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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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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공화국’ 한국의 아찔한 현실

GOSPE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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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일상화로 매일 1천여 명 사상자 발생 …

불덩이 속에서도, 사자우리 속에서도 지키시는 하나님 뜻에 합당하게 살고 있는가 (신 32:10)

지난 8일 강원도 강릉에서 승객 198명을 태운 KTX 열차가 탈선해 16명이 다쳤다. 기관차 등 앞 차량이 T자 모양으로 꺾이고 열차 10량 모두 선로를 이탈하는 대형 사고였다. 사고 당시 열차는 시속 100㎞ 정도로 달렸지만, 이 열차는 서울과 강릉 구간을 최고 시속 250㎞로 달린다.

만약 이 열차가 고속 구간에서 탈선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기차나 대형 트레일러 같은 ‘관절 차량’은 맨 앞부분 견인차가 급정거하거나 장애물과 충돌할 경우 뒤에 연결돼 있는 끌려가는 차들이 등산용 접이칼처럼 접히면서 앞차와 부딪히는 잭나이프 현상을 겪게 된다.

지난 1998년 독일에서 발생한 ICE 고속열차 탈선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견인차 뒤에 연결된 5량의 열차가 꺾이며 서로 충돌해 승객 101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시속 200㎞ 이상 질주하던 열차가 잭나이프 현상으로 부딪힐 경우 400t의 무게가 벽에 부딪히는 것과 맞먹는 충격이 가해져 승객들이 압사하거나 화재로 인해 질식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탈선은 속도만 달랐을 뿐 그와 똑같은 대형 탈선 사고였다. 오영식 KTX 사장은 사고 원인을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선로상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정한다”며 날씨 탓으로 돌렸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코레일을 책임지는 사람의 말이라고는 전문성도 없고 안일한 사고방식에 시민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들의 초동조사 결과 선로전환기에 고장이 났는데 이를 통제소에 알려주는 케이블이 엉뚱한 곳에 꽂혀 있었다. 결국 정지해야 할 선로로 멈추지 않고 들어선 것이 사고의 원인이다. KTX 탈선은 2011년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 사고 이후 7년 만에 벌써 두 번째다. 당시에도 선로전환기 작동불량 때문이었다.

같은 원인의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사고는 강릉선이 개통된지 1년이 안 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유지 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애초에 부실시공됐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KTX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3주 간 발생한 사고만 10건에 달한다.

지난달 19일 서울역으로 진입하던 KTX 열차가 선로 보수 작업 중이던 포크레인을 들이받아 작업자 3명이 다쳤다. 하루 뒤인 20일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는 KTX 열차 전기공급 중단으로 상ㆍ하행선 열차 120여 대의 운행이 지연됐다. 수많은 승객이 3시간가량 사고 열차에 갇히고 서울∼부산 열차 운행시간이 최장 8시간 걸리는 등 사상 초유의 ‘대혼잡’이 빚어졌다.

22일에도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분당선 열차가 수서역 부근에서 고장으로 멈춰서 승객들이 1시간 넘게 열차에 갇혔다. 23일에는 무궁화호 열차가 발전기 고장으로 멈춰 서 운행이 1시간가량 지연됐다. 24일은 광명역과 오송역에서 KTX 열차가 잇따라 고장나 운행이 지연됐다. 28일에도 호남선 KTX 열차가 익산역 부근에서 멈춰 섰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가 줄잇자 급기야 지난 5일 이낙연 총리가 대전 코레일 본사를 방문해 국민적 불안과 불신을 불식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다시 사흘 만인 지난 8일 KTX 강릉선 열차 탈선이라는 대형 사고까지 터졌다. 같은 날 대구역에서도 KTX 열차가 약30분 가량 멈춰 섰다.

어떻게 국가 기간 철도에서 이렇게 사고가 일상화될 수 있나. 내부 기강 해이와 안전 불감증 등 구조적인 원인이 부른 인재이다. 탈선 사고 당시 대피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총체적 부실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코레일 경영진을 두고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던 오영식 사장이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

오영식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과거 불법파업으로 해고된 노조원 98명을 복직시켰다. 취임사에서는 노조가 요구해온 SR(수서고속철도)과의 통합을 공언하기도 했다.

철도 문외한인 정치인 사장이 낙하산 인사로 취임하면서 기술, 안전, 인사 등 업무 전문성을 갖춰야 할 코레일에서 전문지식을 발휘할 수 없는 데다 남북한 철도 연결 사업 등 외부 행사에 주로 관심을 갖고 친노조 정책 등 차기 총선을 의식한 정치 행보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노사 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기강 해이가 심각해졌다는 지적이다.

경영진의 무능부터 기강 해이까지 조직에 고장이 나도 단단히 고장이 났다는 얘기이다.

또 사회현실과 동떨어진 법체계 변경도 문제이다. 최근 주 52시간제 실시 이후 현장 근로자들이 일을 제대로 마치지 않고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시 말해 선로를 보수하고 점검하는 일은 과거보다 줄지 않았는데 근로시간이 줄은 것이다. 그렇다고 인건비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추가로 인력을 뽑거나 임시직을 쓸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과거보다 점검을 대충하다보니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ㆍ시설 결함도 심각하다. 우려스런 것은 코레일의 열차 사고가 최근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차량 고장과 시설물 장애 등으로 발생하는 열차 지연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종착역 기준 16분 이상 지연된 열차는 6,844건(총 지연시간 2,757시간)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5건 이상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열차 지연 건수(2,850건)는 2016년(1,364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KTX의 열차 지연 건수(2017년 223건)도 2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KTX 지연 원인의 1위는 차량 고장(267건), 2위는 시설물 장애(143건)로 차량이나 시설물 결함으로 인한 지연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시속 300㎞ 이상으로 운행하는 터라 사소한 결함과 실수 하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고속철의 안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정비인력 부족도 큰 원인이다. 코레일의 선로시설물 즉 ‘기찻길’은 2015년 8,465km에서 2016년 9,000km, 2017년 9,364km로 증가 추세다. 그런데도 이를 정비해야 할 관련 인력과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차량유지보수분야 정비인력의 경우 2015년 정원에 비해 38명이 부족했는데 지난해에는 결원 규모가 205명까지 늘었다. 정비인력 관련 예산(2017년 4,243억)도 2년 새 94억원이 줄어들었다.

KTX 강릉 탈선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선로전환기 신호시스템 오류 역시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사고 지점의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과 무관치 않다.

늘상 사고 위험을 안고 살게 만들고 있는 이같은 총체적 부실은 비단 코레일의 얘기만이 아니다. 지난 4일 밤 경기도 고양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관 파열사고는 황당하다.

도로 지하에 매설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대형 온수배관이 터져 섭씨 120도 안팎의 뜨거운 물이 흘러나오는 바람에 이곳을 지나던 차량의 운전자 1명이 전신화상을 입고 숨지는 등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펄펄 끓는 물에 도로가 잠기는 초유의 사태에 주민들과 운전자들은 혼비백산하고 인근 아파트 2800가구에 밤 사이 온수와 난방 공급이 끊겼다. 매설된 지 27년이 지난 노후 배관의 파열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다. 온수관은 뜨거운 물이 흐르기 때문에 노후화 속도가 상수도관보다 빠른데도 난방공사가 정작 해야 할 배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고양시 저유 탱크에 화재 사고가 발생한 게 두 달 전이었다. 당시 스리랑카인이 날린 풍등이 폭발로 이어진 건 부실한 안전 관리 때문으로 조사됐다. 기름저장 탱크에서 유증기가 나오는 환기구 입구에 불이 붙기 쉬운 건초 더미가 쌓여 있었고, 불씨가 들어오는 걸 막아줄 인화 방지망은 너덜너덜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첨단 장비로 감시해왔다던 국가기관 시설이었다. 그야말로 ‘사고 공화국’이 아닐 수 없다.

서울 도심 종로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로 7명이 숨지는 등 18명의 사상자가 생긴 것도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KT 통신구에서 화재로 서울 서부 일대 인터넷이 마비된 통신대란도 불과 한 달도 안 됐다.

지난해에도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요양병원 화재로 순식간에 아까운 인명들이 희생됐다. 열차와 지하철은 툭하면 멈춰서고 땅바닥이 꺼지는 싱크홀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해상 조난사고에 산업 현장의 유독 화학물질 누출사고도 빈번하다. 도로와 교량·터널, 에너지 관련 시설, 온갖 상업용 시설과 공공건물, 공동주택까지 안전지대는 없다고 봐야 할 상황이다.

전국의 산업시설들의 노후화도 심각한 안전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무수한 SOC(사회간접자본)를 건설해왔는데, 대부분 준공된 지 30~50년씩 되면서 급속히 낡아가고 있다.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는 어느덧 ‘구도시’가 됐다. 개인 집도 10~20년이면 수시로 크고 작은 보수를 해가면서 사는데, 온수관은 매설된 지 27년이나 된 시설이 방치돼 있었다.

또 무슨 사고가 터질까 조마조마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