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의장국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6월 한국, 인도,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를 초청할 것을 밝히면서 회원국을 G11이나 G12로 확대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사진은 지난 2019년 8월 프랑스 남부 비라이츠에서 G7 정상회의 모습)
미국의 G7회의 초청 수락 …
약한 자를 들어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는 하나님의 뜻 이룰 것 (고후 12:7-10)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을 G7 정상 회의에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며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라며 초청에 즉각 응했다. 올해 G7회의 의장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당초 6월로 예정돼 있던 G7 정상 회의를 코로나 사태로 9월쯤으로 늦추고, “G7 체제는 전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G7에 한국·호주·인도·러시아를 더해 G11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이 G7회 의의 일회성 옵서버가 아니라 앞으로 G11 정식 멤버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G7은 2차대전 후 세계 경제를 이끈 브레턴우즈 체제가 1971년 미국의 달러화 불태환 조치로 붕괴되고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을 겪으며 태동했다. 세계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잡고 각국 간 정책 협력과 조정이 절실해서였다. G7은 태생부터 유엔 등 다른 국제기구와는 다르다. 1976년 캐나다의 추가 가입까지로 갖춰진 ‘7개국’은 앞에 ‘주요·선진·서방’의 수식어가 붙을 만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으로 구성되었다. 당시 세계를 양분한 미·소 냉전이 한창일 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가들의 비공식 국가 모임으로 출발한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와 정치코드가 비슷하며 세계은행-IMF 체제에 기초하여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며, 일본을 제외하면 영어 사용이 불편하지 않는 나라들이다.
냉전이 끝나고 자본주의 국가들의 실적을 과시할 필요가 없어진 1994년, 러시아 관리들이 처음 초청받았고, 1998년부터 러시아도 공식 멤버가 돼 G8이 됐다. 당시 러시아 경제는 파탄 상태였고 모라토리엄(채무 지불유예)과 구제금융으로 이어졌음에도 러시아를 끼워 넣은 것은 만남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미국이 주도해 다시 러시아를 밀어내 다시 서방 7개국의 G7이 됐다.
2018년 기준으로 보면, 이들 국가의 인구는 세계의 14%에 불과하지만 세계 전체 부(317조 달러)의 58%를 차지한다. GDP 총량은 전 세계 국가 GDP의 46%를 차지한다. 세계화 시대에 G7의 위세가 막강한 이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경제 공조 필요에서 만들어진 G20과는 ‘급’이 다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경제의 축이 아시아로 많이 이동했고,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와 뒤이은 2010~2012년 유럽 재정·금융위기 이후 우왕좌왕하기만 한 유럽을 보며 세계 경제가 몇몇 부자 나라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는 알게 됐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라는 세계사적 위기 앞에서 선진국들의 무능한 대처 능력을 보며, 경제가 다가 아니란 사실도 알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G7을 두고 ‘구식의 국가 그룹’이라고 언급한 것은 그래서 타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G11 구상은 세계 정치 경제의 대 변화를 상징한다. G7 회원국의 거부감이 커 참여 가능성이 적은 러시아를 빼고, 한국, 인도, 호주를 합한 G10의 GDP 총량은 전 세계 국가 GDP의 52%를 넘는다. 브라질이 추가되 G11이 되면 54.22%이다. G7이 발족 반세기 만에 국제정세 변화를 반영한 G11로 최대 개편을 하는 새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이다. 한국은 지난 2005년에 GDP(국내총생산) 세계 10위의 자리에 올랐다가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5위까지 떨어진 뒤 2017년부터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7일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 6422억 달러(약 2028조 원)로 세계 10위로 집계됐다. 명목 GDP는 생산액을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것으로 물가 상승분이 포함되며, 실질 GDP는 반대로 물가 변화를 제외한 생산량 변동을 반영한다. 따라서 실질 GDP는 경제 성장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명목 GDP가 한 나라의 총 국가 경제의 규모를 나타낸다. 경제 활동과 물가를 동시에 반영하기 때문에 체감 경기를 더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명목 GDP 순위가 2008년, 전년에 비해 2단계 떨어진 14위에서 꾸준히 상승해 2018년 세계 8위에 올랐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 상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경기 침체와 저물가로 지난해 10위로 떨어졌다. 지난 12일 US뉴스&월드리포트는 한국의 국력이 일본, 이스라엘에 이어 전세계 9위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유펜 경영대학원(와튼 스쿨)과 공동으로 73개국에서 2만 명이 서베이에 참여했다. 각국의 1인당 구매 파워 소득을 계산하고, 국제경제 패턴을 주도하며 주요 정책을 선점하는 나라, 외교정책과 군사비 규모, 특정 정책을 선언했을 때 주변 국가들이 신뢰하는지 등을 모두 고려해 점수를 매긴 결과이다.
한국은 7개국뿐인 ‘3050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 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 국가)에 든 나라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 군사 외교 등 국제사회에 미치는 모든 영향력에서 세계 10위권임이 분명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전쟁의 폐허와 상실의 아픔을 겪은지 불과 50여 년 만에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하게 세계 10위의 대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이 어찌 하나님이 우리 민족과 함께 한 기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보여준 한국 국민의 대응력은 10위를 능가하는 세계 선도국가의 위상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G7회의 초대에 응한 것이나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라고 말한 것이나 모두 우리의 국격에 마땅하고 의당하다. 한국은 항상 약소국임을 자처했다. 우리 민족이 반만년 간 고고한 문화를 꽃피우고, 아무리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대의를 따라 살고자 했어도 약육강식의 세계 정치에 의해 유린당하고 희생당해야 했다.
남의 나라에 의해 식민지와 분단, 그로 인한 전쟁을 겪어야만 했다. 내 힘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는 겸손이 몸에 베일 수밖에 없었다. 약한 자를 들어 강하게 쓰시는 하나님께 합당했다(고후 12:7-10).
세계의 변방이었던 우리가, 약한 줄로만 알았던 우리가, 온갖 시련과 풍파를 겪으며 내공을 키운 한국이 이제 역할을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G20 회의에 가입한 것은 우리 한민족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었다. 세계의 변방이었던 우리가 세계 질서를 논의하는 무대에 처음 진입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G11이라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일대 역사를 앞에 두고 있다. 국격과 국제 영향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화와 변화가 더 가파른 오늘날 국가의 생존이 세계 정치·경제 질서와 밀접히 연관된다는 점에서 G11이라는 선진국 무대의 한 축으로서 ‘글로벌 행위자(global actor)’로 본격 나서야 할 때다.
한국이 G11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것은 바로 지금 미국이 벌이는 신냉전 구도에 한국이 말려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8일 ‘한·중 관계, 한국의 G7 초청 수락 후 도전 직면’이라는 제목의 논평 기사를 통해 한국이 미국의 G7 제안을 수락함으로써 한·중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2의 사드 보복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싱크탱크인 랜드코퍼레이션의 이지영 한국정책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G7에 한국을 초청한 것은 한국이 미중 갈등에서 미국 편을 드는 국가라는 것을 중국에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