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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다중 전쟁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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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이 불러올 파장 …

하나님이 가장 원하시는 세상의 평화 위해 기도할 때 (이사야 2:4, 마태복음 5:9)

이스라엘과 이란(테헤란)은 직선거리로 1800km나 떨어져 있는 나라이다. 현대전은 거리가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이 13일 새벽 전투기 200여대를 동원해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란의 핵심 핵시설과 군사시설 등 모두 150여 곳을 기습공격했다. 또 이란 영토에 숨겨놓은 드론 공격으로 이란군 총참모장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군부의 ‘투톱’이 사망했고, 핵 과학자들도 최소 6명이 사망했다. 개전 사흘째인 15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천연 가스전 등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이란은 자국 내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보복 공격의 기준인 ‘레드라인’으로 삼아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가 “가혹한 응징”을 천명한 대로 즉각 응징에 나서 미사일 약 200기와 드론 100 대를 동원해 이스라엘 공군기지와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를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난공불락이라고 자랑했던 ‘아이언돔’ 방공망 일부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뚫려 각지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전쟁 발발 4일째인 16일 현재 이란에서는 최소 1420여 명의 사상자(224명 사망)가 발생했고 이스라엘에서는 420여명의 사상자(19명 사망)가 발생했다. 15일로 예정됐던 미-이란 간 6차 핵 협상도 취소됐다.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은 그 규모와 범위 면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첫날 공습 직후 국제 원유 선물 가격이 10% 이상 치솟았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13% 폭등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입한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 폭이었다. JP모건은 이 지역 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은행 ING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연말에는 15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기록했던 국제유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조차 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엔 치명적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2%,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그중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의 유일한 해상 수송로다. 이 바다를 통해 이란과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전 세계 수송량의 25%에 이르는 일평균 2000만배럴 정도 오간다.

이란이 마음 먹기에 따라 이 해협의 통행이 차단되거나 해상 물류가 마비될 경우 중동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큰 타격이 우려된다. 산업생산 차질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국가경제 전반에 복합적 충격을 야기할 것이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으로 0%대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까지 요동친다면 한국 경제, 특히 서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수십조원의 추가경정예산과 같은 내수진작 정책 효과도 반감된다. 경기가 더 침체되고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

이-이 전쟁이 우리에게 경제 문제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 핵무기 개발 저지가 핵심 관건이여서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교하자면 북미간 핵 협상을 진행하는 도중에 한국이 북한에 대해 핵시설 파괴와 군 수뇌, 핵 과학자 참수 작전을 기습 실행했다고 가정한다면 이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란과 다른 점은 이미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현재 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150개를 더 만들 계획이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평가에서 북한이 수십년 만에 ‘가장 강력한 전략 지위’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최근 핵무기 외에 러시아 무기체계와 비슷한 초음속 순항미사일, 드론, 새로운 전투기 등을 공개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북한이 러시아의 실전 경험을 드론 능력 강화에 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전문가인 호주 국제경영대학 레오니드 페트로프 학장은 “북한이 이제 러시아의 천연자원, 기술, 군사 지원, 사상 지원을 제한 없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이란의 핵시설이 공격받는 모습을 본 북한이 핵 능력 증강 속도를 늘려야 한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연대가 갈급한 이란이 북한·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세력과의 연대에 나선다면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 경우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 전력이 있다. 북한은 이를 대내외에 공개하므로 세계 분쟁 개입 사실을 공식화했다. 여러 전문가는 북한이 이제 세계화된 전투 주체가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의 전략적 입장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에 대응하는 한국에게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변화이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고, 동맹이 소중하지도 않다. 이로 인해 세계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무질서 속 다중 전쟁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번 이-이 전쟁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세계의 변화가 무엇이며 대한민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그동안 세계 질서의 축이 됐던 ‘세계의 경찰’ 미국의 역할이 실종되고, 미국을 포함해 힘이 우선하는 약육강식의 다극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번 이-이 무력 충돌로 중동이 대혼란에 빠져들었지만 미국은 나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과 핵 협상 중이던 이란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벌인 기습 공격을 방관한 데 이어,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다. 트럼프 이후 미국 중심의 ‘일극 질서’가 무너지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0여년간 한-미 동맹에 의존해 안보 문제를 해결해온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 국무부는 사태 첫날 “우린 이번 공습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짧은 성명만 내놓은 채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외교 전략에 따른 것이다. 오히려 트럼프는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CNN에 “이스라엘 공격이 훌륭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의회는 16일 민주당 주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이란에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우리 전쟁 아니다”며 가세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 외교는 국내 정치적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심각하게 도구화됐다. 우크라이나 원조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한 사건만 봐도 국가 안보와 외교 전략의 핵심인 대외 원조조차 미국 내 정쟁을 위한 거래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취임 100일을 넘긴 지금까지 이렇다할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이 없다. 중재인을 자처하지만 보증인, 실행인 역할은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한다. 패권을 가진 슈퍼파워로서 오지랖 넓게 나서지만 책임지는 일은 회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