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편 가르지 않는 화합의 정책 펼쳐야 할 때 …
하나님 가르침대로 다른 사람 살피고 남을 이롭게 하는 데서 기회 얻을 것 (눅 6:38, 엡 4:2,3)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7일 보도에서 한국이 ‘한미경중’을 포기하고 미국의 편에 서면서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딜레마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미국을 선택할수밖에 없었지만 “미국 편을 드는 데 따르는 막대한 비용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그 예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핵심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이 중국의 제재를 받게 된 사실을 들었다.
브루킹스연구소 앤드류 여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며 중국으로부터 “한국이 예상치 못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7월 사설에서 미국 조선업의 쇠퇴와 마스가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만약 한국 국기를 단 선박이 제3국을 향한 미국의 군사 행동에 연루된다면 이는 잠재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은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압박 속에 6·25 전쟁을 통해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동맹도 미국 우선주의 속에서 대전환기를 맞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기존의 동맹 구조를 상호주의적으로 개혁하려고 한다. 한국에 대해서도 대미 투자 및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해, 결과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유도에 끌려갔다. 한·미 정부는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14일 발표했다. 팩트시트에 담긴 결과를 보면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장점과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 내에서 레임덕 논란이 일만큼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최근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63%로 집권 1·2기를 통틀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셧다운 사태에 이어 앞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무역법 122조, 301조 등 의회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으로 우회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관세 장벽에 의한 미국 경제 전망이 좋지 않고, 지속된 인플레이션을 타개하지 못하면 트럼프의 입지 위기는 커질 수 있다.
한국은 트럼프의 벼랑에 몰린 상황을 활용했어야 했다. 또한 한국은 미국이 원하는 해양패권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국과의 조선협력이라는 유일무이한 카드를 쥐고 있음에도 이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퍼준결과를 낳았다.
팩트시트를 보면 한국 측이 내주는 것은 구체적인 데 비해, 미국 측으로부터 받는 것은 추상적이며 실현 여부를 확신하기 힘들 정도로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화일보는 17일자 사설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및 주한미군 주둔용 천문학적 예산 투입을 결정했음에도 미국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허용 등에 대해 확답한 게 하나도 없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미국 측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문제에 대해 ‘연료 조달 방안 등을 위해 협력한다’고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 메시지와 대동소이한 수준이다.”라며 “원잠용 소형 원자로 제공은 대통령 행정명령으론 어려워 의회의 관련법 개정 없인 요원하다. 미국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해서도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만 맨 끝에 담았다. 미측은 ‘미국의 법적 요건에 따라’라는 단서도 붙었다.”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정부는 주한미군에 10년 동안 330억 달러(47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 분담금은 연 10억 달러 수준인데, 3배 이상 늘려야 한다. 정부는 나랏돈을 개인 곳간 열듯 써선 안된다. 쓴다면 그 이상의 것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한·미 관세·안보 협상으로 한국의 실질적 부담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만큼의 반대급부를 미국으로부터 얻지 못했다. 한미 FTA로 관세가 ‘0’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일본 등 여타 국가보다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얻었다.
한미동맹도 대전환기를 맞았다. 지난 14일 발표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선, 매년 성명에 포함됐던 문구인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가 추구하는 해외 주둔 미군 감축과 중러 견제 역할 등 주한 미군 역할 재조정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한다. 실제로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17일 “한반도 전력은 중국 북부전구 뿐 아니라 서해에서 러시아 북방함대에 압박을 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휴전 상황인 ‘한반도 전쟁 억지’라는 본래의 미군의 역할이 중러 견제용으로 바뀌는 것은 미국의 패권 전략에 한국이 기지화, 수단화되는 것으로 역내 평화와 번영을 추구해야 할 한국의 입장이 곤란하게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의지를 밝혔다가 러시아와 4년 째 전쟁을 치르는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실제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 결과 자료에서 양국 합참의장이 “동맹의 연합 억제력은 한반도를 넘어서며 역내 억지력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지한다”는 대목이 처음 명시됐다.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방한한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4일 “한국이 한반도에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힌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대북 방어는 주로 한국에 맡기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투입하는 걸 검토하는 미측 구상을 처음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는 중러의 반발을 부를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미국 입장의 역내 전략에 한반도와 한미동맹이 이용되면서도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까지 3배 이상 올려주기로 했다는 것은 주한미군 역할은 축소되고 분담금은 올라간 거꾸로 된 결과이다. 특히 한국이 미국 패권 전략의 한 축으로 가담하는 정도가 클수록 앞으로 중러 등 역내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지정학적으로 대륙 세력과 태평양 세력의 통로에 위치한 한국은 중립적 위치에서 양측의 중재자로 역할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처음부터 한반도 전쟁 억지에 집중된 역할이었다. 이를 벗어나 군사 안보 방향을 중러로 향하는 협상 결과는 미국에 놀아난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으며 앞으로 중국의 성장과 함께 한국의 입장은 더욱 곤란해질 것이다.
한반도 급변사태나 전쟁 발발 시엔 더 힘들어진다. 또한 우리 군 병력이 2019년 56만명에서 올해까지 11만명이나 줄어든(45만명) 상황에서 만약 주한미군까지 감축되거나 미국의 유연성 전략에 동원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부담을 더는 것은 물론 역내 유사시 오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북미간 대화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은 가장 먼저 주한미군 철수부터 요구할 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압박과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 사이에서 이용만 당하다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급박한 시대에 놓였다. 심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 속 미국과 중국의 위상 변화는 국제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세계 질서는 다극체제와 이전투구 속 독자생존 양상으로 바뀌고 이 같은 변화 속에 힘을 받는 북핵의 위협은 날로 커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어려움 속 인공지능(AI) 혁명 등 과학기술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한국은 시대에 발맞춰 하루빨리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이 평가한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27위에 그친다. 특히 노동 분야 경쟁력은 후진국 수준이다.
전례없던 저성장 구조가 뿌리박히고 저출산 고령화로 경제활력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매너리즘과 낡은 체제에 안주하면 또 변방국가로 추락할 위험국면이다. 전방위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그동안 성장에 도취돼 마구 쓰던 행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각오로 허리띠를 동여매고 새로운 자리매김을 준비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규제 혁파, 노동·의료·연금 등 사회 전반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기업에 친화적인 혁신으로 미래를 향한 길을 열어야 한다.
정치권의 민주주의 퇴행과 입법 독재를 국민이 나서서 저지하고 국가적 갈등 구조를 하루빨리 치유해야 한다. 국외적으로는 미중일러 등 모든 나라와 협력을 강화하되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극대 효과를 내야 한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우리의 조선·원전·방산·자동차·반도체·문화 등을 발판으로 인프라·에너지·용수 등 부족한 것을 메우면서 우주, AI, 양자역학 등 세계와 첨단과학기술 동반자로 나아가야 한다. 한미 협력을 지랫대 삼아 북핵 위협에 대비하고 안보를 굳건히 하는 것과 함께 다가오는 중국 등 주변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국가 위상을 키워 중심을 세우고 위협에 굴하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역내 중심 국가로 우뚝 서야 한다.
그것이 한국이 온전하게 되는 방법이다. 성경의 가르침 대로 부족한 것을 메우고 배우고 협력하므로 온전하게 될 수 있다. “맹인이 맹인을 인도할 수 있느냐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아니하겠느냐 제자가 그 선생보다 높지 못하나 무릇 온전하게 된 자는 그 선생과 같으리라(눅6:39, 40)” 또한 기로에 놓인 어려운 때일 수록 하나님 가르침 대로 다른 사람을 살피고 남을 이롭게 하는 정신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정신과 태도가 기회를 만든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눅 6:38)”
국내외적으로 편 가르지 않는 성숙한 관계의 확장이 중요하다. 갈등 가운데선 어느 것도 얻지 못한다.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평안의 매는 줄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엡 4:2,3)” 세계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이 갈등과 위기를 극복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로 전진할 수 있기 위해 기도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