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략적 가치 높이고 미래 열어야 …
믿음의 조상 야곱,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추격자 라반과 동맹으로 위기 극복 축복 근원된 것 본받아야 (창 31:51~55)
한미 정상회담의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간 핵협의그룹(NCG)이 합의된 데에 일본은 큰 자극을 받았다. 일본 언론이 앞다투어 NCG를 한미일 3개국 틀에서 국내 논의로 연결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에서 일본의 마음이 다급해졌음을 읽을 수 있다.
일본은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의한 핵 위협이 노골화·상시화한 지금 한미 및 미일 동맹만으로는 완전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부러워한다. 원래는 기시다 일본 총리가 7~8월에 방한하려고 예정했다가 훨씬 앞당겨 지난 7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해 전격적인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된 것도 안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은 건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방한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요원했던 한일 셔틀외교가 재개된 셈이다. 두 정상은 한일관계 복원에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놓았다. 북한 핵위협에 맞선 안보협력,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조, 첨단산업, 과학기술, 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에 시동을 걸었다. 비우호 조치였던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 절차가 이행되는 점도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이 관심 가졌던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이 한미일 협력으로 확대될 가능성과 관련해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본이 참여하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계획그룹(NPG)을 한미일에도 만드는 셈이 된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의 현장시찰단을 파견하겠다는 우리측 요청을 일본이 수용한 것도 진일보한 성과다.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을 요청한 이후 개별 국가의 시찰단을 받아들인 것은 이례적 조치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한일 공동 검증이 아니라도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넘어서는 권위 있는 검증은 없다. IAEA 후쿠시마 검증단에는 한국인 과학자도 있으므로 이번 한국 시찰단 합의는 한국 국민을 위한 특단의 조치이다.
기시다 총리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경제 6단체장과도 만났다. 한일 경제협력의 상징적 장면이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ㆍ배터리 공급망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한일 반도체·배터리 협력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주,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등 한일의 경합도가 낮은 신산업 분야의 협력 강화도 기대된다.
다만 과거사 문제는 걸린다. 기시다 총리가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직접 사죄성 발언을 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책임과 사과 언급이 없었던 점이 아쉽다.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가 담겨 있다. 이보다 전인 1995년 내각총리대신 무라야마는 “이 공격 행위들, 식민 통치,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야기했던 것과 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을 흐렸던 ‘군 위안부’에 대한 논쟁에서, 나의 깊고 진실한 유감과 사과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었다.
기시다 총리는 7일 한일정상회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1998년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결국 사과 의사를 직접은 아니지만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과’를 표명한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므로 간접적으로 정부 차원의 사과 의사를 표명한 셈이다.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미래를 좀먹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한국이 처한 현재는 북핵 위협에 맞닥뜨리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점차 높아가는 국가 이기주의와 세계 경제난으로 대외 안보 경제 협력이 절실한 때이다. 일본의 사과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계속 있어왔다. 다만 독도, 위안부 등 역사왜곡과 강제동원 등 개별 사안에 대한 법적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여왔다. 이 문제도 처음부터 벽을 치고 아예 교류가 없이 지낼게 아니라 한일협력을 유지하면서 좋은 관계에서 풀어가면 더 쉽게 풀릴 수 있다.
다만 한일 협력이 국민 공감 속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 점을 인식하고 방한 첫 일정으로 현충원을 참배했다. 두 정상은 내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때 히로시마 평화공원의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기로 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렇게 일본이 한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좀 더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한일 협력의 속도와 성과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한가지, 한미일 안보협력은 불가피해졌지만, 한일 군사협력은 끝까지 신중함을 잃지 않기 바란다. 또 한국 측 현장방문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명분만 줄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양국은 명심할 필요가 크다. 많은 과제들이 있지만 협력을 하므로 얻게 되는 국가적 이득과 성과의 실효를 위해 타개하며 미래로 나가야 한다.
중국은 ‘워싱턴 선언’의 일본 참여에 대해 “미국의 중국 봉쇄전”이라며 “한국·일본의 동침은 깨지기 쉬운 화해”라고 폄하했다. 중국이 한일 셔틀외교 복원과 한미일 협력에 대해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방증이다. 한국 입장에서 중국을 무시할 수는 없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한국의 교역 1위 국가다. 그러나 중국이 제조업과 기술 분야에서 맹추격을 해오면서 경쟁력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자국 내에서 한국 제품과 서비스를 빠른 속도로 밀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이 무역과 투자 부문에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고, 세계 제조업이 한·중·일 분업체제를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고, 한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 및 한·중·일 관계의 협력 확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점을 살려서 한·중 관계 발전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역 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확보하고 군사적 대결 구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한·중 협력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한·미·일 안보체제 강화와 한·중·일 경제 협력은 별개라는 점을 전제로 정부는 꾸준한 대중 외교 역량을 키워야 한다.
중국으로서도 지역 안정과 경제 협력을 위해 점차 국제사회의 영향력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과 협력을 바라고 있다. 우리가 놓지 않아야 하는 것은 한반도의 주인으로서 우리의 중심이다. 한·미·일 3국 간 안보체제를 한 차원 높은 협력으로 끌어올리고 북핵 억제와 중국의 패권적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번 윤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은 그 호기를 만든 것이고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의 전략적 가치와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한·미가 합의한 핵계획그룹(NPG)과 한·일 셔틀외교 복원을 통해 우리나라가 얻는 안보상 이익은 막대하다. 주변국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우리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윤석열 정부의 대외협력은 아주 잘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투구식 비방과 정략이 난무하는 국내 정치에 매몰되지 않고 국가적 현안을 용기 있게 먼저 나서서 풀어간다는 것은 역대 정부가 하지 못한 통큰 결단이고 옳은 방향이다.
예수님은 용기와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나로 먼저 가서 내 아버지를 장사하게 허락하옵소서 이르시되 죽은 자들로 자기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라 하시고 또 다른 사람이 이르되 주여 내가 주를 따르겠나이다마는 나로 먼저 내 가족을 작별하게 허락하소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 아니하니라 하시니라(눅 9: 60~62)” 과거가 걸리고 해결할 일이 많지만 그것 때문에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면 안 된다.
지금 한국의 할 일이 너무 많고 막중하다. 주변국과 최대한 손잡고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므로 위기를 헤쳐가고 미래를 열어야 한다. 이스라엘 12지파의 조상으로 믿음의 조상이 된 야곱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추격자 라반과 동맹을 맺으므로 위기를 극복하고 축복의 근원이 될 수 있었다. “라반이 또 야곱에게 이르되 내가 이 무더기를 넘어 네게로 가서 해하지 않을 것이요.. 야곱이 그의 아버지 이삭이 경외하는 이를 가리켜 맹세하고... 라반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손자들과 딸들에게 입 맞추며 그들에게 축복하고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더라(창 31:51~55)”
냉혹한 국제 정치에서 한국이 북핵 위기 극복과 한반도 평화의 사명을 감당하고 세계 경제 문화 사회의 지도적 번영을 지속하므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나라가 되기 위해 기도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