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정의 바로 세우는 것만이 국민상처 치유하고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 될 것(사 56:1, 시 103:6, 사 5:21~23)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 사퇴했다. 우리는 국가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큰 국론 분열과 국력을 낭비할 수 있는지 이번 조국 사태를 통해 보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 부적격자를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하나로 밀어붙였다. 수권 정당으로서 여당은 대통령의 뜻을 좆아 검찰개혁은 조국만 할 수 있다는 프레임으로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이 한 몸인 것처럼 주장했다. 여야의 장내 대립이 임계점을 넘어서서 급기야 거리로 나온 국민선동정치가 극에 달했다. 어찌 보면 나라가 두 동강난 지금의 극한 분열상은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다. 즉, 조국 장관 임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문 정권이 민심이반으로 수세에 몰리자 광장정치를 돌파구로 활용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서초동 집회 전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에 이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서초동으로 향한다.”고 대놓고 선동했다. “조국 수호,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문 정권 지지자들의 서초동 집회가 예상을 뛰어넘어 대규모 집회로 이뤄지자 여당과 대통령은 한껏 고무됐다. 청와대는 서초동 촛불집회가 처음 열린 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청와대의 입장 표명과 광장정치선동은 대통령이 국민의 대통령임을 포기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청와대라면 한 쪽의 집회 후 ‘국민의 뜻’ 운운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국민의 뜻은 서초동에만 있지 않다”며 지난 3일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석 인원은 주최측 집계는 신빙성이 낮아 경찰 추산 인원을 사용해 왔지만 경찰이 “사회 갈등 초래”를 이유로 비공개 방침을 정하므로 얼마가 모였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최근 새로운 방법이 통신사의 집회 지역내 핸드폰 사용 인원 수를 근거로 추산한 집회 참가 인원을 보면 서초동 집회가 약 11만 명, 광화문 집회가 약 36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서초동 집회를 압도하는 인파가 광화문에 모였지만 이번엔 여당이 야권이 동원한 집회라며 깎아내렸다.
그러나 여당이 그런 얘기를 할 수 없는 것이 서초동 집회의 경우 당의 이름으로 주도를 하지 않았을 뿐이지 각 지역구마다 당원들이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느냐 라는 사발통문이 벌어졌다. 당조직위 지침으로 민주당 1호차, 2호차 하는 그런 버스 앞의 표식을 하지 말 것, 절대 자발적 참여로 보여지게끔 할 것 등의 행동수칙이 담긴 민주당 조직국 차원의 문자메시지가 돌았다. 결국 양당 모두 동원이라는 차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동원이 무색할 만큼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는 점이다. 이로써 거리 정치의 힘을 빌리려 했던 정부 여당이 오히려 거리 정치의 역공을 자초한 셈이 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지명이후 불거진 조국 사태로 대한민국은 지난 두 달 동안 정치가 실종되고 국민은 둘러 갈렸다.
너무도 특별했던 장학금, 고교생의 의학 논문 제1저자, 위조된 표창장, 이 모두 아빠가 조국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모두가 알던 조국이 아니었다. 정의가 사라진 정치권엔 세 대결만 난무했다. 조금의 이견도 허용되지 않는 두 조각 난 진영 다툼 속에 중간층은 설자리를 잃었다. 조국 장관은 국민저항에 밀려 사퇴했지만 이것으로 이번 조국 사태가 끝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엔 치유해야만 할 거대한 숙제가 남았다.
그 첫째는 가치의 전도가 남긴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조국사태’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온 옳고 그름에 대한 상식이 무너졌다.
문 대통령은 거짓과 위선, 반칙과 특권, 비리 의혹으로 국민이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법무부 장관 부적격자로 판정한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이것은 공정·정의·평등이라는 촛불 정권의 핵심적 가치를 스스로 뿌리째 흔든 사건이다. 문 정권과 여당에게는 옳고 그름의 가치보다 ‘내 편’이 더 중요했다. 정의가 무시되고 진영논리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 국민도 옳고 그름의 기준이 무너진 채, 니편 내편의 두 진영으로 갈라서서 세 싸움에 몰입했다. 문 정권이 국론분열의 원인 제공을 한 것이다.
공정과 정의를 훼손한 인물을 들어 개혁을 하겠다고 하고, 공정과 정의의 최후 보루인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 앉혔으니 말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국민들은 황당한 가치의 전도에 당혹할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이 윤리적 패닉상태에 이르렀다. 국가적으로 이보다 심각한 사태가 있을까.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듯, 문재인정부 당·정·청은 조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을 제도미비 탓으로 돌리더니 급기야는 검찰개혁 방해세력으로 몰았다. 이보다 큰 ‘내로남불’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사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상상도 못한 반칙과 특권을 누린 자를 법무부 장관에 앉히고 비호함으로써 국민들은 그동안 믿어온 공정과 정의의 전도된 가치의 혼란을 겪었고, 씻을 수 없는 좌절과 상실감을 맛보아야 했다.
문 정부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공정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다시는 진영 논리가 정의보다 우선시되지 않게 누구보다 철저히 인사검증을 해야 한다. 국민이 받은 좌절과 상처를 치유하는데 남은 임기 동안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너희는 정의를 지키며 의를 행하라. 이는 나의 구원이 가까이 왔고 나의 공의가 나타날 것임이라(사 56:1)”
둘째는 국가 지도력은 국민 눈높이에 맞출 때 나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서초동 집회 때와 달리 광화문집회 후엔 함구하다 지난 7일 처음으로 관련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 의견이 나뉠 수 있다”면서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이는 국민의 뜻은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며 검찰개혁을 당부했다. 결국 서초동 집회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구호였던 ‘검찰개혁’에 방점이 찍혔다.
대통령의 이같은 편협된 인식이 문제이다.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자신이 듣고 싶은 목소리만 듣는 대통령이라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나라가 두 동강 날지도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가 높아가는 시점에서 국론분열이 아니라는 것 역시 억지스럽다. 보수 진보 양 진영과 다수 중도층에 이르기까지 국민 모두의 민심을 살펴야 할 대통령이 진보 진영의 집회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또 “대의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국민들이 직접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말과 행동이 다른 삶을 살아온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인사에 따른 반발과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정의의 붕괴에 있는데, 문 대통령은 문제를 ‘대의정치의 부재’에서 이유를 찾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