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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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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여 만에 재개된 남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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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와 일관된 통일정책 필요 …

하나님은 허망한 것 바라지 말 것 경고하셔 (사 59:4,5)

2년 여간 끊겼던 남북대화가 9일 열렸다. 유엔을 비롯한 세계가 환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마침내 북한에 대한 희소식’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판문점 연락채널이 복원되고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사설에서 “북한 핵 위기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제공했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한국이 남북대화를 통해 군사훈련 중단이나 추가 제재 거부 등 너무 많은 양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그런 위험부담을 무릅쓰고라도 대화는 할 가치가 있다”고 논평했다.

평창올림픽의 남북단일팀 구성과 올림픽 기간 군사훈련 중지 등 계속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제안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화답하고, 우리 정부가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남북대화의 물꼬가 결국 열렸다. 처음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주변국들도 태도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대화를 제안하자 트럼프 미 대통령은 “좋은 뉴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면서 좋은 뉴스가 아닌 쪽으로 기운 듯 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대화를 원한다면 그들의 선택”이라며 “미국은 남북대화에 아무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미국은 60여 년 전부터 ‘상호 방위조약’을 맺고 상대방이 공격받으면 내가 공격받는 것으로 간주하고 함께 피 흘리겠다고 약속한 사이다. 그런데 미 외교 당국자가 미국의 동맹국과 적국을 한데 묶어 ‘그들’이라고 부르면서, 남북이 대화를 하든 말든 미국이 알 바 아니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김정은은 남북대화만 제안한 것이 아니다.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며 대미 협박을 이어갔다. 이런 말을 새해 첫날부터 들은 미국의 기분은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연말 갤럽조사에서 미 국민 열에 여덟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로 꼽았다. 이런 미국의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제안을 전격 받아들이면서 “문 대통령의 남북대화 노력을 100%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남북한 고위급 회담의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이는 모든 인류에 좋을 것“이라고 말하고, 한·미 관계도 매우 좋으며 미국도 적절한 시기 남북한 대화에 협조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 훈련 연기와 북한 도발을 중단시키므로 북·미 대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기대감까지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일본의 반감은 더했다. 스가 일본 관방장관은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가 결정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지난 20년간 반복되어 온 북한의 시간벌기 행태라고 평했다. 오노데라 방위상도 “과거 북한이 대화의 자세를 보여 국제사회가 지원했지만, 결과적으로 속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일본 언론들도 후지TV는 “한미일 3국 공조를 흔들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잘못 판단하지 말라”며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 평화의 제전을 이용한다”면서 “북한은 한미동맹 이간질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유리하게 하려는 계산”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던 일본이 8일 일본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가나스기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한국을 찾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했다. 중국도 이미 5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해 한중 양자 협의를 갖고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공유하고 상호 협력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쿵쉬안유 부부장은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사실상의 ‘쌍중단’(한미 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동시에 중단)”이라고 평가하므로 한반도 운전자론에 기대감을 키웠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국면이 조성되면서 첨예한 대립과 이해관계를 다투던 미중일 3국이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형국은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한반도 운전자론’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남북대화 국면을 이어간다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 주도의 ‘운전자론’은 더 힘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현실을 잊은 장밋빛 환상은 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실을 잊으면 허망한 의뢰와 거짓말이 될 수 있다고 성경은 경고한다. “허망한 것을 의뢰하며 거짓을 말하며 악행을 잉태하여 죄악을 낳으며... 그 짠 것으로는 옷을 이룰 수 없을 것이요(사 59:4, 5)” 들떠있는 수면 아래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있고, 어느 때보다 큰 위험이 날마다 자라고 있다. 그 위험이 무엇인가.

첫째, 시간벌기에 이용당할 수 있다. 북한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이 패럴림픽이 폐막하는 3월까지 도발을 중단한다고 해도 4월 이후엔 장담할 수 없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핵무력을 더 고도화할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신년사에는 ‘평창’보다 ‘핵’ 위협을 더 우선시했다. 지난해 가을 75일 간의 도발 휴지기에 기술을 보완해 ‘화성-15형’을 쏜 패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이 함께 한반도기를 든 5개월 뒤에 미사일 7발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도발을 했고, 다시 석 달 뒤엔 민족을 핵 재앙으로 몰고 간 첫 핵실험을 저질렀다. 지금 김정은은 이미 핵폭탄을 갖고 있고 미국을 공격할 대륙간탄도탄도 완성단계에 있다. 모두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 명백하다는 현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다시 말해 핵 무력 완성의 마지막 고지까지 북한의 시간벌기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둘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탈피와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릴 수 있다. 미국은 한국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남북대화에만 반색한 채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대미 핵 협박한 것에 대해 단 한마디 유감 표시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탑재한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공격한다면 한국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 맞느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매개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대북 제재 해제,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군축 협상 등의 요구를 해 올 경우 우방들간 더 큰 제재 엇박자와 분열이 유발될 수 있다.

셋째, 남남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대화에서 파생된 이슈들이 곧바로 남남갈등으로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한·미는 4월 훈련 재개를 검토하고 있지만 대통령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등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합치자고도 제안한다. 훈련 축소를 제도화하려는 주장과 이를 염려하는 주장 간 남남 갈등을 부를 수 있다. 북한 참가를 둘러싸고도 우리 사회의 갈등이 야기될 수 있고, 북한 대표단의 돌출행동이 불거져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 내부 의견에 분열이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

넷째, 이제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것이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참상이 생생히 드러났다. 유엔 산하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북한 전체 국민의 절반이 넘는 1800만 명이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북한의 식량사정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다. 핵무력 완성 이후 마지막 일전이든, 급변사태든 한반도에 북한발 위험이 점점 자라고 있다. 북한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중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꼼꼼히 대비하고 있다. 이젠 중국학자들마저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지금처럼 높은 적이 없었다”며 비밀리에 미국과 세력권을 흥정하는 상황이다. 베넷 미 랜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 붕괴시 중국이 북방 완충지역을 넘어 평양 이남까지 진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유사시 4개 루트로 평양 이남까지 점령하는 북한 진입 훈련을 실시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중국이 북한을 한·미·중·러가 분할 점령하는 안을 미국에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막연한 장미 빛 환상만 가진다고 될 때가 아니다. 북한 땅이 중국의 동북4성이 되는 것과 같은 분할이 이뤄지지 않도록 북한 급변사태 이후까지 고려한 우리의 치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지금은 북한의 조석지변에 따라 춤을 출 때가 아니다. 주변국을 불안하게 하고 한국의 일관된 통일정책을 의심하게 만들 뿐이다. 이젠 우리의 통일 노력을 어느 때보다 우선시해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이 마지막 시점에 북한의 위험과 통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