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들어가자 현장에서는 간호사들이 불법 의료행위에 내몰리면서까지 해당 공백을 채우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의사 집단 반발, 의료 위기 사태 …
생명 볼모로 어떤 것도 정당화될 수 없는 예수님의 준엄한 꾸짖음 지금도 들어야 할 때 (마 3:4)
정부가 올해 대학 입시(2025년)부터 전국 의과대학 정원 규모를 현재의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가 5000명가량 부족하고, 2035년에는 1만5000명이 모자랄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3.7명에 한참 미달하는 최하위 수준이다.
의대 증원이 절박한 상황에서 당장 이렇게 증원해도 전공의는 2031년에, 전문의는 2036년에 배출되는 만큼 7~12년 후에나 증원에 따른 효과를 볼 수 있다. 고령화로 의사 부족은 예견된 미래임에도 의사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3일 기준 전공의의 80.5%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72.3%인 9006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의대 학생들까지 반발해 25일까지 일주일 사이 1만2천674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체 의대생 3명 중 2명 이상(67.44%)이 집단휴학에 나선 셈이다.
의대를 졸업해 전공의를 마친 35세 남짓한 의사의 연봉이 3억~4억 원인데, 정부 계획대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사 간에 경쟁이 심해져 고액 연봉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증원을 결사 막고 싶은 것이다. 의사들의 근무지 이탈은 생명을 저버린 것이다.
80대의 심정지 환자가 병원 7곳을 ‘뺑뺑이’ 돌다 사망하는 등 23일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누적 피해 사례만 227건이 발생했고 수술 건 30%가 취소됐다. 정부는 23일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올렸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된 적은 있으나 국민 건강과 생명 피해가 우려된다며 보건의료 위기 심각 단계를 발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 확대를 막겠다며 “의료 대재앙”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의료계에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말도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이던 2020년 4백명을 증원하려고 했을 때도 의사들의 극렬 반대로 무산됐다.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전임의 10명을 고발했던 것도 취하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시도할 때마다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막은 결과 의대정원을 27년째 단 한 명도 못 늘렸다.
오히려 2000년대 초반에는 의약분업과정에서 정원 351명을 줄였다. 감원으로 줄어든 의사 수만 누적기준으로 7000여 명에 육박한다. 현재 필수 의료·지방 의료 분야의 공백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022년 2월 수원에서 생후 7개월 남자아이가 코로나19 확진 후 건강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구급대가 10여 개 병원 응급실에 이송을 타진했으나 거주지인 수원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하고 17킬로미터 떨어진 안산의 대학병원에 도착 직후 숨지고 말았다. 골든타임을 놓친 원인은 응급실 병상이나 격리병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소아과 전문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지난해 7월 병원에 출근 직후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뇌혈관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어 7시간을 허비한 끝에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숨졌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엔 해당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2명 있었지만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국민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국내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랑한다는 빅5 병원조차 병원 내에서 쓰러진 간호사에게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의료시스템에 국민 건강을 맡길 수 있겠냐는 불안감이 높아졌다. 의사들이 몰린 서울이 이런데 지방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전 분야에서 노출되고 있다. 의료계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고 긴급 상황시 치료할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게 오늘날 현실이다.
의술이 생명을 살리는 소명이 아니라 밥그릇을 채우는 돈벌이로 전락하는 순간 의료시스템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낼 수 없다. 전문의만 되면 일반 월급생활자들보다 5~6배, 변호사나 회계사보다도 평균 2배 가량 소득이 많다. 고소득을 이처럼 안정적으로 정년도 없이 오래도록 누릴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 됐다. 여기에 의사 수까지 정부에서 묶어놔 치열한 경쟁도 필요없다. 경제학에선 ‘지대추구행위’로 설명한다.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을 늘려줬다면 없었을 추가적 이익이다. 이로 인해 사회전체적으로는 ‘자중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이를 감수하면서 정부가 면허를 통해 의사공급을 제한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시장원리에 맡기지 않고 개입해 만들어도 국민들은 수긍했다. 일종의 독과점 이익을 통해 의사들이 고수익을 가져가도 국민들은 지지했고 의사들의 노고에 존경을 표했다. 그러나 의료 공백과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심대화되는 상황에서도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오히려 생명을 볼모로 밥그릇을 위해 기득권 카르텔화된다면 문제는 다르다. 그동안 의사들이 정부는 이겼을지 몰라도 국민까지 이길 수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의사의 힘이 과도하게 커져 국민까지 이기려는 자만이 보인다. 지난 15일 의대 증원 저지 궐기대회에서 한 전공의가 “제(의사)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고 발언해 선민의식의 끝을 보였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있을 수 없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의 원리이다. 의료서비스 수요자는 국민이고, 공급자는 병원과 의사라는 이 단순한 원리마저 부정한 발언이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지방 의료 공백에 대해 “지방에 부족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민도”라며 국민을 깔보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민도(民度)는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을 뜻하는 단어다. 특권의식으로 가득한 의사들의 오만함이 도를 넘었다.
정부가 아니라도 국민의 힘으로 의대 증원을 관철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27년간 실현 못한 의대 증원을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입원환자는 2020년 320만 명에서 지난해 920만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의대 정원은 30년 전인 1994년보다 적은 기형적 상태이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의사 수가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의사도 있다. 인구 감소로 의료 수요는 줄고, 고령화로 의사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비스 수요는 머릿수로 계산하지 않고 이용량으로 봐야 한다. 한 사람이 평생 받는 의료 서비스가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다. 예전엔 없던 검사나 요양, 미용 관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료서비스가 생겼듯이 의료서비스는 소득증가와 함께 갈수록 늘어난다. 따라서 의사 공급도 같이 늘어나야 하지만 피부과나 성형 등 돈 되는 분야로 쏠림 현상까지 더해져 정상적 의료 수급과 지방·필수 의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급기야 서울 시내 빅5 병원 간호사마저 의사가 없어 목숨을 잃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인턴, 레지던트 같은 수련의들은 상상할 수 없는 당직일정을 소화해가면서 병원에서 근무한다. 나아지긴커녕 갈수록 공급부족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의료현장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고령화의 문제가 심각하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뜻하는 한국 고령화율은 현재 19.1%다. 이는 2035년 30%를 넘고, 2050년엔 40%를 넘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