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연락이 끊긴 사람,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노인,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주민과 새터민, 부모와 떨어져 사는 청년,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에게 명절은 평소보다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시간이 될 수 있다.
1인가구 전체 가구의 37%…미혼 절반은 이번 추석 친척 만날 계획 없어
쪽방 주민 60.6% “연락하거나 만나는 가족·친지 한 명도 없다”
교회 출석 60년대생도 38% “외로움 느껴”
싱글 크리스천 67.8% “교회는 결혼 중심 공동체”

추석 맞아 교계 나눔 활발…한국교회 ‘돌봄 공동체’ 역할 더욱 중요해져
추석이면 교회는 더 바빠진다.독거노인에게 쌀과 생필품을 전달하고 노숙인 시설을 찾아가며 고향을 떠나온 새터민과 이주민을 초청한다.올해도 한국교회봉사단은 서울시립 은평의마을을 방문해 명절 선물을 전달했고, 대구 상인제일교회에서는 고향을 떠나온 새터민 100여 명을 초청한 추석 행사를 열었다.20년째 이어지고 있는 행사다.이러한 한국교회의 명절 섬김은 단순한 자선행사를 넘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한국사회에서 ‘혼자 사는 사람’과 사회적 관계가 약해진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0가구 가운데 4가구 가까이가 ‘혼자 산다’
국가데이터처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26년 국내 1인가구는 약 836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7.0%에 이를 것으로 추계된다.이제 1인가구는 일부 계층의 생활형태가 아니다.한국의 가장 일반적인 가구 형태 가운데 하나가 됐다.명절 풍경도 변하고 있다.한국리서치가 지난 9월 4~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추석 명절 모임 및 일정 계획’ 조사에 따르면 이번 추석에 따로 사는 가족을 만날 예정이라는 응답은 63%였다.지난해 추석 68%, 지난 설 70%보다 낮아졌다.혼인 여부에 따른 차이는 더욱 컸다.기혼자의 73%가 따로 사는 가족을 만날 계획이라고 답한 반면 미혼자는 49%였다.따로 사는 친척을 만날 계획이 없다는 응답 역시 미혼자에서는 51%였다.명절이라고 해서 모두가 대가족 식탁에 모이는 시대가 아니라는 의미다.다만 혼자 명절을 보내는 것 자체를 곧바로 ‘외로움’으로 규정해서도 안 된다.혼자 보내는 명절을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혼자 있고 싶은 사람과 관계가 단절돼 어쩔 수 없이 혼자인 사람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쪽방 주민 10명 중 6명 “연락할 가족·친지 없다”
사회적 고립이 심한 계층에서는 상황이 훨씬 무겁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 거주민 가운데 ‘만나거나 연락하는 가족·친지가 아예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60.6%였다.1~2명이라는 응답도 32.2%였다.명절이 되면 가족과의 만남이 사회 전체의 풍경처럼 반복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자신의 단절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따라서 교회의 명절 구제와 방문 사역은 단순히 명절 분위기를 나누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막는 안전망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교회 다닌다고 외롭지 않은 것도 아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외로움이 반드시 교회 밖에만 존재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조사’를 토대로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서는 교회에 출석하는 1960년대생의 38%가 ‘요즘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예배당에 매주 나오는 것과 정서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닌 셈이다.싱글 크리스천의 교회 경험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관련 조사에서 싱글 교인의 67.8%는 교회를 ‘결혼 중심 공동체’라고 평가했다.출석교회에 싱글 부서나 모임이 없다는 응답은 93.5%에 달했다.반면 별도의 싱글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교인의 73%, 목회자의 74%가 동의했다.한국교회가 오랫동안 ‘가정’을 중요하게 여겨온 것은 소중한 전통이다.그러나 1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37%에 이르는 사회에서 교회의 공동체 개념 역시 보다 넓어질 필요가 있다.미혼 청년뿐 아니라 비혼 중년, 이혼·사별자, 독거노인, 새터민과 이주민 등 가족 형태가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교회 공동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더 소중한 교회의 추석 섬김
이런 점에서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한국교회의 추석 나눔은 더욱 의미가 있다.한국교회봉사단은 지난 15일 서울시립 은평의마을을 찾아 명절 선물을 전달했다.20일에는 대구 상인제일교회에서 새터민 100여 명을 초청해 ‘제20회 새터민과 함께하는 추석 초청 천국잔치’를 열었다.한두 해의 이벤트가 아니라 20년 동안 이어온 섬김이다.이런 사역은 한국교회가 가진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러한 섬김의 범위를 사회 변화에 맞춰 더욱 넓혀가는 일이다.전통적인 독거노인과 취약계층뿐 아니라 홀로 사는 중년, 가족과 단절된 청년, 배우자를 잃은 성도, 국내 정착 과정에서 관계망이 부족한 이주민과 새터민까지 교회의 돌봄 범위에 들어올 수 있다.물질적 지원과 함께 식사 공동체, 소그룹, 전화 안부, 세대 연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망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836만 1인가구 시대.이번 추석 한국교회가 마주한 질문은 ‘얼마나 많은 선물을 나눴는가’만은 아닐 것이다.우리 주변에 혼자 있지만 괜찮은 사람과, 혼자여서 힘든 사람을 얼마나 세심하게 구별해 발견하고 있는가.한국교회가 오랫동안 해온 명절의 섬김은 바로 그 사람들을 발견하는 중요한 통로다.그리고 그 섬김이 명절 이후의 관계로 이어질 때 교회는 1인가구 시대에 더욱 필요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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