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미칠 영향과 과제는? …
성경은 패권국의 이익 노린 화해 오래가지 못하는 것 증언 (단 11:6)
절정으로 치닫던 미중 갈등이 새 전기를 맞았다. 지난 17일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15일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정상이 손을 맞잡았다. 해빙은 아니지만 당장의 불은 끈 셈이다. 미중간 핵전쟁 우려까지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굉장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안보, 경제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밥상이 차려지길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므로 한국은 위기감이 고조되던 동북아 정세와 침체 국면의 한국 경제의 전환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사실 동북아의 안정에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간 갈등 봉합과 한국에 미칠 영향 및 과제에 대해 생각해 본다.
미중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두고 줄곧 갈등해왔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양국의 견제와 각축은 자원·에너지와 경제·산업 등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중국은 고위급 소통을 끊었고, 올해 초 미국 본토 상공에 중국 ‘정찰풍선’이 침입하고 격추되는 등 양국의 대립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올 4월엔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미국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회동에 반발한 중국이 대만 포위훈련을 벌였고, 미국도 남중국해서 ‘맞불’ 성격의 구축함 훈련을 실시하면서 두 패권국 간 핵전쟁 우려까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고 미국과 대만이 상당한 인명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온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진행한 워게임 시나리오를 소개하면서 미국이 중국의 군사 기지를 공격하고 중국이 일본, 한국 및 본토 서부 미군 기지를 공습하게 되면 미국이 중국 타격을 포함한 전면전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유사시에 중국은 한국까지도 공습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여기에 예측불가능한 핵보유국 북한의 존재는 동북아의 핵전쟁 리스크를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북한은 올해 이미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러시아,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 즉 미중 갈등이 거세질수록 동북아 안보가 무너지게 되고 북한이 이 틈을 노리고 핵 등 가용 비대칭전력을 총동원해 한국에 대한 무력 점령을 시도할 소지가 커질 수 있는 구도인 것이다. WP는 미중의 핵전쟁을 걱정하지만 우리는 한반도의 핵전쟁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미중이 군사적 균형추를 작동시키고 있다면 그만큼 동북아 안보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미중 양국 정상의 합의는 한국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지난 15일 이뤄진 미중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은 가장 우려하는 무력 충돌 위기만큼은 양국 군사 핫라인 복원에 합의하면서 갈등 봉합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양국 관계에 무슨 문제라도 있거나 지역 문제가 일어난다면 수화기를 들어 서로에게 전화할 겁니다. 중요한 진전입니다.”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인도태평양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방어 의지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통제나 대만문제 같은 핵심 이슈에선 이견을 좁히진 못했지만, 그동안 양국간 단절됐던 군사대화 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즉 가열된 미중의 갈등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댄 점에 회담의 의미를 둘 수 있다. 갈등의 골은 남았지만 두 패권국의 군사적 긴장 완화는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구동존이(求同存異)’, ‘공통점을 찾되 서로 다른 점은 그대로 둔다’는 오래된 외교원칙의 재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공존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갈등의 뇌관인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당분간 현상변경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에 도달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이밖에 미중은 마약 퇴치 협력에도 뜻을 모았다. 그동안 미국은 심각한 사회 문제인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재료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촉구해왔다. 이번에 중국은 펜타닐의 서방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인공 지능 분야에 대해서는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대화 필요성에 뜻을 모았지만 미국이 원했던 AI 무기 사용 금지까지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경기 침체에 직면한 시진핑 주석, 결국 각자의 필요에 의해 미중 관계의 현상 유지라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내년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호재가 될게 분명하다. 1년 만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극한 경쟁 관계를 해소하고 양국 관심사에 공감대를 보이면서 안정적인 외교력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이 군사 대화를 재개하고 중국과 멕시코 정상회담에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제조·밀수 차단에 협력하기로 한 것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성과로 꼽힌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파트너국들에도 긍정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에게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다급한 문제이다. 중국 경제가 ‘D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부채 (Debt) 급증, 인구(Demographic) 감소,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 디폴트(Default) 사태 확산, 수요(Demand) 부족, 미국과의 탈동조화(Decoupling) 등의 6D를 일컫는다. 일부 경제 예측기관은 중국 경제가 이러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처럼 구조적인 장기 불황, ‘잃어버린 10년 내지 20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중국 정부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30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중국인도 소비를 줄이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20%를 넘어섰고 저출생 여파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미중 패권다툼 이후 외국인 투자와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 40여년 동안 지속 성장해온 중국 경제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론은 이미 현실화했다.
그러나 미중이 맞잡은 손이 얼마나 오래 갈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선거 개입, 대만 침공 가능성 등은 여전히 잠재적 위협 변수로 남아 있다. 데이비드 색스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에 대한 중국의 압력, 유럽·중동 전쟁 등을 고려하면 미중 긴장 완화는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 발 더 나아가 경고를 보냈다. WP 외교안보 분야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15일 ‘바이든은 시 주석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구가 아니다”며 미중 긴장완화를 이용만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중국 당국자들이 ‘미중 대화를 하려면 중국의 나쁜 행동에 대해 미국이 맞서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고 있다”며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경제적 공격에 점점 느슨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염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