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아 체제의 구조적 변화 속에 한국이 아태지역 경제안보공동체(TPP) 등에 미참여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해 20세기 초 일제의 한반도 침탈 후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미국이 주도 하에 열린 TPP회의 광경.
일본, 한반도 독자 군사행동 가능성 시사 …
동북아 체제 구조적 변화 속 한국, 잘못 대처하면 화 자초해 (갈 6:7)
일제에 의해 한반도를 강탈당했던 20세기 초 이후 동북아와 한반도는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고 있다. 그 위험은 중국의 부상과 미일의 역대 최고 수준의 동맹에서 비롯된다. 주변 강대국들이 하루가 다르게 전열을 가다듬는 틈바구니 속에서 지금 한국 외교는 곡예중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먼저, 중국의 부상은 단순치가 않다. 중국은 전승절 열병식을 통해 중국이 세계의 중심임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중국의 야심은 세계 2인자가 아닌 세계 최고, 최강 국가 실현에 경도되어 있다. 이미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등 여러 나라들과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로 중·일·미가 맞붙는 동중국해에서, 그리고 동북공정과 북한에 대한 경제권 독점, 동해진출야욕 등으로 한반도와 그 주변에 신형대국의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신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아시아·중동·유럽 대륙을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권역으로 묶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의 실행기구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을 망라하는 57개국이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도전이 거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지난 5일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 협정이 타결되고 나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 같은 나라가 세계 경제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고 유례없이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이 민주주의, 인권, 시장 투명성이나 개방성 등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세계 질서를 주도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지구촌의 불안감을 상기시켜왔다. 중국의 취약점인 글로벌 스탠더드(국제적 규범)를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이 바로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이다. 즉 중국이 일대일로로 독자적인 표준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미국은 TPP를 통해 미국 주도 글로벌 경제질서의 우산 안에 중국을 가두겠다는 의도다. TPP가 경제를 넘어 외교 안보까지 아우르는 사실상의 ‘경제·안보 동맹’ 성격의 포괄 동맹으로 간주되는 이유다. 미국은 일본을 TPP의 핵심 동반자이자 유례없는 혈연 공동체로 확실하게 끌어안았다.
일본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추진중인 아시아 재균형 전략의 선봉장이기도 하다. 올해 미국과 일본 양국은 ‘신안보조약’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군사동맹을 과시했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고 오히려 추동했으며,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일본 자위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청산이나 반성은 커녕 미국의 뒷배를 활용해 군국주의로의 회기를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아베 정부는 자위대법 등 10개 안보법을 일괄 공포했다. 자국 영해 밖에서 자위대의 군사작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무기관련 기술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정책도 폐기했다. 아베 정부는 내년 5조엔 이상의 사상 최대 방위비를 책정했다. 일본은 새 안보법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조건으로 타국의 동의나 요청을 명시하지 않아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무력을 사용할 우려가 높다. 한반도에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은 일본에게 적극적으로 안보 역할을 해주길 요구하고 있다. 또한 우리 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작전적 필요에 따라 미·일동맹의 틀을 이용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이같은 동북아 체제의 구조적 변화의 격랑 속에 한국이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한국의 준비나 대처 수준은 걱정이 앞설 만큼 미흡하기 그지없다. 지난 2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북한은 헌법상 우리 영토로 자위대가 북한에 들어갈 때는 우리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본 나카타니 방위상은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일본은 유사시 북한에 들어갈 경우 한국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자위대의 북한 진입 문제는 우리의 영토주권뿐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 통제·관할권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한 장관은 그런 중요한 발언에 대해 뚜렷하게 이의를 제기하지도, 논의를 이어가지도, 국민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일본 방위상의 발언을 숨긴채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일본 방위성이 이날 밤 일본 언론에 이 내용을 흘리면서 뒤늦게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 문제에 대한 한국의 안이한 대처가 드러났다. 일본이 한반도 문제와 자위대의 역할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가늠케 하는 중요 사안에 대해 아무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것은 국토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국방부 장관의 대처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일본이 한국의 영토를 휴전선 남쪽으로 묶으려는 일본의 시도의 근거는 남북한이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해 북한도 국제법상 주권국가라는 논리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1965년 체결된 한·일 기본조약 3조에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확인한다”고 못박고 있다. 특히 유엔은 1948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총회결의문에서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명확히 했다. 1950년 북한의 남침에 의한 6·25 전쟁시 유엔군을 파병키로 결의한 것도 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4조에도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나카타니 일 방위상은 자신들이 한국과 맺은 한·일 기본조약, 그리고 유엔 결의와 대한민국의 헌법을 정면 거부하고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는 범위를 제한한 것이다.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당연히 문제를 삼고 일본 측에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의 입장을 확실하게 주지시켜 오판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한국의 동의 없이는 북한지역에서 어떤 작전도 결코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방부는 한반도 유사시 대응 플랜과 전략을 갖고 자위대와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분명하게 통보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이뿐이 아니다. 군은 18조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국책사업인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과정에서 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이 가능한 것처럼 부풀리고 기술이전 불가 통보를 받은 사실을 5개월간 숨겨왔다. 이같은 일은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더욱이 보잉과 에어버스가 4가지 핵심기술 이전뿐 아니라 항공기 사업 투자까지 약속한 것을 궂이 마다하고 기술이전을 거부한 록히드 마틴의 F-35를 수의계약으로 최종 선정해 의혹을 더하고 있다. 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에서도 오판을 했다. 앞서 언급했듯 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태지역 경제안보공동체로서, 여기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은 경제적 실리 이상의 매우 중요한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FTA와 역내경제동반자협정(RCEP)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했다.
결국 한국은 앞마당에서 미국이 21세기의 세계교역질서를 새로 쓰겠다며 야심차게 출항한 태평양클럽에 배제됐다.
원래 2011년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TPP호에 함께 동승하라는 의견을 타진해왔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를 무시하고 스스로 중국판 운명공동체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립 멤버가 됐다. 대통령이 중국군 열병식도 참관하고, 정부는 이미 미국과 함께 중국에 맞설 의사가 없다는 신호를 여러번 미국에 보냈다. 우리 정부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의도 미루고, 미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난사군도 문제에도 아예 입을 다물었다.
미국으로서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국제사회에 퍼지는게 괜한 일이 아니다. 지난 17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내가 강조하고 싶은 딱 한 가지는 중국이 국제 규범과 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는 한국도 우리처럼 그에 대해 목소리를 내주기 바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중국이 도전할 경우 한국도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구다. 한국을 일본처럼 확실한 미국 편이라고 생각했다면 굳이 그런 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기대했던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에 필수적인 4개 핵심기술의 이전불가 방침을 되돌리지도 못했다. 잘못된 결과의 원인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7) 냉엄한 국제사회 속에서 한국이 자칫 잘못 대응하면 불행했던 과거를 되풀이하게 될 수 있는 엄중한 시기를 맞았다. 하나님은 과연 격변기를 맞은 동북아 정치 지형 속에서 한국에 무엇을 주문하고 계시는가.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엡 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