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는 내면을 찾는 기회...길 안내자가 돼야할 교회, 참된 신앙의 길 인도해야
경칩이 지나고 꽃망울에서 봄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그런데 생활에서 마음에서 봄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5∼-8%까지 추락할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예측 기관들은 10년전 외환위기때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기회복 시점도 불확실하다. 외환위기 때는 세계 경제여건이 좋아서 수출주도형의 우리 경제가 되살아날 기반이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 경제가 모두 나빠 경기 회복 전망 자체가 힘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례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기 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훨씬 더 깊고 길다는 얘기다. 어느 때보다 험난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미 일자리가 없어 쉬고 있는 사람이 350만명에 달한다. 기업과 자영업자의 도산, 감원 바람이 휘몰아치며 실업대란은 현재 진행중이다. 이미 지난 1월 1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경기 침체기에는 소비위축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환율 급등 탓에 물가가 7개월만에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4.1%, 식료품 값은 10.5%나 올랐다. 뚜렷한 처방책이 없는 ‘저성장, 고물가’의 스테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직이나 임금삭감에 물가상승마저 더해져 소비위축, 도산, 실직으로 이어지는 경기침체의 한파가 우리나라에 더 크게 몰아치고 있다.
전례없는 장기 불황속에서 가장 크게 고통에 내몰린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실직자 외에도 만성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545만명의 비정규직이 있다. 해고의 칼바람은 이들을 가장 먼저 겨냥한다. 내수 경기에 가장 취약한 600만 자영업자도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이미 지난 두달새 무려 42만개가 문을 닫았다. 자영업자의 대부분(412만명)이 직원없이 혼자서 일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다. 영업 중인 곳의 77%가 손실을 보고 있다. 실업과 폐업 급증으로 작년말 이후부터 신빈곤층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보건사회연구원은 2006년에 전체 인구의 10.6%에 달했던 빈곤층이 20.9%로 배 가까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빈곤층 1000만명 시대의 도래가 눈앞에 와있다는 얘기다.
불황이 사회불안을 증대시키고 각종 사회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행산업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마 매출이 지난해 7조4천억원으로 13.5% 증가했다. 복권판매는 53%나 급증했다. 지난해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객이 290만명을 넘어 19% 증가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불경기에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불안한 심리가 커져 사행산업이 잘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파산은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마약사범이 지난해에 비교해 8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경기 불황으로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일반인들의 마약 투약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현실비관과 사회불만, 빈곤이 커지면서 강절도와 폭력사건, 홧김방화, 묻지마 살인 등 각종 범죄가 급증 추세다. 절도는 지난해 22만3천여건으로 15% 이상 많아졌다. 폭력은 지난해 30만건을 넘어 10%가 늘었다. 웬만한 일에도 참지 못하는 팍팍해진 삶의 현실을 방증한다.
심지어 국회의원, 경찰관에 대한 집단폭행 사건들도 벌어진다. 사회의 룰이 깨지고, 뜻에 맞지 않을때는 폭력을 행사할수 있는 위험한 사회의 한계에 와있음을 말해준다. 특히 OECD 국가 중 자살 증가율이 5년 연속 1위를 기록해 우리나라 국민의 무력감이 어느나라보다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작년에 하루 평균 3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30대 젊은층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서울 시민 6명중 1명 이상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자 지난주 서울시는 강남에 자살예방센터를 개설했다.
사회안정의 핵이라 할수 있는 가정 파탄의 위기가 커지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 26일 “빈곤층 아동·청소년 10명 중 3명이 경제위기로 인한 빈곤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가정 불화도 심각해 빈곤층 아동·청소년들의 22%가 “수입이 줄어 부모 사이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무력감과 불안심리, 가정파탄이 청소년 비행과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제난이 시작하면서 가출 청소년이 25% 이상 증가했다. 특히 빈곤층 학생의 7.5%가 절도나 강탈, 4%가 성매매나 원조교제 등 비행을 통해 용돈을 조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성매매로 단속된 청소년의 수가 2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빈곤 청소년들이 생계형 성매매 등 범죄에 내몰리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제불황이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가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불황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충격으로 ‘디트라우마’가 덮치고 있다고 말한다. ‘디트라우마’는 불황을 뜻하는 ‘디프레션(Depression)’과 정신적 외상을 의미하는 ‘트라우마(Trauma)’를 합친 말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나의 일이며 내 가족과 이웃의 일이다.
오늘날의 경제 위기는 곧 교회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사회의 충격을 흡수하고, 상처받은 마음과 영혼을 치유해야 할 교회는 지금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 한국교회는 너무나 깊게 축복 신앙, 물질 신앙에 젖어있다.
교회가 가야할 길, 해야 할일을 찾지 못하고 오늘도 교회당에서는 교인들에게 물질축복을 구하라고 설교하고 있다. 개인과 개교회의 이기심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합리화하고 기만하는 일이다. 물질이 많아야 남도 돕고 하나님의 일도 할 수 있다고 변명한다. 광야에 배고픈 5천명을 먹인 물질은 단 한명의 어린이의 배를 채울 초라하기까지 한 물고기 두마리와 떡 다섯개에 지나지 않았다(요 6:5-15).
예수님은 턱없이 부족한 물질에 만족하시고 축사하셨다. 나눔과 사랑이 낳는 기적이야말로 물질과 비교할 수 없이 큰 가치임을 보여주셨다. 지금도 예수님은 지금 네가 가진 것으로 나눠주라고 하신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내가 가진 것으로 사랑을 나누기도 전에, 2백 데나리온 분의 떡을 구했던 빌립처럼 5천명분의 거대한 양의 먹을 것부터, 돈부터 구하고 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하시니”(마 4:4)
교회는 오히려 오늘날의 세계 경제 위기를 부른 원인이 이윤 창출에만 매몰된 이기심과 물질욕이었음을 지적해야 한다. 취약계층에 무관심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앞장서서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미국의 교회들은 지금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교회들이 연합해 모기지론 차입으로 집을 잃어버리거나 재정 손실을 입은 이들을 위해 재정관리를 돕고 실업자의 구직상담, 먹거리 나눔, 봉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도 약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펼칠 것을 끊임없이 권고하는 한편 기도로 영적인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교회가 할 일이 무엇인가.
첫째, 전례없는 경제위기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너무 앞만 보고 달린것은 아닌지, 그동안 많이 갖고도 부족하다고 아웅성치며 살아온 것이 아닌지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조금은 부족해도 자족하는 법을 배우게 하고 있다. 조금 더 가난해도 주변의 아픔에 눈뜨게 하고 있다. 아끼고 절약한 소중한 것을 나누는 것의 기쁨을 찾을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사랑의 나눔은 오늘날 위협으로 다가오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먼저 교회가 그 사랑의 나눔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라”(눅18:22) 몸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진정한 제자가 되야 한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
둘째, 사람들이 내면을 찾는 기회에, 참된 구원과 신앙의 길을 가르칠수 있어야 한다. 잘 믿으면 축복받을 수 있다고 또다시 세상에 집착하는 기복신앙을 가르쳐선 안 된다.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요일 2:15-17) 세상과 물질에 목적을 두지 말고 진정한 구원의 주를 바라보자고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것들은 멸망할 것이나 오직 주는 영존할 것이요”(히 1:11)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히 12:2)
교회가 사랑과 영혼 구원의 제 역할을 다할때 한국사회의 위기를 소망으로 바꿀수 있게 될 것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마 5:1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