장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비중을 갖게 된 중국산 수입품은 어느 모로 보나 미국의 경계심을 자극할 만하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치 않은 패권싸움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G2의 무역전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여기에 미국 경제가 회복될수록 대중국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경제구조 때문에 미국은 반덤핑·보복관세·시장개방 요구는 물론이고 중국 소비시장을 겨냥한 보호주의 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문제다. 중국도 양적완화 논의를 시작하는 등 식고 있는 경제 엔진을 돌리기 위해 분주하다. 중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종료를 선포한 것과는 달리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공간이 줄어들고 미국의 경제구조 등으로 미중 간 무역전쟁은 시간을 특정하지 않고 앞으로 장기화 또는 반복적으로 나타날 우려가 크다.
둘째 이유는 트럼프 미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 때문이다. 프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극단적인 보호무역에 나서고 있다. 과거의 동맹국도 더 이상 동맹이 아니다. 지금까지 미국과 캐나다의 자유로운 국경은 양국 동맹의 상징이었다. 초소도 철책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긴 ‘비방위 국경’은 1만1,000㎞가 넘는다. 과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종종 캐나다의 입장을 묻지도 않았는데 보나 마나 미국과 같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런 캐나다에도 예외 없이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캐나다 철강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미국 내에서조차 비웃음을 샀지만 강행했다. 핫바지로 전락한 캐나다는 이달 초 퀘벡에서 주최한 G7 정상회의에서 독일·프랑스 등과 손잡고 미국의 보호무역을 강하게 성토하며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해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아님을 보여줬다. 미국은 무방비 상태의 캐나다에 선수를 치고도 반격에 기분이 상해 백악관 고위 참모가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향해 “지옥에 자리가 있을 것”이라며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러시아의 서진에 맞서 70여년간 유지돼온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대서양 동맹도 관세 보복전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지난달부터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캐나다, 멕시코, 한국와 일본 등의 철강, 자동차 품목에 대해 ‘관세폭탄’을 투하하거나 포문을 연 상태다. EU는 미국을 대표하는 청바지나 할리데이비슨 같은 오토바이에 고율 관세를 매겨 트럼프에 맞불을 놨다. 관세의 표적이 된 다른 국가들도 철강과 식료품을 대상으로 각종 보복관세를 확대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세계 자유무역 체제를 떠받치며 고율 관세를 제한해 온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상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서방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이나 자동차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를 추가하는 것은 상대국의 WTO 제소를 무력화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거대 경제권이 서로에게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모든 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여파는 전세계 무역의 축소로 이어진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모든 국가가 서로에게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균형이 형성되면 세계 무역이 최대 70%까지 감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관세 부과가 소비재ㆍ생산재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발생하는 기업 투자와 가계의 소비 위축까지 감안하면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더욱 커진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장은 5일 EU 탈퇴(브렉시트) 여파로 영국 경제가 위축됐다고 지적하며 미국과 주요 무역상대국들이 브렉시트를 교훈 삼아 무역 전쟁의 대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세계 규모의 무역 전쟁은 기업의 시장에 대한 낙관을 위축하고 금융 환경을 악화하며 근본적으로 ‘개방성’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장기 침체로부터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세계 경제에 더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수 있는 것이다. 자국의 이익의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삼는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하나로 연결된 지구촌 경제체제 속에서 실효성을 잃었다. 따라서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지난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경고에 이어 며칠 전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도 ‘미국발 무역전쟁이 세계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증명하듯, 지난 6월 3일에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를 포함한 1천140명의 미국 경제학자들이 보호무역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는 대공황 당시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하여 외국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허버트 후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에 미국 경제학자 1천28명이 1930년 6월 3일 보호무역 철회에 서명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전쟁의 포로로 잡힌 우리나라는 대중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은 전체 수출의 1/4을 차지하는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특히 대중 수출품 중 중간제품이 80%를 차지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수입이 10% 감소하면 우리의 대중 수출이 282억 6000만 달러(약 31조 52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통해 피해가 발생하면 자국경제를 보호하기위해 한국상품에 대해 덤터기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진영싸움이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국의 편을 들라고 강요하며 갖가지 통상압박은 물론 외교나 안보문제를 제기할 경우 한국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한국경제는 이미 미국의 무역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열린 한미FTA 개정과 철강관세에 대한 통상협상에서 한국은 철강 수출물량의 축소, 미국산 자동차 수입확대 등을 허용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미 한국은 지난 1월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받았다. 앞으로 무슨 품목이 개별적으로 수입제한이나 보복관세 조치를 받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